구원을 위한 한 줌의 언어를 온몸으로 갈구하며……
박지웅 시인의 두번째 시집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를 펴낸 지 5년 만이다. 총 62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실렸다. 시어 하나하나에 집중해 시 한 편 한 편을 감상하다보면 독자는 자연스레 시집의 알레고리를, 시인의 총체적 비유를 음미하게 된다.
외로운 밤 오븐 속에서 부풀어오르는 고소한 빵 냄새
밤 10시 이후 "심야식당"으로 변신하는
2008년 "젊은 시의 언어적 감수성과 현실적 확산 능력을 함께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박준 시인의 첫 시집이 출간되었다. 시인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촌스럽더라도 작고 소외된 것을 이야기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엄숙주의에서 해방된 세대의 가능성은 시에서도 무한하다고 봐요"라 말한 바 있다. 그렇게 "작고 소외된" 것들에 끝없이 관심을 두고 탐구해온 지난 4년, 이제 막 삼십대에 접어든 이 젊은 시인의 성장이 궁금하다. 모름지기 성장이란 삶의 근원적인 슬픔을 깨닫는 것일 터, 이번 시집에 이 세계를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순간들에 대한 사유가 짙은 것은, 박준 시인의 깊어져가는 세계를 증거할 것이다.
김진송이라는 본명만큼 "목수 김씨"로 알려지기도 한 그가 한 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라는 제목의 책이지요. 쉬운 단어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제목이라지만 그 의미는 사실 간단치가 않습니다. "이야기"와 "기계"가 한데 물려 글과 이미지를 양산해낸다는 일이 쉽게 연상되지는 않는 까닭입니다. 이야기의 주된 뼈가 서사성이라 할 때, 나무로 깎여 전시장에 오롯이 선 그의 나무인형들은 짐짓 그 서사를 저마다 몸에 껴안고 있음에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에 호기심을 품기에는 사람과 시대 모두 바쁘다는 아우성 속에 살아가고들 있으니까요.
1박 2일 나영석 피디가 쓴 역시나 "리얼버라이어티한" 첫 에세이!
『문학동네』 편집위원으로, 한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세번째 평론집 『미메시스의 힘』이 출간되었다. 두번째 평론집 『문학의 윤리』 출간 이후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쓴 21편의 평론을 실은 책이다. 활발한 현장비평을 해온 서영채는 이번 평론집에서 작품/작가/시대 "아울러 읽기"를 시도한다. 여기 묶인 글들을 관통하는 핵심어 미메시스를, 저자는 그 미메시스의 힘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제주도에서 처음 만나, 한 달 만에 먼 길 떠난 이야기
첫 시집 『검은 고양이 흰 개』에서 연작시 「불한당들의 모험」으로 몽환적인 이야기를 들려준 곽은영 시인이, 4년 만에 선보이는 두번째 시집 『불한당들의 모험』에서는 표제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그 모험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전 시집에서 12편을 담았고, 이번 시집에서는 「불한당들의 모험 13」을 시작으로 36편을 더해 또하나의 모험담을 완성했다. 동화적 상상력과 몽환적인 이미지, 그 이미지들을 서사적 전개 속에 능숙하게 배치하는 곽은영 시인 특유의 표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하나의 세계이다.
고립되고 소외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하드보일드 소설가 한상운의 한국형 세기말 판타지
윤준호, 라는 이름의 카피라이터가 있습니다. 1983년 오리콤을 시작으로 거손, 동방기획, 코래드, LGAD, O&M 등 여러 광고회사를 두루 거치며 "뉴욕광고제" "한국방송광고대상" "중앙광고대상" 등 국내외의 많은 광고상을 두루 휩쓸기도 했으니 한국 광고 카피계의 족보를 한 번 꿰어보건대 그 역사의 아버지까지는 아니더라도 큰삼촌쯤은 되는 이가 아닐까 합니다.
열 명의 각계각층 명사들이 각자 세계 각국으로 "테마가 있는 여행"을 떠날 채비를 했다
세계 3대 빈민 도시, 필리핀 톤도의 파롤라 마을. 이곳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쓰레기산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어 "쓰레기마을"이라고 불린다. 필리핀 정부마저도 방치한 이곳에는 약 1미터도 안 되는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3만여 채의 판잣집이 도열해 있다. 인구의 80퍼센트가 빈민층인 필리핀에서도 가장 못사는 극빈층과 흉악범 들이 모여 사는 곳이 이곳 톤도다. 쥐와 벌레가 들끓고 여기저기 썩은 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는 검푸른 이끼가 올라와 보기에도 끔찍할 정도로 불결한 톤도는, 마치 신마저 외면한 듯하다. 놀랍게도 이곳에, 12년 넘게 톤도 아이들을 돌보며 봉사하는 한국인이 있다. 바로 김숙향 선교사다. 김 선교사의 감동적인 활약상은 최근 "안녕, 샤론맘"을 통해 보도된 바 있기도 하다.
한국문학의 유령들에게 건네는
우리 안의 마음속 허기를 눈 밝게 알아보는 작가 이혜경의 첫 소설집 『그 집 앞』이 재출간되었다. 1982년 등단 후, 긴 공백기를 지나 (그 직전 첫 장편 『길 위의 집』(1995)이 출간되긴 했으나) 첫 소설집이 나온 것은 1998년. 그로부터 다시 14년이 지나 다시 만나는 『그 집 앞』. 신작 소설집 『너 없는 그 자리』와 마침 때를 맞추어 출간된 첫 소설집은 작가의 더운 마음자리와 그 깊이를 새삼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느리고 조용하게, 치밀하지만 따뜻하게 일상적 삶의 한 면을, 누군가의 아픈 마음자리를 가만히 더듬어보는 작가 이혜경의 새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틈새』(창비, 2006) 이후 육 년 만의 작품집이다. 육 년 그리고 아홉 편의 단편, 워낙 과작(寡作)인 작가의 유독 더딘 걸음이지만 그 발자국은 여전히, 보다 더 깊고 단단하다.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아직 살아 있는 내가 이미 죽은 내게 건네는 애도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