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시인이 평생을 사랑해온 열여덟 명의 예술가
이 책에서 우리는 열여덟 명의 예술가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처음부터 작정한 건 아니었지만 쓰다보니
우리가 불러낸 예술가들이 죄다 죽은 사람이었지요. (박연준, 159쪽)
두 시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열여덟 명의 예술가에게 편지를 씁니다. 처음부터 죽은 이들을 불러낼 작정은 아니었다는 시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이들이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부터 그 수신자가 지금 이곳에 없는 이가 되리라는 것은 정해져 있던 일인지도 모릅니다. 편지를 쓴다는 행위, 그 자체가 지금 여기에 부재하는 상대방을 호명함으로써 지금 여기에서 상대방의 온기를 느끼는 것, 종국에는 지금 여기에 그를 존재하게 하는 것일 테니까요.
그렇게 두 시인은 자신이 평생을 애정하고 존경해온 열여덟 명의 예술가들을 불러들입니다. 그 이름들을 여기서 다시 한번 호명해봅니다. 에릭 사티, 프랑수아즈 사강, 바츨라프 니진스키, 김소월, 존 버거, 버지니아 울프, 빈센트 반 고흐, 알바 알토, 프란츠 카프카, 페르난두 페소아, 실비아 플라스, 권진규, 나혜석, 로맹 가리, 배호, 장국영,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박용래까지. 두 시인이 이들에게서 발견하는 모습들도 그들의 면면만큼이나 다채롭습니다. 존 버거, 김소월 같은 이들에게는 마치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마음으로 애정 어린 존경심을 고백하다가도, 실비아 플라스, 니진스키와 같이 “제 날개가 꺾이는 것도 모른 채 무용한 아름다움을 좇던” 이들의 삶을 돌아볼 땐 말 그대로 가슴이 찢길 듯한 아픔에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애정의 방식도 다양하죠. 평생 존경해오던 박용래 시인을 울보라고 놀리는가 하면, 지금 시인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요절한 가수 배호를 짐짓 형님이라 부르며 마음속의 외로움을 넌지시 드러내기도 합니다.
*온라인 전시용으로 파일 형태로 제공됩니다.
“도무지 죽지를 않는 사람들. 계속 태어나는 사람들. 새 예술가를 탄생하게 만드는 존재들.”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이 예술가 18인에게 바치는 편지 박연준 시인과 장석주 시인이 함께 쓴 세번째 산문,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가 난다에서 출간됩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서로의 삶을 나누고(『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2015)), 책을 읽으며 서로를 마주보고(『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2017)) 썼던 두 권의 산문집을 지나 이번 책에서는 세상을 떠난 열여덟 명의 예술가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었습니다. 두 시인은 오랫동안 사랑하고 존경해온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을 반추합니다. 두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 덕에 편지를 읽다보면 마치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이 다시 살아나는 듯합니다. 그런데 같은 이에게 쓴 편지이지만 두 시인의 편지는 사뭇 다릅니다. 그 다름이 곧 두 시인이 한 예술가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방식이자, 한 예술가가 다른 예술가를 통해 다시 태어나는 다양한 방법이겠지요. 그 미묘한 차이를 읽어내는 것이 이 책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독서법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산문집은 앞표지와 뒤표지의 구분이 따로 없는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즉, 박연준 시인의 글과 장석주 시인의 글이 양쪽에서 독립적으로 시작됩니다. 마치 서로 다른 두 책을 맞붙인 것처럼 말이지요. 이는 두 시인의 편지가 각각의 고유한 자장 속에서 읽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두 시인의 편지는 이렇듯 따로 또 같이 읽었을 때 온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