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
그 지독하고도 사랑스러운 마음의 간극을 품어낸 한 권의 만화
한낮의 교무실에서 담임 선생님에게 고백한 대담한 여고생. ‘사카이’는 소문의 주인공이 자신의 단짝 ‘기타’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충격에 빠진다. 평소 연애는커녕 고민조차 털어놓은 적 없는 기타의 의외의 일면을 알게 된 이후로 사카이는 기타가 자신에게 많은 것을 숨겨왔다는 걸 점차 깨닫는다. 친구와의 거리감을 재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은 사카이는, 자신이 기타에게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되고 싶은지 혼란스럽기만 한데…
히노 히로코의 첫번째 단편집 『굿바이 프로미넌스』에는 표제작 「굿바이 프로미넌스」를 포함해 총 여덟 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관계성이라 해도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당연하다는 듯이 그리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에서 드러나듯, 단편집에는 헤테로 로맨스부터 퀴어 로맨스를 망라하는 무지갯빛의 찬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라는 정의로는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 바래지 않도록 오랫동안 소중히 품어온 이들의 마음은, 오랜 세월을 지나 비로소 반짝이는 빛이 되어 전하고 싶었던 이에게 가닿는다. 『위국일기』 야마시타 토모코, 『플라워 오브 라이프』 요시나가 후미 등 드라마 장르에서 이름을 떨쳐왔던 작가들을 계보를 이을 것이 기대되는 신예 히노 히로코. 문학동네에서는 데뷔 단편집과 더불어 두번째 단편집 『매미는 이윽고 내일로 향한다』를 동시 출간하여 그의 팔색조 매력을 선보인다.
◆ 수록작 소개
ep.1 그대, 기쁨 가득하고 행복 더없이 깊기를
“연애 얘기 같은 거… 나한테는 한 적 없는데.”
어느 날, 친구가 담임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누구보다도 깊은 마음을 공유한다고 생각했던 친구 기타. 그런 기타의 돌발행동을 지켜보는 사카이의 마음의 골은 깊어져만 가는데…
ep.2 굿바이 프로미넌스
“처음부터 이쓰지 군은 내 삼촌도, 아빠의 동생도 아닌 ‘엄마 친구’. 그저 그뿐인 존재였다.”
서로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끝내 입에 담지 못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기타는 엄마와 삼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왔지만, 엄마의 죽음을 목전에 둔 지금도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채인데…
ep.3 필경畢竟
“너, 지금 당장 나랑 못 자겠으면 평생 친구로 남는 거야.”
형 세이치와 동생 이쓰지는 우연히 가정폭력으로 학대당하던 여자아이 하루를 구해낸다. 세월이 흘러 하루는 형의 애인이 되었고, 그런 하루를 볼 때마다 이쓰지는 복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데…
ep.4 낫, 러브, 낫
“더는 친구 사이로 지내지 못한다고 해도, 내 마음을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어.”
유우는 학창시절 마음을 고백했던 친구 료에게 결혼식 들러리를 부탁받는다. 료는 자신과의 일을 잊은 걸까? 복잡다단한 마음을 품은 채로 유우는 결혼식 당일을 맞이한다.
ep.5 코펜하겐
“졸업식. 이별의 계절. 어른에게도 그런 게 있다면 좋을 턴데. 그러면, 아이들처럼 능숙하게 당연하다는 듯 헤어질 수 있었을 터.”
누나와 동생으로 만났던 유키오와 요코. 더는 가족이 아니게 된 ‘누나’ 요코에게 유키오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ep.6 비교견적을 너에게
“근데― 오이카와 씨는 뭔가 남자도 여자도 싫어하실 것 같아요.”
오이카와는 퇴근길에 유부남 동료와 아르바이트생의 불륜 현장을 우연히 목격한 이후로 ‘연애’라는 것이 지긋지긋하기만 하다. 그런 오이카와에게, 갑작스레 찾아온 새로운 사랑이란…?
ep.7 재투성이 발뒤꿈치
“내가 동경하는 건, 그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별것 아니라는 듯 이뤄줄 것 같은 사람.”
하루가 멀다고 외도 사실을 자백하는 남편 다이치. 아내 유리코는 관계에 파국을 고할 의지도, 용기도 없다. 유리코에게 왕자님이 신겨준 유리구두를 벗어던져야 할 날은 점차 다가오는데…
ep.8 그리운 내일의 이야기들
”나, 힘들 때면 사카이를 생각했거든.“
졸업식 이후로 처음으로 재회한 사카이와 기타. 사카이는 그 시절 못다 한 말을 다시 한번 기타에게 전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