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아 53호
- 저자
- 엘릭시르 편집부
- 출판사
- 엘릭시르
- 발행일
- 2024-09-30
- 사양
- 232쪽 | 판형 170*240mm
- ISBN
- 9 772384 289005 09
- 분야
- 산문집/비소설, 에세이/비소설, 교양
- 정가
- 18,0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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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소설
박현주 작가의 「골동품 상점의 미스터리」는 ‘DRR 폭포 호텔 미스터리’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이다. 섣달그믐날 이뤄지는 인근 고미술 상가 투어 도중 자기 합이 사라지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슬픈 진실이 새로운 갈등 구도와 섞여들면서, 호텔을 맴도는 유령 화자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이선 작가의 「청결한 살인」은 제7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공모전 단편 부문 수상작 「불쾌한 진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경쾌한 블랙코미디와 서늘한 미스터리가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유명 셰프의 살인 사건 뒷조사를 의뢰받은 류승하는 권재를 다시 한번 이리저리 휘두르고, 권재는 알고 싶지 않았던 류승하의 일면을 엿보게 되어 충격받는다. 「스위트 샷」은 ‘최초의 현대적인 미스터리’로 평가받는 『트렌트 최후의 사건』의 작가 에드먼드 클러리휴 벤틀리의 단편이다. 골프장에서 벌어진 기묘한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에 흥미를 느낀 필립 트렌트의 차분한 추리 과정을 따라간다.
기획 기사
《미스테리아》 53호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마약을 살펴본다. 19세기 중후반 미스터리 소설이 처음으로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세상에 등장하던 무렵만 해도 마약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과 우려가 뒤섞인 상태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윌키 콜린스와 아서 코넌 도일 등은 주인공들이 거리낌 없이 마약을 복용하는 장면을 삽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어 마약이 심신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덫이라는 인식이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동시에 이런 경고에도 상관없이 최고의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 때문에 마약 매매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마약을 둘러싼 전쟁은 더한층 복잡해졌다. 이번 특집에서는 각종 미스터리/스릴러 픽션들 속 마약의 통시적 연대기를 통해 19세기 말 영국 제국이 ‘동양에서 건너온’ 아편에 어떤 양가감정을 품었는지, ‘마약 청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이 20세기를 거쳐오면서 ‘뽕의 계보’ 속에서 어떤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지,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의 패배 이후 다시 한번 새로운 번영을 꿈꾸며 경쟁에 돌입했던 시절 어떻게 약물을 활용했는지를 들여다본다. 라틴아메리카의 마약 카르텔과 오랜 전쟁을 벌여왔던 미국의 이중성,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마약 제조업자의 ‘기업가 정신’ 또한 이번 특집에서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정은지 작가는 무협 미스터리 『길상문연화루』를 ‘킨포크 스타일’로 바라보는 독특한 해석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인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폐색전증의 위험을 경고한다.(‘NONFICTION’) 만화 편집자 김해인은 노기자카 다로의 『유려탑』이 거액이 걸린 탑의 비밀을 푸는 주인공들의 숨 가쁜 모험을 다루면서 얼핏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것만 같은 ‘흥분된’ 그림체를 사용한 이유를 고심한다.(‘TOON’) 비평가 윤아랑은 의지로서의 ‘악’과 악을 실천하는 매개체로서의 ‘악당’과 그 악을 가시화하는 다양한 형식으로서의 ‘부정적인 것’이라는 세 가지 모티프를 제시하며, 픽션 속 악의 재현을 탐구한다.(‘VILLAIN’) 범죄 수사물 속 현실성 반영에 관한 레퍼런스 체크와 정보 전달을 풍부하게 전달할 ‘세계관’ 팀이, 드라마 〈보이스〉를 통해 한국의 범죄 신고 체계를 차근차근 정리한다.(‘CHECK’)
주목할 만한 신간을 다루는 ‘취미는 독서’ 코너에서는 정해연의 『2인조』, 로런스 블록의 『성스러운 술집이 문 닫을 때』, 미쓰다 신조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유키 하루오의 『십계』, 브리지트 오베르의 『마치 박사의 네 아들』 등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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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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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ditor’s Letter
소문과 실화
LIST
READING DIARY
SPECIAL 마약, 출구 없는 미로
취한 몸, 불안한 지식―『월장석』의 아편이라는 타자 : 정서현
자욱한 환각의 인공낙원―1930년대 한반도 곳곳의 마약 세태 : 전혜진
‘붉은 악마’의 그림자 : 곽재식
‘M’의 기억―〈키타로 탄생〉과 『양들의 테러리스트』로 짚어보는 20세기 중반의 히로뽕 : 유진
히로뽕의 한국 정복기 : 전현진
당신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 넣는다―돈 윈슬로의 『개의 힘』 : 임지호
마약왕의 기업가 정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브레이킹 배드〉 : 최고은
등쳐먹고, 빨아 먹히고―편집부의 추천작 : 박을진, 한나래, 김유진, 김용언
취미는 독서
정해연의 『2인조』
로런스 블록의 『성스러운 술집이 문 닫을 때』
아마네 료의 『희망이 죽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유키 하루오의 『십계』
엘리스 피터스의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브리지트 오베르의 『마치 박사의 네 아들』
CULINARY 무림 고수의 킨포크 테이블―텅핑의 『길상문연화루』 : 정은지
NONFICTION 움직일 수 없는 공포 : 유성호
TOON 탑의 비밀, 그건 알 바가 아니다―『유려탑』의 야망가 그림체 : 김해인
VILLAIN 악, 악당, 부정적인 것의 삼각형 : 윤아랑
CHECK 목소리로 이루어진 세계―신고 체계 : 망고
SHORT STORY
박현주 「골동품 상점의 미스터리」
이선 「청결한 살인」
에드먼드 클러리휴 벤틀리 「스위트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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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어린 시절에는 『해시시 클럽』(샤를 보들레르·발터 벤야민 외 지음, 조은섭 옮김, 지식의편집 펴냄) 같은 책을 읽으면서 약물의 환각 효과에 대해 호기심을 품기도 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딱딱하게 굳어진 내 머리와 물리적 한계에 실망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외부의 인위적인 힘을 가해서라도 새로운 차원의 ‘여행’을 해보고 기존의 내 지평선을 단숨에 벗어나서 낯선 차원으로 뛰어들 수 있길 바라는 동경이 강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상상은 마약의 실태를 다룬 여러 책들을 접하면서 사라졌고, 몇 년전부터는 한국이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라는 뉴스와 함께 관련된 충격적인 소식들을 연달아 접하면서, 그리고 흔히 생각하는 ‘비밀스럽게 구매하는 마약’뿐만이 아니라 병원에서 처방받는 ‘합법적인’ 약들마저 우리를 중독의 경계선 너머로 충분히 밀어 넣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훨씬 더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이번 특집의 주제를 ‘마약’으로 잡으면서, 관련 도서를 선정하고 원고의 전반적인 톤을 조절하는 기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컸습니다. 무수한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에 등장하는 범죄의 핵심에 마약이 포함된 경우는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단지 악당의 표식이라든가 약자들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위안 등의 익숙한 코드로만 열거하지 않기 위해, 마약이 한 사회에 스며드는 데 어떤 외부 조건이 작동했고 그 낯선 충격에 대해 사회는 어떤 식으로 반응했는지, “생산지부터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몇 단계를 거치면서 가격이 오[르며] 불법이라 막대한 위험수당이 추가”되고 “세상 그 어떤 상품보다 고부가가치 상품”(『마약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양성관 지음, 히포크라테스 펴냄))으로 자리매김했기에 절대로 포기하지 못하는 든든한 돈줄이 된 이 거대한 불법 산업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며 시스템을 공고히 했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기획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금 현실로 돌아와 다음과 같은 전문가의 조언에도 현실의 우리는 귀 기울여야만 합니다. 너무나 손쉽고 빠르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좀먹고 신체를 파괴하는 마약에 대해, 우리는 정말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외국은 어떤 상담을 진행할 때도, 예컨대 가정 폭력을 겪은 사람이라고 해도 약물 검사를 먼저 실시해요. 약물 중독이 일반화돼 있기 때문에 처벌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먼저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구 사회는 모든 사회문제의 기본에 약물 문제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에 치료 쪽으로 방향을 잡는 거죠. 또 매년 약물치료에 대해 정확한 통계를 내죠. 우리나라는 약물치료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가 없어요. 치료보호 기관으로 지정된 곳이 국립과 민간 22개 병원인데, 실제로 중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그중 절반이 안돼요.
(……) 요즘 신세대는 좀 달라요. 하는 약물의 종류도 좀 다르고, 접하는 경로도 달라요. 소득 계층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층에서 약을 하는 방식은 낮은 계층의 것과 또 다르고요. 나이와 세대, 사회적 계층에 따라 약을 하는 방식이 달라요. 결코 똑같은 방식으로 약을 하지 않아요. (……) 케이스별로 접근 방법을 달리하는, 그런 스펙트럼을 고려한 치료 체계는 우리에게 없다고 봐야 해요. 대책이 현 상황을 못 쫓아가고 있어요. 이것은 방임이고 방치예요.”
-『중독 인생―한국에서 마약하는 사람들』(강철원 외 지음, 북콤마 펴냄)의 김남희 박사 인터뷰 중.
소설
박현주 작가의 「골동품 상점의 미스터리」는 ‘DRR 폭포 호텔 미스터리’ 시리즈에 속하는 작품이다. 섣달그믐날 이뤄지는 인근 고미술 상가 투어 도중 자기 합이 사라지고 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슬픈 진실이 새로운 갈등 구도와 섞여들면서, 호텔을 맴도는 유령 화자의 비밀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한다. 이선 작가의 「청결한 살인」은 제7회 엘릭시르 미스터리 공모전 단편 부문 수상작 「불쾌한 진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로, 경쾌한 블랙코미디와 서늘한 미스터리가 결합된 독특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유명 셰프의 살인 사건 뒷조사를 의뢰받은 류승하는 권재를 다시 한번 이리저리 휘두르고, 권재는 알고 싶지 않았던 류승하의 일면을 엿보게 되어 충격받는다. 「스위트 샷」은 ‘최초의 현대적인 미스터리’로 평가받는 『트렌트 최후의 사건』의 작가 에드먼드 클러리휴 벤틀리의 단편이다. 골프장에서 벌어진 기묘한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에 흥미를 느낀 필립 트렌트의 차분한 추리 과정을 따라간다.
기획 기사
《미스테리아》 53호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꼽히는 마약을 살펴본다. 19세기 중후반 미스터리 소설이 처음으로 완결된 형식을 갖추고 세상에 등장하던 무렵만 해도 마약에 대한 관심은 호기심과 우려가 뒤섞인 상태였으며, 그렇기 때문에 윌키 콜린스와 아서 코넌 도일 등은 주인공들이 거리낌 없이 마약을 복용하는 장면을 삽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세기에 접어들어 마약이 심신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덫이라는 인식이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동시에 이런 경고에도 상관없이 최고의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 때문에 마약 매매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마약을 둘러싼 전쟁은 더한층 복잡해졌다. 이번 특집에서는 각종 미스터리/스릴러 픽션들 속 마약의 통시적 연대기를 통해 19세기 말 영국 제국이 ‘동양에서 건너온’ 아편에 어떤 양가감정을 품었는지, ‘마약 청정국’이라 자부하던 한국이 20세기를 거쳐오면서 ‘뽕의 계보’ 속에서 어떤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지,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의 패배 이후 다시 한번 새로운 번영을 꿈꾸며 경쟁에 돌입했던 시절 어떻게 약물을 활용했는지를 들여다본다. 라틴아메리카의 마약 카르텔과 오랜 전쟁을 벌여왔던 미국의 이중성,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마약 제조업자의 ‘기업가 정신’ 또한 이번 특집에서 빠뜨릴 수 없는 대목이다.
정은지 작가는 무협 미스터리 『길상문연화루』를 ‘킨포크 스타일’로 바라보는 독특한 해석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인다.(‘CULINARY’) 유성호 법의학자는 장시간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폐색전증의 위험을 경고한다.(‘NONFICTION’) 만화 편집자 김해인은 노기자카 다로의 『유려탑』이 거액이 걸린 탑의 비밀을 푸는 주인공들의 숨 가쁜 모험을 다루면서 얼핏 그에 어울리지 않는 것만 같은 ‘흥분된’ 그림체를 사용한 이유를 고심한다.(‘TOON’) 비평가 윤아랑은 의지로서의 ‘악’과 악을 실천하는 매개체로서의 ‘악당’과 그 악을 가시화하는 다양한 형식으로서의 ‘부정적인 것’이라는 세 가지 모티프를 제시하며, 픽션 속 악의 재현을 탐구한다.(‘VILLAIN’) 범죄 수사물 속 현실성 반영에 관한 레퍼런스 체크와 정보 전달을 풍부하게 전달할 ‘세계관’ 팀이, 드라마 〈보이스〉를 통해 한국의 범죄 신고 체계를 차근차근 정리한다.(‘CHECK’)
주목할 만한 신간을 다루는 ‘취미는 독서’ 코너에서는 정해연의 『2인조』, 로런스 블록의 『성스러운 술집이 문 닫을 때』, 미쓰다 신조의 『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유키 하루오의 『십계』, 브리지트 오베르의 『마치 박사의 네 아들』 등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