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가는 이를 위한 논어
2천 년 동양 사상의 지배해 온 공자의 『논어』. ‘군자(대인)’는 이래야 한다는 무게와 경외감. 그 경전의 무게감을 인문학자 김경집이 오늘의 시각으로 엎어치기 뒤집기 하여 재밌고 새롭게 해석한 『소인을 위한 논어, 군자의 옷을 벗다』가 나왔다.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되바라진 요즘 것들을 위한 논어라고 할 수 있다. 『논어』를 여러 차례 탐독해온 저자는, 『논어』의 핵심적인 원문을 짚어가며, 원문이 쓰인 당대의 시대적 배경과 가치를 오늘의 시각으로 응용해 역설적으로 논한다. ‘아래가 뭐가 어때서?’, ‘마음만은 나도 군자다’, ‘남 탓도 좀 하면서 사는 거지’, ‘고민한다고 구박하지 말고 고민의 내용을 먼저 물어야’, ‘변명도 못 해?’ 등의 목차만 보아도 이 책이 얼마나 흥미롭고 재기발랄한 ‘논어 독법서’인지 알 수 있다. 『논어』에 대한 가벼운 비판서가 아닌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하여 오히려 시야를 확장시켜 『논어』에 활력을 주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논어』가 왜 고전임을 상기시킨다.
“소인은 아직 ‘작은 그릇’이다. 그 사실에 안주하지 않고 큰 그릇으로 나아가면 된다.
물론 대가를 지불하면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것부터 제대로 하면 성장이 뒤따른다.
그런 소인이 세상을 건강하게 만든다. 주어진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면 된다.
그게 얼마나 멋지고 위대한 일인가.”
땅 짚고 사는 이들을 위한 전복(顚覆)의 통찰
한자와 한문을 배우지 않은 젊은이들이 각자의 역할에 소임을 다하는 시대다. 특별한 이유 없이는 종이사전도 잘 찾지 않고 핸드폰의 앱을 사용하고 소개팅 앱으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이런 문화가 시작되었을 때 ‘요즘 애들은 참 성의가 없네, 생각이 없네’라고 혀를 차던 어른들이 있었다면 지금 이 시대는 그런 말을 내비쳤다가 ‘꼰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뜻의 충고도 그 시대상에 맞지 않으면 잔소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그런 충고가 멀고 먼 옛날 중국의 대학자가 했던 말이라면 어떨까?
????논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많이 들어 본 책이고 한번쯤을 완독하기 위해 노력했을 법한 책일 것이다. 예의나 도덕을 말하는 자리에 늘 등장하는 한문 구절이 있다면, 그 구절은 대부분 ????논어????에 나온 구절이거나 응용한 구절일 것이다. 들어 본 사람도 많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 말들은 오늘날 여전히 유용한 말일까.
요즘 것들을 위한 논어
사람들은 바쁘다. 먹고살기 바쁘고 아이를 키우기 바쁘고 정치하기 바쁘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은 살아가기 바빴다. 그래도 가끔 이러한 자신의 삶이 맞게 사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고, 이에 사람들은 행동의 기준을 찾았다.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언제 들어도 수긍하며 감동을 주는 기준이 있어야 했다. 그 기준이 지금 우리가 말하는 ‘고전’이다. 딱딱하고 어렵고 교과서 같지만, 알고는 있어야 할 책이 고전이다.
고전을 대체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이 많다. 내용이 풍부하고 끝까지 읽으면 성취감이 들지만 접근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수없이 많은 해설서를 내놓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 시대만의 관점이 생기고 당대 사람을 위한 해석이 생긴다. 사람들은 그런 해설과 함께 고전을 접하고 이해한다. 그렇게 고전의 불멸의 명맥을 잇는다. ????논어????도 그중에서 하나다. 이 책 ????소인을 위한 논어, 군자의 옷을 벗다????는 그에 바탕을 둔 책이다.
“우리네 소인들은 주변의 이웃과 지인에게 돈독하다. 무엇을 바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좋아서, 그 사람을 존중하기 때문에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그런 돈독함이면 족하다. 군자의 돈독함은 나의 영역이 아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저절로 맑아진다. 아랫물 탓하기 전에 윗물에 계신 분들 먼저 돈독하시라.”
소인을 위한 논어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논어???? 성찰서다. 어째서 해설서가 아닌 성찰서인가. 이 책에는 다수의 인간, 즉 소인에 대한 성찰이 담겼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소인배가 아닌 시민, 평범한 주권자이자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평범한 사람들, 곧 소인에 대한 성찰이다. 흔히 ????논어????를 말할 때 이상향인 ‘군자’를 먼저 꼽는 것과는 다른 더 나아가 대비된 시각으로 다가간다. 이 시대에 없을지도 모르는 군자 대신 절대 다수인 소인의 시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며 논어의 구절구절을 이야기해주는 소중한 책이다.
저자는 건강한 의미의 중산층, 책임감과 통찰력을 가진 시민, 공공선을 추구하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소인의 건강한 면모를 발견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논어』는 과거의 시선이 아니라 현대의 눈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보통 사람의 글이 대개 예술적으로 탁월하거나 학문적으로 뛰어난 건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공감과 소박한 감성이 담겼다. 그런 가치를 담고 있어서 거리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글의 가장 큰 미덕이자 힘은 진솔함과 진정성이다.”
특히 이 책은 ????논어????를 ‘고전’으로 두기보다 실용을 우선으로 하는 시선으로 본다. 각 장마다 원문과 함께 현재에 대한 단상을 적어놓았다. 독자들은 이를 읽으며 사회를 보는 시선에 깊이를 더할 수도 있고 원문을 찾아볼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논어????에 나오는 구절들이 꼰대의 그렇고 그런 잔소리로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소인들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데 지침이 되는 책이 필요하다. 여러 콘텐츠가 소비되어 책의 가치가 변하고 있는 이 시대에 군자도, 소인배도 아닌 소인들을 위한 책이 한 권쯤은 있어도 좋을 것이다. 책장 한 켠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어도 좋은 책으로 이 ????소인을 위한 논어, 군자의 옷을 벗다????를 권한다. 이 책은 2000년 넘는 시간을 이어 내려온 동양 고전의 가치를 현 시대에 맞춰 새로이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