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전집’은 시인이자 한학자이며 승려였던 월하 김달진 선생의 시적 업적과 불교와 한학에의 깊이 있는 학문적 온축을 되새겨보는 자리다. 1997년 6월에 제1권 『김달진 詩 전집』을 선보인 후로 산문 전집 『산거일기』와 『손오병서』 『장자』 『고문진보』 『한산시』 『법구경』이 나왔고, 3년 만에 그 여덟번째 권인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전집 판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는 김달진 선생이 생존해 있을 때 출간된 『일곱 가지의 아내』 『불교설화』 『큰 연꽃 한 송이 되기까지』 등에 수록된 불교이야기들을 엮어 1991년 나남에서 간행한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를 저본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나남 판에서 제3부로 들어가 있던 「해동고승전」은 전체적으로 볼 때 그 성격이 1, 2부와 다르다고 판단되어 이번 전집 판에서는 제외되었다.
하여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기본 교리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사체(四諦)와 팔정도(八正道), 보시(布施), 지계(持戒), 출리(出離), 정진(精進), 감인(堪忍)과 같은 불교의 기본적인 교리를 붓다의 설법 속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하였다. 제2부 ‘부처님의 행적과 깨우침’은 붓다가 출가한 이후부터의 행적을 따라 고난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고 불법(佛法)에 귀의시킨 이야기들을 모았다. 모두 불교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마흔일곱 가지 붓다의 가르침
붓다는 수많은 제자뿐만 아니라 가난과 어리석음으로 고통에 빠진 중생들, 심지어는 자신을 죽이려 하는 암살자까지 모든 이들을 깨우침의 길로 이끌어주고자 애썼다. 그리고 사람을 지도하는 데 있어서는 상대의 지위까지 몸을 낮추어 자비와 사랑으로 끌어올려주었다.
예컨대 너무나 미련해서 게(偈) 한 구 외우지 못하는 비구 ‘추다판타카’에게 붓다는 빗자루 한 자루를 쥐여주면서 ‘먼지를 털고 때를 없애자’라는 간단한 법구를 알려준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그 빗자루로 청소하며 법구를 외우던 판타카는 곧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처럼 붓다의 가르침은 본래 ‘누구나’를 대상으로 한 만큼 쉽고 재미있다. 하지만 요즘 쏟아져나오는 불교 이론서들은 너무 권위적으로 서술되어 현대인에게 ‘불교 교리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생소한 불교 교리를 김달진 선생의 유려한 문장으로 다시금 재미있게 꾸민 이 책의 특장은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몇백 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이 책에서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 거의 신격화되다시피 한 붓다가 아니라,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살이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범부들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부터 오는 번민, 집착, 시기, 외로움 등 그들의 고통이나 우리의 고통은 전혀 다르지 않다. 때문에 외아들의 죽음으로 괴로워하는 대신에게 ‘사랑은 원래 번뇌를 동반하는 것’이라고 위로해주고, 어머니와 딸에게 남편을 빼앗긴 기구한 여인이 무서운 인과의 법칙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붓다의 가르침은 오늘날 현대인에게 더욱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간단명료하게 서술된 마흔일곱 가지 불교이야기는 불교에 입문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 가슴 묵직한 감동과 깊은 깨달음을 선사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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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특징은 누구나 쉽게 불교의 교리와 부처님이 행한 여러 가지 깨우침을 알 수 있도록 평이하게 서술하였다는 점이다. 불교의 깨달음은 깊고 심오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저술되었고 앞으로도 출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평이한 서술은 학문적 난삽성을 가진 다른 책들과는 다른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하겠다. 진리의 길은 멀지 않고 깨달음의 길 또한 멀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쉽고 뜻깊은 불교이야기』를 펴내며’에서
김달진 전집을 펴내며
『시인부락』의 시인이며, 승려이고 한학자였으며 향리의 교사였던 김달진 선생은 평생을 세간에서 멀리 떨어져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고고한 정신의 세계를 천착하였다. 영원한 세계, 절대적인 세계를 향한 동경과 세속의 명리에 대한 부정은 구도자로서 선생의 인간과 학문을 되새겨보게 만든다. 김달진 선생의 시적 업적과 동양학으로 지칭될 불교와 한학의 섭렵은 80여 년에 걸쳐 축적된 것으로서 오늘의 우리에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하나의 장관으로 비춰질 것임에 틀림없다. 인문학의 정신이 쇠퇴하고 새로운 과학기술문명의 탄생이 예고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깊은 삶의 예지를 머금은 선생의 저작을 하나로 묶어 뜻있는 독자들에게 제공하여 새로운 인간학의 정립에 기여하고자 한다. 세기말적 해체와 혼돈의 와중에 우리가 김달진 선생의 저작에서 배울 수 있는 지혜와 슬기는 물질만능과 탐욕의 어둠을 밝혀줄 등불이 될 것임을 확신하는 바이다.
(편집위원 : 김용직 김윤식 김선학 김종길 박경훈 신상철 유종호 홍기삼 최동호)
* 2008년 5월 10일 발행
* 978-89-546-0570-0 04810 / 89-8281-060-9(세트)
* 신국판 | 336쪽 | 15,000원
* 책임편집: 고경화(031-955-3561, hanna@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