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불과 열여섯 살의 나이로 대한민국 육군에 자원입대해 최전방 등지에서 복무하며 동족상쟁의 뼈아픈 비극을 몸소 겪은 저자의 자전적 참전 일기다. 책 속에는 해방공간의 이념 대립 속에서 부모 형제의 고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 전쟁에 휘말려든 날부터 부상을 입고 상이군인으로 제대하기까지 꼼꼼히 써내려간 일기, 배움에 대한 불굴의 집념으로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꿋꿋이 자기 삶의 길을 개척해나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년병이 남긴 한국전쟁 참전 일기라는, 흔치 않은 사료(史料)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 삶의 세목들을 통해 우리 현대사의 흐름을 읽고 스스로의 삶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값진 책이다.
전쟁의 아픔, 소년의 성장 그리고 역사의 빛과 그늘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고향에도 봄은 왔건만’에서 저자는 일제하에서 보낸 유년 시절과 북한 공산정치의 경험을 회고한다. 해방 전후의 사회적 혼란상과 극심한 이념 대립 및 한국전쟁 발발까지의 급박한 역사적 사건들이 평범한 시골 어린이의 눈으로 생생히 그려진다. 저자가 가족들과 헤어져 고향을 등지고 홀로 남하해 동족상쟁의 전쟁터에 서는 일련의 과정은 개인의 삶이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얼마나 쉽게 휘둘릴 수 있는지를 통감하게 한다.
2부 ‘소년병의 일기’는 저자가 1950년, 만 열여섯 살의 나이로 대한민국 육군 6사단 수색대에 현지입대해 6사단 7연대를 거쳐 최일선에서 복무하다 총상을 입고 1952년 상이군인으로 제대할 때까지 전선에서 남긴 일기로서 이 책의 주가 되는 부분이다. 포연 가득한 전장의 분위기가 생생히 느껴질뿐더러 총을 들었을 뿐 아직 앳된 사춘기 소년이었던 저자가 남긴 삶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대부분의 일기에는 당시의 특수한 사정 때문에 솔직히 기록할 수 없었던 일들을 덧붙여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3부 ‘의사로 산다는 것’은 제대 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삶을 담고 있다. 고등학교 과정을 거의 독학으로 마치고 의대에 입학하기까지,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고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이 담담하게 소개된다.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청년 시절과 군사 독재의 압제에 신음하던 조국 땅을 뒤로 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모습에서는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우리 역사의 질곡을 보게 된다.
“내일을 사는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잊어서는 안 될 우리의 과거와 앞으로의 꿈과 용기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전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상흔이 얼마나 깊은지 알지 못하며 별다른 관심 또한 없는 젊은 세대에게 이 책은 과거에 대한 냉정하고 깊은 이해 없이는 미래에 대한 전망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귀중한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다.
▷ 2008년 5월 3일 발행
▷ 978-89-546-0566-3 03810
▷ 153*210 | 232쪽 | 10,000원
▷ 책임편집: 오경철(031-955-2656, missbaker@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