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의 작가 박현욱 첫 소설집!
2001년 제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동정 없는 세상』,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아내가 결혼했다』로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가 박현욱이 그간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여덟 편의 옹골찬 단편들을 한데 묶었다. 등단작 『동정 없는 세상』에서 섹스에 대한 욕망과 환상에 빠져 있는 십대 소년의 이야기를 적절한 디테일을 갖추면서도 쾌활한 템포로 풀어낸 작가는, 등단 후 팔 년 만에 나온 첫 창작집 『그 여자의 침대』에서 예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적절히 뒤섞어 재미와 흡인력을 갖춘 특유의 ‘박현욱식 연애담’을 통해 그가 걸출한 이야기꾼임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보여준다.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
박현욱 소설의 기본적인 구도는 남녀간의 애정관계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홍빛의 달콤한 연애가 아니라 대체로 어긋나거나 균열을 보이는 불안한 구도에서 출발한다.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물들은 타인과 거리를 두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도피하기도 하는데 아무리 높은 벽을 쌓는다고 해도 타인과 완전히 단절될 수는 없다. 타인의 시선은 늘 ‘나’와 어긋나지만, 타인과 ‘나’는 그 어긋남이라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어이 바꾸고야 말았구나.”
사라진 이십 센티미터의 폭은 남자의 공간이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넓은 침대로 인한 불안감이 더 컸다. 침대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줄어든다 해도 그때까지 견디지 못할 것이다.(「그 여자의 침대」, 27쪽)
이 여자의 욕심은 도대체 끝이 없다. 내가 양보를 하면 자기도 조금은 양보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욕심대로 하자면 나도 이십 년 가까이 살았던 동네를 결코 떠나고 싶지 않단 말이다. 심사가 꼬이기 시작했다. 안 될 건 또 뭐야. 아내의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링 마이 벨」, 197쪽)
이렇듯 주인공들이 노력하는 것은 무관심의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타인과 절연하는 일이다. 그러나 완전한 단절과 외면은 불가능하다. 관계맺기의 중요성은 다른 작품에서 역시 중요한 모티프로 반복된다.
결혼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다. 그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그러니까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생명의 전화」, 88쪽)
이러한 냉소적인 시선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근본적인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가 냉정하게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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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의 침대」 학원 강사인 여자가 살고 있는 스물두 평짜리 아파트는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이다. 어느 날 그녀는 애인을 위해서 자신의 낡은 철제 침대를 버리고 더블침대를 구입한다. 그런데 새 침대가 집 안으로 들어온 후부터 그녀만의 공간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이인용’ 침대가 만든 ‘여분의 공간’은 그녀의 세계 자체를 낯설게 만든다. “말했잖아. 침대가 너무 커서 불편하다고.”
• 「벽」 어느 해 추운 겨울날, ‘나’는 카페에 앉아 K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니, 나눈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나’는 담벼락에 대고 혼자 떠들어대듯 K의 말에 아랑곳없이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으니까. ‘나’의 이야기는 가까워지려야 가까워질 수 없었던 음악(클래식), 차남으로서 서러웠던 유년기, ‘나’의 독서 이력으로까지 장황히 이어지지만 툭툭 한두 마디씩 던지는 K와의 대화는 계속 어긋나면서 끊길 듯 위태롭다.
“성가대 지휘 선생님은 그나마 노래를 조금 하는 애들은 테너로, 영 안 되겠다 싶은 애들은 베이스로 나누었다. 나는 육 년 내내 부동의 베이스였다.”
• 「생명의 전화」 어느 월요일 아침, ‘나’는 출근길에 문득 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느낌을 받고 당혹감을 느낀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실제로 땅에서 몇 센티 떠 있다.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파니’라는 여자는 마음이 허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몸의 병은 다 마음의 병이에요. 마음이 비면 몸도 비게 되는 거예요. 몸이 비면 가벼워지잖아요. 점점 가벼워지다가 결국에는 떠오르게 되는 거죠.”
• 「이무기」 열아홉의 청년 강은 프로 바둑 기사 지망생이다. 강은 지금 열아홉의 나이에 인생의 마지막 대국이 될 수도 있는 바둑을 두고 있다. 그가 보기에 프로들의 세계는 ‘무한한 천상’의 세계이다. 그에 비해 자신은 오랜 세월 동안 용의 형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영원히 하늘에 오를 수 없는 이무기다.
“힘들면 언제든 그만둬도 괜찮다. 너는 머리가 좋으니 지금부터 학교 공부에 전념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거야.”
• 「연체」 어느 날 아침, ‘나’는 시립도서관 사서의 전화를 받는다. 일 년 전에 대출해간 책을 반납하라는 것. 다섯 개의 상자 속 책들은 이젠 모두 너무도 낯설다. 네번째 박스를 열자 비로소 도서관 라벨이 붙은 책이 눈에 띈다. ????미국의ê송어낚시????ó°십년간의 결혼생활ê끝에í이혼한 아내가 좋아했던ì책이다 ì나는.이제껏 살아오면서ì연체했던ì것들을 하나ì둘í떠올린다ëìëë.
&ld뭐야o;이게, 늦어도 너무ë늦었네 ëìë.”
&bu「l; ã데이ëìëì만년ì영원히 대통령일ë것ë같던ê각하가 서거했다는ê소식에 ììì &ls나uo;ë&rs는u그저ë어리둥절할ë뿐이다 ë어른들은ì조국과 민족의 장래에 대해ì걱정하지만ìíìë &ls나uo;ë&rs를u비롯한 대부분의ë친구들은ì그ë반응이 낯설고 이해할 수í없다ì 소년들은ì어딘가 다르고 높아ê보이는 어른의 세계를 동경해 흉내내려í한다ë 좋아하는ì여자애에게도ììêë &ls사랑스럽다ëìëë&rs거나o;êë &ls미안하다ëìíë&rsq식의;화해나 구애보다는ìëëë &ls어른스럽게ëìëê&rsq그리고 êëê &ls남자답게ëìëê’.
&ld왜u여자아이들ì앞에ë서기만 하면ë입에서 나오는 말은ë마음속의ë말과는 영ê다르게 나오는 걸까요 ê국민학생일ë때는ì원래ë다ì그런ë걸까요 êêì?”
&bu「l; ãë벨ëì ë와 다투고 대문을 소리나게ì닫고ê나오니 갈ì데가ê없다ê 인생은 이런ì식으로 꼬이기 시작하는ì법이다 ë어쩌자고ì저ì여자와 결혼한 걸까í 모든.것은ë종소리 ì그날의 종소리 때문이었다ëììë.
&ld귓가에;종소리 비슷한 게ì들렸지 ëëì. (&helli오르가즘ìë마음이 평온하고í정신이 고요한데ê오르가즘은ë무슨ì 하여튼 그때í결심했던ê거야ë 이ì여자하고ì결혼해야겠다íìêë.”
&bu「l; ãê ìì가 집을ê나갔다 ë이틀이 가고ì사흘이 지나도 전화ë한ì통 없다í 그ë사이ê ìì &ls나uo;ë&rs는u다이어트를ì시작했다ìì결혼할 때íí ë 였던k체중을 이십대 때의ë ëì 대로k줄이는 게ì목표다 ë그때는 모든ë것이ë뚜렷했다ëë옳고.그름이 명확했고ë의지대로ì삶을ë끌어갈 수ì있다고 생각했다ìê러닝머신과ë훌라후프는ë복부지방으로ì축적된 세월의 때를ì벗겨줄 것이다 êìë.
&ld하루가;다르게 살이ê빠졌다 ë살이.빠질수록ë아내에 대한ì원망이 커져만 갔다ë êë.”
의ì책읽기―간통ê같은í독서의 계보ì êë
&ls간통o같은í독서ì ëì&rs는u수많은 러브스토리와ì스캔들을ìì그리고 수많은 ìëì &ls의미의;사생아 ììì&rs들을o낳겠지만ëê무엇보다ëìëë &ld이방인들을ë만나는 ëëë&rdq이질적인ì경험을 각인시킨다는ì점에서 중요하다ìì또한.이는í고정된 독서목록이나ë해석의 카드를 찢어버리는ì해체적 독서법이다ìë그러한 독해의 위력은 갑작스럽게ì안으로 파고들어온ê외부의 힘과ì돌진하는ë내부의 힘의ì마주침 ë그를,통한ë íí &ls깨어남;êìë&rs이다o;ìë. &ls깨어남;êìë&rs은u다소ì폭력적인í충격을 동반하지만ë그것은 인식적 전환을 요구하여ì세계의 또다른 지평을 열í수 있다ì 해설.(íì ã&ls간통o같은í êì&rsq독서의 계보」 êëã,쪽249ì)
책읽기는ì「벽」「연체」「해피버스데이」ì등의ã작품에서ì강하게 나타난다ëíëë.
책
에0나왔던 학원사의í세계문학전집ë시리즈 중ë프루스트가ë있었다 ì지금.봐도ê제목ë하나만큼은ë근사해 보이니 갓ì스물에는ì얼마나 근사해 보였겠는가ìê오직.그ì때문에 사ë읽었다 ììë. 이ì내ì책장에서ì사라진 지ë꽤 오래되었다ëë누군가 빌려간 뒤ë돌려받지ë못했다 ë예나.지금이나ì우리집에ì오는ì친구들 중에는 소설에 관심이 있는ì친구가 거의ê없는데 누가ë빌려간 것인지 매우ì궁금하다êê「ë.(ãëã~ 5쪽ï57ì)
자본론』이ë출판되었다고ë좋아했을ì때í그녀는 『잃어버린ì시간을 찾아서』ì완역본 전권을 다ê샀다며 기뻐했다êëíë. (&helli우리가 같이ê읽은ì책이라면ì두세ë권의ì『창작과비평』ê정도였을ì것이다 ê그러나 나는ë『창작과비평』에ë실린ì사회과학ì논문들만ë읽었고 ì아내는 그ë논문들만ë빼놓고 읽었다 ì「ë.(ãììã,쪽136ì)
집에는 ììë (…) &년중앙ìëìì&니t;ìë &깨동무ìêëë&g하는ë만화잡지들도ì많았습니다ìì필주네 아버지는ì신문사인지ë잡지사인지ì그런ì만화잡지들을ì공짜로 얻을ë수ì있는ì직장에 다닌다고ë했습니다íì그래서 월말이면ì만화잡지들을ì많이ì들고ì온다고 했습니다íì어디.그뿐인가요ëì필주네 집에는 ììë &소년;클로버문고ëëëê&g거의ë다ê있었습니다ììë「. (ã데이ëìëìã,쪽159ì)
저ì사물이 아니라 각자의 기억ì속에서 살아ì움직이고ì재창조되는ì과정은 독자ì자신이 스스로의ì인식을 넘어ì새로운 질서를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다êí이ë소설집에ì수록된 여덟ë편의ë소설을 읽으면서ì『잃어버린ì시간을 찾아서』ì『자본론』ì『창작과비평』『미국의ã송어낚시』ìëìã &년중앙ìëìì> &깨동무ìêëë&등의;텍스트의í기억을 떠올리는ë독자라면ëì또는,그것에 얽힌ì추억을 떠올려보는ì독자라면ë일찍이 없었던 ììë &ls가장o세련된 형태의 간통ì êí&rsq같은;독서를 즐겨볼 수ê있을ì것이다 êì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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ë소설들이ì지니고 있는ê가볍고 경쾌한 리듬은 기성의 모럴을 뒤집어놓는ì이같은 역설의 힘에서 비롯되는ë것으로 보인다 ë그리고 그ë밑에는 자기ë욕망에 대한ì정직성이라는ì좀더ë큰ì힘이í버티고 있다ê 그것은 박현욱이ë만들어낸ë전형적인ì인물들이ì공유하고ê있는ê미덕이기도ë하다ë íë. 문학평론가ííëê)
ë연애담은ì가벼우면서도ì근본적인ê질문을 담고ì있다ê 무릇.연애시 戀愛詩(는æ존재론을ì담고ì있듯이 ì작가가 집요하게ì반복해온ë테마를 토대로 인간의 세계ì타자ê와í관계맺는ê방식에 관한ì일종의 존재론적ì지평을 끌어낼 수ì있으리라ì생각한다ìê그렇다고ê갑자기 무겁거나ë엄숙해질ì필요는 없다ë 눈치.빠른ì독자는 이미ë알고ë있겠지만ì박현욱은ë총잡이나ì신봉자가ì아니라 익살맞은ì아이러니스트다ëìíë. 문학평론가ííë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