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 저자
- 김도연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2-07-20
- 사양
- 296쪽 | 신국판
- ISBN
- 89-8281-520-1
- 분야
- 소설집
- 정가
-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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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김도연의 「검은 눈」은 무엇보다도 신선함이, 바꿔 말하자면 패기랄 수도 있는 그 힘이 반가웠다. 이야기꾼으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엿보이는 점 또한 그러하다. 소설쓰기와 살아내기, 욕망과 억압이라는 지난한 과제, 혹은 이분법적인 명제가 꿈과 현실의 공교하고 유연한 장치를 통해 무리 없이 형상화되어 있다.--오정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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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도연
1966년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나 강원대 불문과를 졸업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0년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doyeo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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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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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독특한 문학세계의 신예, 첫번째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제1회 중앙신인문학상(2000)을 수상한 소설가 김도연의 첫 소설집이다. 중앙신인문학상 수상 당시 "풍부한 상상력으로 만남과 헤어짐의 아픔을 내면화한 작가적 재능이 높이 평가되었다"는 평을 들은 바 있는 김도연은, 이번 소설집에서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작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실재하되 실재하지 않는 현실을 그려나간다. 실제로 「검은 눈」 「기차가 사북을 지나간다」 「소리개가 떴다」 등 다수 소설은 폭설로 고립된 공간을 그 배경으로 한다. 시골 총각 노총각 소설가로 대표되는 주인공이 그 공간에서 겪는 일들은 현재와 과거, 미래를 오가며 읽는 이로 하여금 꿈인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별되지 않는 몽환적 세계로 이끈다. 약간의 어지럼증과 함께 그 여로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우리가 현실이라 믿고 있는 것이 과연 현실인가 의심을 갖게 된다. 결국 작가는 첫 소설집에 실린 9편의 단편을 통해, 이 세계가 품고 있는 진실을 다시 돌아보라고 속삭인다.
이렇게 몽환적 분위기 묘사와 감각적인 문체 뒤에 도사리고 있는 섬뜩한 진실은 이번 소설집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삶을 거스르는 환각의 기호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제1회 중앙신인문학상 수상작으로서 실연당한 한 젊은이의 정신적 방황을 담고 있다. 나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와 이별을 한 뒤, 삼 년 전 여자와 함께 왔던 동해안의 작은 포구 민박집에서 여자의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머문다. 민박집에서의 나는 술과 잠에 취해 현실과 환각과 환영 사이를 오가며 여자와의 지난일과 자신의 청춘을 반추한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단순한 사건 전개에 반해, 감각적인 문체와 심리묘사로 실연에 따른 피해의식과 은근한 자살충동, 자기 모순으로 인한 혼란 등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소설영역을 개척했다.
·「검은 눈」--폭설로 길이 끊긴 산골의 외딴집. 남해안으로 동백꽃 구경을 간 노부모를 대신하여, 소 한 마리와 개 두 마리를 비롯한 수십 마리의 가축의 건사를 책임지게 된 나는 실연의 슬픔을 못 이겨 돌배술을 마시고 깊은 잠을 잔다. 꿈속에서 인간의 말로 불평하는 가축들을 달래다 일어나 마지못해 먹이를 주고, 다시 꿈속에서 동물들과 분쟁하던 끝에 깨어나 먹이를 주고 술을 마시고 잠이 들고, 며칠을 이렇게 보내다 정신을 차린 그는 굶주린 개들에게 물어뜯겨 죽어 있는 자신의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꿈에서 깨어났던 것이 아니라 다른 꿈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며, 자신이 했어야 할 일을 환상 속에서만 실천했던 것이다.
·「기차가 사북을 지나간다」--사북사태(1980년 4월) 당시 삼 일간 사북을 점거했던 6천 명의 광부 중 하나였던 그는 이십 년이 지난 지금 폐광된 광산 위에 새로 들어선 카지노에서 도박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천지를 뒤덮은 폭설 때문에 길이 끊겨 자신이 사북에 갇혀 있다고 생각한다(사실 그곳엔 수시로 기차가 오다닌다). 빠져나갈 길을 잃은 그에게 "곰 한 마리. 도마뱀 한 마리. 길. 크기가 다른 세 개의 호수. 천막 두 동. 천막 옆의 십자가 세 개. 한 천막 안에 그려진 여인의 팔"이 그려진 그림편지만이 발신인 없이 이십 년 전부터 도착하고 있을 뿐이다. 그림편지가 상징하듯 결국 이십 년 전 그 짧은 해방감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은 채 도박으로 해소되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광부는 그리하여 사북을 벗어날 수 없다.
·「야하고 묘하고 혹한 이야기」--결혼을 하루 앞둔 나는 서류 위조로 군 제대를 앞당긴 사실이 들통나 강제 징집된다. 부대로 향하는 군용트럭에서 "실지렁이 같은 미소"를 띠는 박병장을 마주친다. 현역 시절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나는『삼국지』를 하루 종일 복창하는 것에서 시작해 수시로 박병장을 즐겁게 할 만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야 했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혹독한 기합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악몽 같은 시간의 재현에 나가 절망감을 느낄 무렵 군용트럭이 사고로 뒤집어진다. "이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잠깐, 사건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 결국 "이 이야기에서 나가는 길은 없"다.
·「지중해」--동해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는 버스에서, 고니의 사진을 찍기 위해 여행하는 남자와 지중해를 찾아간다는 여자가 나란히 앉게 된다. 강원도 해안의 호수를 거쳐 지중해에 도착할 거라는 여자는 그리스어를 알고 있으며, 이름난 고대 궁전들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지녔다. 그러나 남자는 고니를 발견하지 못하며, 여자는 지중해에 이를 수 없다. 남자와 여자는 경포호 언저리의 호텔이나 영랑호 건너편의 호텔에서, 또는 화진포와 바다가 함께 보이는 콘도의 객실에서, 잠자리를 같이할 뿐이다. 남자와 여자는 알몸으로 끌어안고 사진을 찍는다. 그러는 동안에도 남자의 수첩 속에는 이미 삼 년 전 두 사람의 모습을 함께 담은 사진이 들어 있다.
·「가수는 노래하지 않는다」--좌천된 산골 마을에서 차량을 검문하며 권태롭고 암울한 일상을 보내는 말단 경찰 박순경. 어느 날 이 마을에 한 여자가 들어와 술집에서 접대부로 일을 한다. 박순경은 여자와 술을 마시다 그녀가 현상수배된 시국사범임을 알게 되고 포상을 기대하며 기뻐하지만 술에 취해 잠이 든다. 그 다음날, 버스를 타고 다시 마을을 떠나는 여자를 검문하게 된 박순경은, 그러나 여자를 체포하지 않고 떠나보낸다.
·「아침못의 미궁」--지난밤을 함께 보낸 여자가 아침못에 뛰어들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은 의상. 그러나 그는 그 여자의 이름은커녕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는 홍련암으로 올라가면서 지난밤의 기억과 몇 해 전 그곳에서 사라져버린 재인을 다시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분명하지 않고, 찾으려 할수록 진실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숨어버린다.
·「소리개가 떴다」--한 국립공원에 폭설이 내려 세상과 두절된다. 그날, 예견력을 가진 그곳 암자의 노승이 세상을 뜨고, 산을 떠나던 산새들은 자기들끼리 싸움을 벌인다. 낯선 노란 새가 매에게 습격을 당하는 순간, 관리사무소 안에 갇혀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던 그는 이유를 알 수 없이 김양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춘천 가는 배」--17세기 주자학자 곡운이 춘천의 북서쪽 곡운에 머물 때, 북한강 언저리의 아홉 절승을 골라 곡운구곡(谷雲九谷)을 지정한 것부터 소설은 출발한다. 이후 19세기 다산은 북한산 유람을 하며 주자학적 세계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자연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곡운이 정했던 구곡의 내용을 수정하고 순서를 바꾼다. 그리고 한말의 소금장수 취생과 몽생에게는 이들 모두가 당쟁의 일부로만 느껴진다. 현대, 곡운의 후손이자 한학자인 동송과 동양화가 백파가 구곡을 찾는다. 완고한 동송은 다산을 규탄한다.
이 책에 대하여
김도연의 「검은 눈」은 무엇보다도 신선함이, 바꿔 말하자면 패기랄 수도 있는 그 힘이 반가웠다. 이야기꾼으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엿보이는 점 또한 그러하다. 소설쓰기와 살아내기, 욕망과 억압이라는 지난한 과제, 혹은 이분법적인 명제가 꿈과 현실의 공교하고 유연한 장치를 통해 무리 없이 형상화되어 있다.--오정희(소설가), 제47회 현대문학상 본심 심사평에서
소설쓰기는 자연 만물에 그 은유적 관계가 소멸하였음을 깨닫고도 그에 관해 끊임없이 말해야 하는 형벌이다. 실제로 김도연은 「야하고 묘하고 혹한 이야기」에서 자신의 습작과정을 벌받으면서 글쓰기로 표현하고 있다. 그는 형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안다. 누릴 수는 없어도 잊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은 상징문학의 숨겨진 원리가 아닌가. 사랑을 그 기억의 알레고리로라도 적어두어야 문득 사랑이 나타났을 때 그 얼굴을 알아볼 것이다. 그리고 그때 아직 소설가의 현실에 머문 김도연의 현실은 수식어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황현산(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2002년 7월 6일 발행/ISBN 89-8281-520-1 03810
*신국판/296쪽/값8,500원
*담당편집: 조연주, 장한맘(927-6790, 내선 217, 214)
김도연의 「검은 눈」은 무엇보다도 신선함이, 바꿔 말하자면 패기랄 수도 있는 그 힘이 반가웠다. 이야기꾼으로서의 훌륭한 자질이 엿보이는 점 또한 그러하다. 소설쓰기와 살아내기, 욕망과 억압이라는 지난한 과제, 혹은 이분법적인 명제가 꿈과 현실의 공교하고 유연한 장치를 통해 무리 없이 형상화되어 있다.--오정희(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