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목공소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 저자
- 김진송
- 출판사
- 톨
- 발행일
- 2011-03-21
- 사양
- 147*216
- ISBN
- 978-89-546-1436-8 (0
- 분야
- 교양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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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13,8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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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와 『목수일기』의 저자이자 우리 시대의 종합지식인 목수 김진송의 신간. 그가 말하는 상상력이란 경계와 분야를 넘나들 때 발생하는 혼란과 무질서를 즐기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상상력을 대단하고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상상력은 그저 감정이입 능력, 즉 공감력의 다른 말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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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진송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진송은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활동했으며, 출판기획자로서 근현대미술사와 문화연구에 대한 관심을 텍스트로 복원해내는 작업을 통해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광고의 신화·욕망·이미지』 등의 책을 기획했다. 1930년대 신문자료를 수집하고 해석하여 한국의 근대가 형성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 그의 대표 저서인 『현대성의 형성―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1999)는 주류의 역사에서 벗어난 개인들의 삶을 재조명함으로써 역사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1998년, 그는 역사와 문화와 예술을 넘나드는 전방위 지식인의 삶을 뒤로하고 아버지의 고향인 남양주로 내려가 "목수 김씨"의 삶을 시작한다. 사십 년 가까이 책상물림으로 살았던 그가 별다른 수업이나 훈련 없이 덜컥 목수를 자처하며 대패를 들고 나무를 갈아댔을 때, 그것은 다만 생계를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제재목이 아닌 천연목을 생긴 모양 그대로 깎고 다듬어 "게으름뱅이를 위한 테레비 시청용 두개골 받침대" "자유로운 포즈를 위한 의자" "야한 책상" 등 기발하고 엉뚱한 가구며 목물을 만들어냈을 때 사람들은 놀람과 감탄을 동시에 보냈다. 그 당시의 과정을 소박하게 기록한 『목수일기』(2001)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후 목공작업에 이야기와 상상력을 보탠 작품들로 일곱 차례 전시회를 개최했다. 애초에 글쓰기와 만들기, 생각하기와 움직이기를 따로 떼어놓지 못하는 기질 혹은 능력 탓이 작품이 쌓이는 만큼 글도 쌓였고 나무작업에 관한 기록은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2003)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2007) 등의 책으로 묶였다.
스스로를 "목수"라고 칭하지만 "저술가"이거나 "비평가"이거나 "예술가"이기도 한 김진송을 굳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종합지식인"이다. 근대 형성과정에서 개발 논리에 잠식당한 서울이라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기억으로 재조명한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1968 노량진 사라진 강변마을 이야기』,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대성의 이면과 역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 『가루부의 신화』, 현대문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지식체계들을 뒤집어 봄으로써 "논리"의 허상과 지적 허영의 폐부를 파헤친 『인간과 사물의 기원』 등의 책을 집필함으로써 "지식의 계통과 체계"라는 상투성의 벽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글쓰기를 지속해왔다. 그는 문화와 역사, 과학과 기술, 사회와 예술 등 현대의 "교양"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종횡무진의 상상력과 촌철살인의 문장으로 현대사회와 물질문명의 핵심을 꿰뚫는 사유를 보여주는 그는 정신과 물질, 이론과 경험, 사유와 행동을 분리시키지 않는 우리 시대의 진정한 르네상스적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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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움직이는 이야기
1. 이야기와 이미지
악몽
텍스트 주기와 이미지 주기
결핍의 언어들
뱀과 중력
2. 이야기를 만드는 기계
시간의 사냥꾼
고집 센 노인
상상력의 세 가지 축
3. 언어와 상상의 간격
비밀의 집 혹은 해석의 자유
생각입자
2장 문명의 이빨
1. 아날로그의 유물
시간의 톱니바퀴
목수와 연장
기계의 파시즘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
2. 자동인형의 꿈
책잠에 빠진 아이
데카르트의 딸
반복과 편차
3. 기계문명의 상상력
세상 밖 한 걸음
기계의 역설
페트롤리우무스와 흰개미집의 문명
너무 잘난 기계들
3장 상상의 웜홀
1. 벌레와 목수
상상의 결핍
벌레구멍
타자의 삶
목수의 이중성
2. 상투성의 세계
거미와 여인
내면의 벌레들
´문화´의 한계
3. 웜홀을 여행하는 바업
굳건한 세계를 의심함
어른들의 동심
총체적이거나 잡다하거나
익숙하고 새로운 차원으로
4장 진화와 상상력
1. 자연, 상상의 공간
숲의 박물관
작업실의 딱새
감정이입
벌레의 상상력
2. 꽃은 왜 아름다울까
꽃을 만들다
꽃의 상징
벌레를 위하여
꽃의 섹스
꽃을 부끄러워하다
5장 눈먼 기계공
1. 자연과 일하기
지구에서 살아남기
자연에 가까운 일은 없다
2. 물리의 공간
목수의 시간
머리가 무거운 새
도르래 문제
3. 경험과 이론
폭주족
수학의 함정
6장 경험과 지식
1. 몸으로 배우기
배움에 중독된 사람들
체계적인 일
감각의 경험
2. 경험의 한계
보잘것없는 지식
감과 눈썰미
객관화의 덫
3. 세 갈래 길
일상의 혼란
확신의 오류
세 개의 지식
뒤바뀐 서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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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 21세기는 왜 창의적 인재를 요구하는가
현대문명은 최고의 인재를 가리는 첫 번째 기준으로 ‘크리에이티브creative’를 꼽는다. 세계적 기업의 CEO나 대기업의 화려한 광고는 물론이고, 교육사업 종사자들이나 정치인들조차 크리에이티브가 가장 중요한 국가경쟁력이라고 외친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은 물론 과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이제 ‘창의성’은 단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문제라고 한다.
천재들의 창의성의 비밀을 밝힌 책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EQ를 개발하는 창의력 학습법이 유치원의 필수과목이 되었다. 취업면접을 볼 때도 이목을 끄는 스펙과 더불어 남다른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자기만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정작 명문대에 들어가는 데 EQ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증명하기 힘들고, 천재가 아닌 이상 천재의 비밀을 알더라도 흉내 내기 어려우며, 회사에 입사해서 매일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직장인이 되고 나면 창의력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어쩌면 이 시대가 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단지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력이거나, 또는 자신만의 개성적인 표현을 위한 수단 또는 예술적 창작물로서의 ‘유니크한 것’은 아닐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이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거나 즐겁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근대가 노동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1의 가치로 여겼다면, 21세기는 ‘창의성’을 생산성과 효율성보다 우위에 놓는다. 그 까닭은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들을 포괄적으로 생각하고 거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통합된 능력이 절실해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에겐 상상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하고 유용하며 통합적인 논의가 시급하다. 김진송의 『상상목공소: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는 이러한 필요와 질문에 구체적이고 보편적이며 근본적인 답을 제시한다.
∵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배우고 느끼고 창조하라
『상상목공소』가 상상력과 창의성을 설명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개의 층위로 구성된다. 첫째는 저자가 ‘움직인형’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묘사나 설명을 통해 상상력을 이야기한다. 움직인형이란, 말 그대로 움직이는 인형이다. 하지만 전기나 배터리로 움직이는 자동인형이 아니라 백퍼센트 수동식, 아날로그 인형이다. 하부에는 나무로 깍은 톱니바퀴와 강선들로 이루어진 기계장치가 있고, 거기에 연결된 손잡이를 돌리면 상부에 있는 나무 인형이 일정한 ‘스토리’에 따라 순차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목수인 저자는 이 ‘움직인형’을 만드는 과정에서 때로 물질의 한계에, 때로는 기계장치 자체의 한계에, 또 때로는 서사의 한계에 부딪친다. 그리고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상상력에 대해 사유하게 된다.
둘째는 바로 이러한 경험과 관찰에서 나온 사유를 다시 사색하는 층위다. 물질의 속성이란 상상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과학과 기술이 상상력을 어떻게 증폭시키거나 제한하는가.
우리는 왜 자연을 관찰해야 하는가.
언어와 이미지는 얼마나 상호보완적이며 동시에 상호 충돌하는가.
반복과 경험과 일의 상관관계는 무엇인가.
일상성과 상투성은 어떻게 상상력을 억압하는가.
또는 반대로 독창적인 상상력을 수용하는 데 상투성은 얼마나 필요불가결한가.
이해를 위한 상상력과 해석을 위한 상상력 그리고 창조를 위한 상상력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등등.
셋째는 이러한 사색으로부터 도달한 저자의 통찰이다. 그는 자연지식, 경험지식, 이론지식이 제각각 자기 틀 안에서만 맴돈다면 상상은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그는 말한다. “자신의 천적의 천적을 모사한 벌레의 의태. 과학은 이를 가리켜 우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결과물, 이라고 설명한다. 의식적 노력이 아니라 ‘우연’이었다고. 그러나 타자의 시각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나가는 벌레의 변태야말로 상상의 극점이다.” 나무속에서 펄프를 갉아먹으며 돌아다니는 벌레처럼, 경계를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경계를 뚫고 자유롭게 드나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과학과 객관이라는 명분으로 지식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한, 진정한 상상의 다채로움은 그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잡다하고 총체적인 경험을 통해 사물을 관통하는 원리와 이치를 파악하는 격물치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창의적 인간이란 학문적이거나 언어적인 지식의 형태뿐 아니라 감각과 경험의 형태로 자유롭게 다른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상상력의 소유자”라고 결론 내린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와 『목수일기』의 저자이자 우리 시대의 종합지식인 목수 김진송의 신간. 그가 말하는 상상력이란 경계와 분야를 넘나들 때 발생하는 혼란과 무질서를 즐기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상상력을 대단하고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상상력은 그저 감정이입 능력, 즉 공감력의 다른 말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