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르 카스티용은 가장 단순한 단어들로 원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마가진 리테레르
천사의 얼굴로 악마의 글을 쓰는 작가
프랑스의 유행을 창조하는 작가 클레르 카스티용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괴물’ ‘천사의 얼굴로 악마의 글을 쓰는 작가’ ‘프랑스 문화계의 암흑의 천사’…… 순전히 작품만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매력적인 이슈메이커로 소설을 읽지 않는 이들에게까지 파워를 행사하는 서른두 살의 작가 클레르 카스티용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된다.
2000년 스물다섯에 발표한 처녀작 『다락방』 이후로 거의 매년 한 권씩의 작품을 발표하는 왕성한 창작열의 클레르 카스티용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소설 창작 외에도 <자정을 기다리며>라는 성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관능적인 사회자로 활동하는 한편, 한때는 프랑스 최고의 뉴스 앵커 파트리크 푸아브르 다르보르와의 사랑으로 엄청난 스캔들의 주인공이기도 했으며(사랑이 끝난 후 카스티용은 『렌 클로드』라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소설을 발표했으며, 역시 소설가이기도 한 다르보르는 그에 대한 화답으로 『돈 후안의 죽음』이라는 소설을 발표하기도 했다), ‘겐조’의 향수 ´플라워 바이 겐조’의 리미티드 에디션에 들어가는 문구를 쓰는 ‘트렌드세터’이자 전방위아티스트이다. 매년 그녀가 발표하는 소설은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주요 언론들은 그녀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녀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줄을 선다.
이보다 사악하고 찌질할 순 없다!
매력적인 괴물이 선보이는, 잔혹+기괴 러브스토리
그러나 ‘괴물’ ‘악마의 글’ ‘암흑의 천사’ 등의 별명에서 짐작 가능하듯 클레르 카스티용의 소설들은 결코 착하지 않다. 비뚤어지다 못해 낭떠러지로 자신을 몰고 가는 악당, 놀라울 정도로 비틀린 시각에서 바라본 가족의 이야기, 자폐적이고 상처투성이의 러브스토리, 난도질당하고 짓밟혀버린 남녀의 관계…… 어둡다 못해 암울하기까지 한, 가장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마음속을 헤집어 보여주는, 기괴한 상상력의 산물들이다. 열두 살 때 할아버지의 장례식 날 갑자기 집 부엌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클레르 카스티용. 광장공포증에 걸려 결국에는 학업마저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녀의 작품에는 오랜 자기 유폐의 시간에서 건져올린 놀라운 상상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작품 『다락방』부터 2007년 봄에 발표한 소설집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까지 카스티용의 작품세계는 그와 같은 일관적인 기조를 유지한다.
『왜 날 사랑하지 않아?』를 읽는 것은 고통이다. 살인을 저지르고 그 죄를 아버지에게 뒤집어씌우고, 어머니에게 매춘을 알선하고,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한 살배기도 안 된 아들을 주차장에 버리고, 노인을 강간하고…… 이 ‘못된 송아지’의 뒤를 쫓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예민한 촉수를 지닌 이라면, 이 ‘나쁜 남자’의 위악과 그로테스크한 행동에서 사랑에 대한 갈구와 순수를 발견할 것이다. 도무지 사회에 편입될 수 없을 것 같은 버러지 같은 인생에서, 상처 입은 짐승의 울부짖음을 듣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정과 연민이 아닌, 어떤 기이한 공감이다.
일인칭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왜 날 사랑하지 않아?』에는 기만적인 자기정당화나 자기 연민이라고는 엿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철저하게 배제한, 진술을 하는 듯한 어조에 경제적이리만치 단순하고도 간결한 어휘를 구사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원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문장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그래서 독자는 화자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침내는 어떤 이해의 단계까지 접어든다. 히치콕의 오래된 명언처럼―“악역이 매력적일수록 그 영화는 성공한다.”
이 못돼먹은 주인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클레르 카스티용은 답한다. “심지어 나는 이 주인공에게 애정을 느끼는 걸요. 그는 내가 닫고 싶어하지 않는 어떤 문을 내 안에 열어주거든요. 검은 문을요…… 나는 유채색만 보고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내가 암흑으로 통하는 그 문을 닫아버리지나 않을지 두려워요. 나 자신을 비껴가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지요.”
끔찍한 유머를 담은 이 소설은 각 페이지마다 히치콕의 교훈이 새겨져 있다. 악인이 성공할수록, 그 작품이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렉스프레스
이 매력적인 악당의 모험을 따라가라. 단, 정신은 꼭 붙잡아두길!
클레르 카스티용의 소설이니까. 좋든 싫든, 일단 읽어야 할 소설! 아마존 프랑스 독자
왜 날 사랑하지 않아?
왜 날 사랑하지 않는 거냐고!
거듭되는 유산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생명을 얻게 된 ‘나’. 그러나 부모는 서로를 증오한다. 남편 앞에서는 싸늘하게 몸이 식어버리는 엄마와 직장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는 아버지. 언제든 무너질 것처럼 집안 분위기는 위태롭기만 하다.
나는 너무 빨리 자랐고, 어린 나이에는 느낄 수 없는 삶의 고통을 늘 떠안고 있다. 백 살은 족히 먹은 것 같다. (…)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봐 조마조마하다. 엄마가 늘어진 뱃살을 잘라내거나, 엄마가 물을 끓이는 동안 아버지가 목을 매거나, 그도 아니면 엄마가 착각을 해서 물이 아닌 아버지를 끓이지나 않을까 두렵다.
나는 어린 나이에 이미 인생이라는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괴물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내가 백 살은 족히 먹은, 사람들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부 알고 있는 사람 같다. 사람들이 설명해주지 않았는데도 나는 탄생과 죽음을 배웠다. 언제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지, 언제 장사꾼이 바가지를 씌우고, 언제 사람이 울음을 터뜨리는지 알고 있다. (…) 지구는 내 손 안에 있다. 그것을 돌릴 내가 없다면 오래전에 지구는 멈추었을 것이다. 조숙한 아이, 똑똑한 아이, 세심한 아니, 월계관 같은, 칭찬 같은 그런 말을 내가 어떻게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봐도 나는 비정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배신감을 느낀 나는, 아버지의 여인이 사는 집으로 가 그녀와 아버지 사이의 소생인 ‘배 다른 동생’을 베개로 짓눌러 질식사시켜버린다. 영아살인사건의 수사는 시작되고, 나는 사건의 범인이 아버지인 것처럼 조작해 아버지를 감옥으로 보냄으로써 그를 단죄한다. 아버지가 없어지자 살 길이 막막해진 모자는 근근이 다림질로 입에 풀칠을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으로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직감, 엄마를 매춘의 길로 내몬다. 엄마 몰래 세탁 일과 함께 매춘도 한다는 전단지를 뿌린 것이다. 엄마는 아들의 계략을 모르지만 이내 매춘으로 먹고사는 데 익숙해진다. 한편 내게는 로레트라는 꿈의 여자가 있다. 같은 학교 같은 반의, 말하자면 첫사랑이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관심이 없다. 나는 언제나 따돌림을 당하는, 변변찮은 녀석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집요하게 따라다닌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서라면 못 할 짓이 없다. 그러나 로레트는 오히려 그런 나를 벌레 보듯 피하고, 나의 가학적/피학적 사랑은 계속된다. 이런 볼품없는 나를 좋아해주는 여자가 있다. 파트리샤라는 여학생이다. 나는 로레트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고자 파트리샤와 어울리지만 그녀는 관심이 없다. 이런 관계는 어른이 될 때까지도 계속 되어 나는 결국 파트리샤와 사랑도 없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로레트를 향한 나의 사랑은 단 한 번도 식은 적이 없다. 나는 만삭인 아내를 내팽개쳐두고는 잃어버린 사랑을 찾고자 로레트를 스토킹하고, 다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누가 말이야?”
“날 좀 가만히 내버려둬. 난 널 원하지 않아. 앞으로도 그럴 거고. 난 널 사랑하지 않는다니까.”
“아냐, 넌 날 사랑해.”
“너 완전히 돌았구나.”
사랑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랑을 주고받는 행복을 모르는 괴물 같은 남자가 되어버린 나의 사랑 고백은 이제 어린아이의 투정이 아니다. 소통을 거부하는 사랑, 광기마저 엿보이는 나의 사랑은 자신은 물론이요 모두를 집어삼켜버리는 악몽이 된다……
클레르 카스티용 Claire Castillon
1975년 프랑스 불로뉴 비양쿠르에서 태어났다. 열두 살 되던 해 할아버지의 장례식 후, 갑자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열여섯 살 때 광장공포증에 걸려 길고 지난한 정신과치료를 받던 중, 스물다섯 살에 첫 소설 『다락방』을 발표해 비평계와 독자들의 주목을 공히 받았다.
그후 거의 매해 한 편 씩 작품을 발표하며 프랑스 문단에서 독특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아름답고 고혹적인 외모와는 다르게 가치 전복적이며 도발적인 작품 성향 때문에 ‘천사의 얼굴로
악마의 글을 쓴 작가’로 불리기도 하며, 일거수일투족이 가십란에 오르내리며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트렌드세터’이기도 하다. 소설 쓰기 외에도 클레르 카스티용은 희곡 『기침하는 인형』을 발표해
무대에 올리기도 하고,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로 활동하는 전방위 아티스트이다. 『다락방』(2000), 『나는 뿌리를 내린다』(2001), 『렌 클로드』(2002), 『그녀에 대해 말하다』(2004, 티드 모니에
대상 수상작), 『로즈 베이비』(2006), 『사랑을 막을 수는 없다』(2007) 등의 작품이 있다.
옮긴이 김윤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번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한국문학번역원에 있다. 저서로 『불문학 텍스트의 한국어 번역 연구』, 옮긴 책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조서』 『파스칼』 『플랫폼』 『한밤의 사고』 등이 있다.
* 2007년 10월 31일 발행
* SBN 978-89-546-0402-4 03860
* 128 * 188 | 240쪽 | 9,500원
* 책임편집: 해외문학 3팀 김지연(031-955-8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