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혼하고 싶어! 아이도 낳고 싶어! 모르는 남자를 만나러 가는 날 아침, 난 샤워를 하며 씁쓸하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신이 베푼 권리라도 되는 양 자연스럽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데, 내게는 그 모든 일이 헤라클레스의 힘으로도 벅찰 만큼 힘겹게만 보였다. 절대 내가 눈이 높아서가 아니다. 난 남편 한 사람이면 족하다. 내 나이에 두세 명의 남편을 겪은 여자도 있다. 그런 남자들 중 한 명은 분명 내 남자였을 거다. 그 사람들이 낳은 아이도 내 아이들이었을 거고. (1권, 본문 76~77쪽)
여자 나이 서른넷.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미래에 대한 무지갯빛 꿈은 저 멀리 사라진 지 이미 오래고, 이제 남은 거라곤 노처녀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와 김빠진 콜라처럼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뿐이다. 소설 『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주인공인 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피라이터라는 그럴듯해 보이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실상 그녀의 주업무는 카풀 홍보회사에서 홍보자료를 쓰는 것이 대부분이고, 그녀는 그저 그런 직장에서 그저 그런 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무미건조하고 심드렁한 일상, 특별한 목표도 열정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어느 날 아주 특별한 리스트가 찾아온다.
평범한 칙릿은 가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영화제작자가 선택한 화제작
2006년 출판계 화제의 중심에는 ‘칙릿(Chick-lit) 열풍’이 있었다. 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욕망을 그려낸 일군의 소설들이 서점가를 강타하며, 우리시대 여성들의 속내를 솔직하게 보여주었다. 소설 『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역시 이런 소설들과 궤를 같이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거기에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삼십대 여성의 성장기라는 따뜻한 감동까지 더해서. 이런 소설을 발 빠른 할리우드가 놓칠 리 없다. 지난 해 전 세계 여성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영화제작자가 이 소설이 출간되자마자 영화 판권을 사간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독자들은 벌써부터 영화의 주인공으로 리즈 위더스푼, 산드라 블록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 소설의 영화화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준에게 떨어진 미션 임파서블 죽은 그녀의 리스트를 완수하라!
인생은 재미있는 거야. 사람들의 삶에는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거나 너무 적은 일이 일어나. 적당한 경험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과연 있기나 할까? (1권, 본문 245쪽)
서른넷,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이 시대의 보통 직장여성 준. 남들은 그 나이에 두세 명의 남편을 겪기도 하건만 자신은 아직 남편은커녕 애인 하나 없다며 한탄하는 외로운 싱글이다.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체중관리모임에서 만난 마리사를 자신의 차에 태우게 된다. 언제나 뚱뚱한 게 콤플렉스였던 스물넷의 마리사. 그녀는 최근 45킬로그램 빼기라는 혹독한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는 상태. 그런데 그만 교통사고가 일어나면서 마리사가 죽고 만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준은 마리사가 죽은 지 정확히 여섯 달째가 되던 날, 그녀의 무덤에 찾아갔다가 그곳에서 잘나가는 교통리포터인 마리사의 오빠 트로이를 만나게 된다. 마리사에게 ‘스물다섯 살 생일 전에 해야 할 일 스무 가지’를 적은 리스트가 있었다고 말하는 준. 그녀는 얼떨결에 마리사의 리스트를 대신해서 수행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이제 그녀의 좌충우돌 ‘리스트 완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45킬로그램 빼기, 낯선 사람에게 키스하기, 브래지어 하지 않고 외출하기, 다른 사람의 삶 바꾸기, 회사에서 아이디어 내기, 서핑하기, 섹시한 구두 신기, ‘오아시스 바’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 되기, 버디 피치에게 대가 치르게 하기, 기부금 많이 내기 등등… 이 리스트에서 마리사가 수행한 항목은 45킬로그램 빼기와 섹시한 구두 신기가 전부. 더군다나 마리사의 스물다섯번째 생일까지는 이제 여섯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과연 준은 그 시간까지 자신이 하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한 이 리스트를 완수해낼 수 있을까?
“인생은 당연한 게 아니야!” 당신의 삶을 업그레이드시켜줄, 가슴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
마리사의 리스트를 완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바에 들어가 처음 보는 남자에게 키스를 퍼붓는 건 그나마 양호한 편. 준은 낯선 남자와 데이트하기 항목을 수행하려다 게이를 만나기도 하고, 난생처음 서핑을 하러 나갔다가 익사할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아이디어를 냈다가 일이 엉뚱하게 꼬이는 바람에 실직의 위기를 겪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바꾸겠다며 빅 시스터 프로그램에 신청했다가 만난 소녀 디디 때문에 졸지에 아이를 입양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트로이와의 미묘한 로맨스에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도 하고, 5킬로미터 뛰기를 수행하기 위해 직장동료 마트루치의 도움을 받으면서 그와 남다른 우정을 쌓아가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사실 저는 이 목록을 시작하기 전에 제대로 살고 있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최근 몇 달간 제게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준 사람, (…) 그 사람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만사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입니다. 그의 말이 옳았습니다. 제가 이 리스트를 완수하기로 한 이유 중 일부는, 이 리스트를 마침으로써 제가 마리사처럼 목적의식을 갖고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여기까지 오는 중에도 저는 리스트를 마치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제시간에 다 마치지 못했다 하더라고,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제가 깨달은 것은, 저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마리사가 제 인생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마리사는 인생을 가치 있게 여긴다는 말의 의미를 가르쳐주었습니다. 노력하라고, 그리고 제게 중요한 일을 하라고 말입니다. (…) 저는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절대로 이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도 않겠습니다. (2권, 본문 250~251쪽)준은 때로는 기발하고 때로는 발칙하고 때로는 따뜻한 마리사의 리스트를 완수해가며, 어느새 변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마리사의 비밀스런 리스트는 무미건조하던 자신의 삶에 주어진 기적 같은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매순간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질 스몰린스키는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주인공을 내세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속도감 넘치는 문체, 기발하고 독창적인 이야기, 그리고 작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하고 유쾌한 메시지는 독자로 하여금 리스트를 완수해가는 준의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게 만든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하게 만든다. 독자들은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즈음,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나만의 리스트를 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제 막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새로운 꿈에 부푼 마리사. 우연한 만남과 사고로 마리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준. 그녀에게 남겨진 마리사의 비밀스런 리스트, 스물다섯까지 해야 할 스무 가지 일들… 엉뚱하고 기발하고 대담하고, 때로는 너무나 거창한 그 리스트를 하나하나 실행해가면서 준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배려하는 것이 결국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임을 깨달아간다. 따뜻함과 유쾌함으로 가득 찬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어느새 마음속으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그러고는 가슴 가득 번지는 두근거림과 설렘으로 행복해졌다. 이 책을 펼쳐 든 당신 역시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준의 리스트만큼이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비밀 리스트를 마음에 그리며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손미나(아나운서, 『스페인, 너는 자유다』 저자) 기발하고 독창적이다. 독자들은 준이 리스트를 하나하나 완수해가는 동안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게 될 것이다. 북 리스트 위트 넘치는 이 소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깊이 생각할 무언가를 던져준다. 열정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 목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바로 나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다는 것을. 아마존 독자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