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을 읽는 시간
김소진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십 년이 되었다. 여기, 그의 동료와 선후배 문인들이 새로 쓴 서른 편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다. 이 책은 원래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한 소설가의 삶과 문학을 남아 있는 사람들이 다시 한번 기억하고 추모하려는 소박한 의도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원고를 모으고 편집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이 책에 하나의 추모문집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1991년에 시작된 김소진의 짧은 창작 이력은 스스로 넓고 깊어져 바야흐로 새로운 소설의 진경을 예감하게 만들던 1997년 4월 22일 갑작스레 중단되고 말았다. 김소진 소설이 시간의 침식을 견뎌내고 미래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읽힐 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는 전적으로 그가 남긴 작품 자체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그의 소설이 도달하지 않은 미답의 영역을 섣불리 예상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며, 그가 죽은 뒤 진행된 한국문학의 성취를 부당하게 폄하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없던 지난 십 년간 한국소설이 노정한 어떤 부족함이나 치우침을 가끔 목도하게 될 때, 많은 이들이 작가 김소진의 부재를 새삼 안타깝게 떠올려보곤 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중심에서 배제된 주변적인 것들에 대한 이 작가의 생리적인 애착과 공감은 잘 알려져 있지만, 김소진 소설 역시 문단의 주류나 문학적 평가의 중심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중심에서 한 걸음 비껴나 자기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밀고 나간 김소진의 소설이야말로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의 어떤 편향과 맹목을 되비쳐주는 하나의 거울과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2007년 현재 시점에서 김소진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의례적인 추모 행위를 넘어 한국소설의 좌표를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당대적 실천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여러 편의 공들인 글들은 이런 판단이 단순한 기대의 차원에 그치지 않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이 책은 김소진의 ‘문학적 연대기’를 필두로 하여 원고의 장르와 성격에 따라 시, 소설, 산문, 평론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동안 김소진에 대해 말하고 논한 모든 글의 목록을 말미에 첨부했다. 우리는 이 책의 공동 저자 대다수가 김소진의 아래 연배로 최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 작가 . 시인 . 비평가들이라는 점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수록된 한 편 한 편의 글을 통해 세대의 간격과 생멸의 경계를 초월한 문학적 대화의 자리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 책은 <김소진 전집>을 출간한 문학동네의 제안에 의해 처음 기획되었다. 준비에서 출간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모든 과정을 격려하고 지원해 준 문학동네의 후의에 감사드린다. 김소진의 친구 3인이 중간에서 연락을 맡아 진행했지만, 초기 기획 과정에 함께한 류보선 형을 비롯,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아마 제대로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소진을 함께 기억해 주신 서른 분의 필자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07년 4월 편자 안찬수 정홍수 진정석 씀
▣ 2007년 4월 20일 발행 ▣ 153 * 224 | 288쪽 | 값 9,500원
▣ ISBN 978-89-546-0312-6 03810 ▣책임편집 | 조연주(031-955-8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