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언어는 마치 입속의 침과도 같은 존재다. 유리잔과 피부와 머리카락 사이 그리고 검은 아스팔트 위로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같은 것이기도 하다. 언어가 유영을 한다. 나는 이빨로 혀를 눌러 언어를 막아본다. 한 손을 들어 흘러나오려는 언어를 막는다. 그것들은 내 갈빗대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마음먹은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침묵 연습중이다. 가끔 입을 열면 목청이 상할까 걱정이 된다.(16~17쪽) 나는 밤과 낮 사이를 떠돈다. 하루를 나누는 데 시간과 분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날개를 단 듯 움직이고 있다. 파도, 파란색, 하얀색. 나는 표류한다. 내 앞에는 신이 헤엄을 치고 있다. 신은 긴 팔과, 긴 다리를 가지고 있다. 오래도록 숨을 참을 수 있는 커다란 허파도 가지고 있다. 신은 물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신의 머리를 찾아 헤엄친다. (……) 나는 웃음을 피할 수 없다. 웃음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저절로 나를 찾아온다. 배에서부터 헤엄을 쳐서 올라오는 은빛 물고기와도 같다. 바닥에 쏟아져 내린 은빛 물고기 떼 같은 웃음은 생의 호수를 만든다.(19~20쪽)
꼬리에 꼬리를 물듯 끝없이 펼쳐지는 주인공의 사유. 생각나는 대로 거침없이 읊조리는 화자의 이야기는 언뜻 단조로운 문장의 나열로 보이지만, 티 없이 맑은 시어의 색깔을 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을 때만은 그간의 읽는 방식을 버리고 쉰네 순 뢰에스의 새로운 언어 체계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가을, 겨울, 봄의 여정! 소설은 가을과 겨울, 봄이라는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각 계절의 분위기가 암시하듯 ‘가을’은 서서히 쇠락의 길로 빠져드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것은 영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가을 속, 1에서 55로 나누어지는 작은 장(章)의 모든 문장들은 행갈이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분량 또한 한 줄에서 네 페이지가 넘는 자유로운 형식을 취한다. 가을, 정신병원에 들어온 17세 소녀 미아는 자신이 왜 병원에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조울증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당분간 그러한 상태로 지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신병원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양팔에 자해를 멈추지 않는 천사 얀네, 위험한 주부 그레타, 조발성 치매 환자 맛스 등) 그리고 결국엔 화해해야 할 가족들(아버지와 새어머니, 큰 힘이 되어주는 이복 오빠 스티븐, 현명한 어머니 등), 언제나 그녀를 지켜주는 친구들(마음을 나눈 친구인 연극배우 베로니카, 흑인 남자친구 펠레 등)과의 관계를 통해 미아는 서서히 세상 밖으로 나오고 말 것이다. 새로운 비상을 꿈꾸며……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겨울’은 춥고 어두운 계절의 특성처럼 끝도 없이 바닥으로 추락한 주인공 미아의 절망적 상황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뒤죽박죽된 감정의 덩어리처럼 짧은 언어의 나열이 그대로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정리된 문장으로 바뀌는 일곱 개의 작은 챕터는 미아의 감정 상태가 드디어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 장의 그림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겨울 부분은 전체가 한 장의 그림처럼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이 입원해 있는 병실의 4차원적 공간을 ‘그림’이라는 사각의 2차원 프레임에 담아 그림 속 인물처럼 무기력한 상태에 처한 화자를 표현했다. 독자들은 그림 감상하듯 병실의 미아를 들여다보며 신마저 외면하고 만 최악의 상황과 마주한다. 마지막 ‘봄’에서는 서서히 생의 의지를 찾아가는 미아의 심리 상태를 순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각 문장은 충분한 행갈이를 통해 여유를 가지며, 미아의 복잡한 심리 또한 이전보다 분명해진다. 물론 중간중간 위기는 찾아오지만, 결국 아침 햇살 아래 핀 들꽃을 입가에 가져다대는 미아의 모습을 끝으로 세상과 화해하는 한 인물의 여정은 막을 내린다.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의 폭발 속에서도 시니컬한 유머를 발산하는 미아의 모습, 소설 속 배경처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듯 깊은 감정의 수렁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미아의 성장 속에 독자들도 결국엔 삶을 긍정하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현지 언론 서평> 쉰네 순의 문체는 흥미롭기 그지없다. 그녀는 언어의 예술가이다. 꼭 추천하고 싶은 도서! _ 베르겐 티덴데(Bergen Tidende) 강렬하면서도 온화한 책! 성인과 청소년이 함께 볼 수 있는 책! 작가의 현명함과 예술적 기질이 잘 나타난 책! _아드레세아비센(Adresseavisen) 이 작품을 통해 쉰네 순 뢰에스는 전통적 소설의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소설 쓰기의 방식을 개척했다. _바르네보크크리티크(Barnebokkritikk) 쉰네 순 뢰에스는 새로운 감각으로 정신병에 관련된 훌륭한 소설을 써냈다. 심각하고 우울한 주제를 다룬 책임에도 불구하고, 유머와 위트가 넘친다. 브라게 상의 승자가 될 만하다. _다그브라데(Dagbladet) 균형 잡힌 흐름과 문체를 통해, 쉰네 순 뢰에스는 한 소녀의 세계가 무너지는 과정과 다시 한 조각, 한 조각 이를 끼워 맞추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작가의 새로운 언어 체계였다. 주인공이 지닌 세상과 가족, 친구들을 향한 비뚤어진 시각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_브라게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 브라게 문학상 노르웨이 도서상 재단이 수여하는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노르웨이 문학 발전 증진과 홍보를 위해 1992년 제정되었다. 이미 출간된 책에 한해 수여하는 상으로, 노르웨이에서는 이 상의 수상작이라면 문학성에 대해서는 더 따질 것이 없는 것으로 인정하는 최고의 문학상이다. 순수문학, 아동 및 청소년도서, 비문학도서, 그리고 매년 바뀌는 부문 등 4가지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데,『아침으로 꽃다발 먹기』는 2002년 청소년도서 부문 수상작이다. <작가 관련 스토리> 쉰네 순(지선)의 부모는 가난했지만 아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스무 살의 산모는 아파서 계속 누워 있었고, 쉰네 순의 쌍둥이 오빠는 심장이 좋지 않아서 계속 인큐베이터 안에 있었다. 병원비로 집 월세보증금까지 다 탕진한 상태라 아이들이 퇴원해도 돌아갈 집이 없는 상황에서 오빠의 병은 국내에서 고치기 힘들다는 판정까지 나왔다. 그때 주위의 설득에 따라 쉰네 순(지선)의 아버지는 산모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두 아이를 입양시킨다. 건강이 회복된 뒤 다시 아이들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두 아이를 찾지 못한 부부는 이사를 다닐 때마다 입양기관에 바뀐 연락처를 남기며 그들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지선과 오빠는 이미 남매를 두고 있던 노르웨이의 의사 부부 집에 함께 입양되어 유복한 환경에서 잘 자라났고, 오빠는 의사로, 쉰네는 간호사로 각각 성장한다. 쉰네는 올해 10월에 결혼했으며, 정신분석 쪽에 관심이 많아 계속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이 작품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쓰인 것이다. 쉰네와 시그비엔은 2002년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쉰네 순 뢰에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때의 경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밝히고 있다. <현지 언론 인터뷰 중에서>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이번 가을 두 가지 중요한 일들이 작가 쉰네 순 뢰에스에게 일어났다. 그녀는 브라게 상을 받았고 그녀를 낳아준 친부모를 만났다. - 저는 말을 아주 많이 해요. 그리고 모순된 말을 해요. 언제나요. 쉰네 순 뢰에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