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말로 좋은 날
- 저자
- 성석제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6-12-18
- 사양
- 312쪽 | 신국판
- ISBN
- 89-546-0258-4 03810
- 분야
- 소설집
- 정가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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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진짜"" 이야기꾼 성석제가 들려주는 우습고 슬픈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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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성석제 경북 상주 생. 1995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재미나는 인생』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조동관 약전』 『호랑이를 봤다』 『홀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와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아름다운 날들』 『인간의 힘』, 산문집 『즐겁게 춤을 추다가』 『소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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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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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성석제의 신작 소설집. 최근 이 년 가까운 기간 동안 쓴 일곱 편의 중단편이 묶였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입담과 능청과 재치가 여전히 빛을 발하는 가운데, 읽을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맛이 세상과 사람과 생활을 지그시, 깊이 음미해보게 한다. 미리 한번 자문해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성석제 소설’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왔는가. 책을 펼쳐든 자리 어디서나 배를 잡고 뒹굴게 만드는 웃음? 판소리 사설을 방불케 하는 흥겹고 유장한 문체? 깡패와 도둑과 바보와 사기꾼과 노름꾼 술꾼 같은, 모자라서 위대한 그 주인공들? 또는 그만의 웃음과 농담 뒤에 숨은 아련한 비애와 슬픔? 또는 다른 어떤 것? 그게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성석제 소설에서 정확히 그만큼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소설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 이상이다. 기대와 준비가 필요하다. 맛의 차이를 느끼는 데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성석제 소설을 구성하는 어떤 정조(情調)의 배합 비율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기쁨, 통쾌함, 흥겨움, 슬픔, 연민, 비애 등등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얼마나 웃다가 또 얼마나 슬퍼지게 되는지. 그리고 거기에, 지금까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다른 맛이 얹혀 있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여전히 ‘성석제 소설’이라는 데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웃음도 눈물도, 말도 울음도 : 성석제만이 쓸 수 있는 소설, 성석제만이 낼 수 있는 맛 고욤나무 열매를 보고 무미(無味)에 가까운 순두부를 먹으며 젊은 날을 기억하는 서로 다른 두 친구는 추억보다는 슬픔과 허탈함에 젖는다(「고욤」). ‘영빈관다리’가 아니라 ‘인빈관다리’가, ‘사직단’이 아니라 ‘사지땅’이 있던 과거의 고향을 찾은 사내가 마주치는 장면들은 숨은 듯 드러난 비애로 가득하다(「환한 하루의 어느 한때」). 그런가 하면 웰빙 실천가, 전도사인 한 고귀한 인생은 단 한순간의 사고로 어이없이 바스러져버리고(「고귀한 신세」), 어색한 술자리에 동석하게 된 인간들은 서로에게 발톱을 세우고 으르렁댄다(「악어는 말했다」). 그뿐이 아니다. 여동생의 재산을 두고 동생과 경쟁을 벌이는 가장(家長)은 휴대전화 때문에 아들과 살육전을 벌이다 집을 모조리 태워먹고(「아무것도 아니었다」), 인현왕후 폐비에 반대하는 상소를 올린 선비는 왕 앞에서 피와 살이 낭자하게 흩어질 때까지 잔인하고 집요하게 고문당해 목숨을 잃는다(「집필자는 나오라」). 더 나아간다.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전적으로 무능한 화가는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떼먹히고 살던 집을 잃고 말을 잃고 먹을 것을 잃고 수도가 끊기고 기름이 떨어지고 집안이 풍비박산난다(「저만치 떨어져 피어 있네」). 이 지경에 이르면 그 유장하고 활달하던 문체까지도 몰라보게 변해 있다. 문장은 한없이 짧아지고, 그 사이로 죽은 냄새만 가득 찬다. 인물들마저도 말을 잃고 울부짖기만 할 뿐이다. 평론가 황호덕은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에서 예의 ‘숭고한 희극’이 사라지고 대신 ‘말이 말이 아니고 법이 법이 아닌’ ‘벌거벗은 생명’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숭고와 골계, 도시와 지역, 표준어와 사투리, 양반과 시민의 경계에서 작업해온 우리 시대의 가장 뛰어난 한 작가”가, “숭고한 삶과 웃음 사이의 ‘전도’를 소설의 방법으로 삼아왔던” 그가, 이제 “‘전도’가 아니라 그러한 분할을 한꺼번에 뛰어넘는 그 어떤 ‘절단’면”을 드러내고자 한다는 것이다. “상례가 예외이고 지역이 도시이고, 양반이 고깃덩어리인 우리 시대의 생정치”를. 어렵지만, 하기야 쉬운 일이, 쉬운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그렇게 보면, 지금까지 그가 소설 속에서 웃음과 연민과 서정으로 감싸안고 있던 것이 그런 ‘진짜’ 삶이고 ‘진짜’ 이야기 아니었을까. 그러할진대, 여태 성석제 소설을 좋아한 독자로서 그가 새로 꺼내 보이는 이 화술에 어찌 감탄하지 않고 배길 수 있을 것인가.
* 수록작품 발표지면
고욤 …………………………… 『문학·판』2006년 봄호
환한 하루의 어느 한때 ……… 『문학수첩』 2004년 겨울호
고귀한 신세 …………………… 제50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기수상작가 수록작품
악어는 말했다 ………………… 『현대문학』 2006년 1월호
아무것도 아니었다 …………… 『한국문학』 2006년 여름호
집필자는 나오라 ……………… 『문예중앙』 2005년 가을호
저만치 떨어져 피어 있네 ……… 웹진 문장 2005년 6월호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 세상이 바뀌어도 사람은 그대로다. 그대로 있다는 기분이 든다. 생활과 방편이 바뀌어도 내가 아는 사람들 얼굴은 그대로다. 나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알 수 없다. 빠른 건 언제나 같다. 내가 바뀐 것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바뀌는 게 당연한가. 그럴지도 모른다. _‘작가의 말’에서 지역과 양반과 사투리와 관련된 원체험과의 거리 의식이 빚어낸 모든 것들―노스탤지어와 유머, 숭고한 희극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 그것들이 사라지는 지점에서 상례가 예외이고 지역이 도시이고, 양반이 고깃덩어리인 우리 시대의 생정치가 한꺼번에 드러나 있다는 것만은 말할 수 있으리라.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절단의 순간에 드러나는 메마르고 살벌한 삶에 대한 쓰기야말로, 또 폐허의 순간에서 제시되는 인간의 삶이야말로, 숭고함과 희극성의 경계에서 작업해온 성석제만이 물을 수 있는 가장 윤리적인 질문일지 모른다. ‘말’에 가장 유능했던 그는 쓰고 있다. 아니 멈추고 있다. 말이 말이 아니고, 법이 법이 아니며, 인간이 인간이 아닌 지금을. 또 어제를. 그러나 내일은 아니어야 할 그 시간을. 그 모든 분할 기계 자체를. 아마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작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리라. _황호덕(문학평론가)
* 2006년 12월 18일 발행
* ISBN 89-546-0258-4 03810
* 신국판 | 312쪽 | 9,500원
* 담당편집 : 염현숙, 이상술(031-955-8864)
"진짜"" 이야기꾼 성석제가 들려주는 우습고 슬픈 "진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