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온 크리스티앙 자크의 야심작 『모차르트』
1997년 국내에 선보인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는 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출판계의 ‘사건’이었다. 이집트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와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있던 독자들은, 이국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실감나게 펼쳐지는 한 영웅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고대 이집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지며, 가히 이집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꼭 10년 만에, 크리스티앙 자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이자 음악가로 꼽히는 모차르트를 주인공으로 방대한 스케일의 대작을 써냈다. ‘이집트 마니아’인 자크가 바로크 시대 음악가의 생을 복원했다는 데 많은 이들은 의문을 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되살려낸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를 넘어 이집트 비전의 계승자이자 인간을 구원할 메시아적 존재이다. 소설 『모차르트』는 작가의 과감한 상상력을 덧입고 태어난 전혀 새로운 모차르트를 그리고 있다.
총4권으로 이루어진 『모차르트』는 여러모로 놀랍다. 우선, 프리메이슨으로서의 모차르트의 삶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에는 방대한 자료가 동원되었다. 거장의 삶을 날짜별로 추적해나간 데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작가는 모차르트가 언제 무엇에서 영감을 받아 어떤 음악을 작곡했으며, 그의 여정이 어떠했는지를 꼼꼼히 기록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의 원류인 이집트학을 동원하여, 모차르트가 창조해낸 음악들의 근원과 그 신비를 풍부한 에피소드와 함께 드러내 보인다. 또한 자유주의 물결이 퍼져나가던 프랑스혁명기의 유럽을 배경으로 자신의 작품에 존재를 건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모차르트의 사인(死因)을 분석한 작가의 시각 또한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프리메이슨 모차르트를 본격 조망한 소설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 모차르트는 많은 부분 영화 <아마데우스>에 빚지고 있다.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리며 테이블 아래를 기어다니던, 신이 내린 재능을 지녔지만 미성숙한, 그래서 결국 동료 음악가 살리에리에게 죽임을 당하는 천재의 이미지가 그것이다. 그러나 소설 『모차르트』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혁명기 유럽에서 자유주의 사상에 경도되어 세상을 바꾸려는 야망을 가진 모차르트이다.
모차르트가 활동할 당시 유럽에 널러 퍼져 있던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합리주의를 모토로 활동하던 많은 단체들 중 프리메이슨단은 급진적인 성격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고대 석공조합에서 발원한 프리메이슨단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비밀 결사체로 활동중이라는 설이 있다. 프리메이슨단이 비밀 결사체로서 여전히 주목을 받는 것은 그들이 가진 영향력 외에도 특유의 신비주의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신비주의적인 경향은 현재 많이 희석되었으나, 모차르트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연금술 및 마법 같은 비의적인 의식이 행해졌다고 한다.
모차르트가 스물여덟 살에 프리메이슨단에 가입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단원 생활을 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크리스티앙 자크는 프리메이슨단의 핵심적 사상을 고대 이집트의 이시스와 오시리스 비전에서 찾으면서, 메이슨이었던 모차르트가 틀림없이 그 비전에 깊은 영향을 받았음을 확신한다.
내 나이 열세 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모차르트는 늘 나와 함께였다. 하지만 그를 듣고, 고대 이집트 문명을 발견해가면서도, 정작 그 둘이 서로 얼마나 밀접한 관계에 있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이집트인 모차르트’라는 제목의 문헌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중 한 명의 영적 모험과 그 감춰진 삶을 새롭게 환기하고자 이렇게 펴낸 네 권짜리 소설의 단초가 되었다. _‘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