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가난한 이들의 성경이었다면
요즘은 텔레비전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나보다.”
『내일은 키프키프』는 2004년 발표 당시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갓 치른 열아홉 소녀였던 파이자 게네의 데뷔작이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알제리 이민 2세대로서 누구보다 정확한 눈으로 이민 가정의 삶을 그려낸 이 소설로 작가는 ‘방리외(파리 외곽)의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별칭을 선사받았다. 파이자 게네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문예반에서 자신의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 이 이야기를 썼고, 곧 프랑스 아셰트 출판사 편집장의 눈에 띄어 『내일은 키프키프』라는 소설책으로 묶여 나오게 되었다. 자칫 우울하게 묘사되기 쉬운 이민 가정의 삶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시적인 화법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출간 직후 3만 부가 팔리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겁 없고, 괄괄하고,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의 일상
“X파일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쾅 하고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창밖을 내다보니 회색 택시 한 대가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아들을 낳아줄 여자를 찾으러 모로코로 떠나버린 아빠를 이렇게 기억하는 열일곱 살 소녀 도리아. 도리아는 파리의 변두리 리브리 가르강에서 호텔 청소부로 일하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아빠가 떠난 다음부터 각양각색의 사회복지사들이 집을 찾고, 선생님들은 학교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도리아에게 심리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얼핏 씁쓸해 보이는 그녀의 일상은 그렇게 우울하지만은 않다. 까막눈에 딸의 마음을 헤아려주기엔 너무 피곤에 전 삶을 살고 있지만 늘 도리아의 빛이 되어주는 엄마, 감방 신세를 진 후 건달로 살아가는, 한없이 이해심 많은 친구 하무디 오빠. 도리아가 무슨 얘기를 하든 들어주고 평가 내리지 않는 심리치료사 뷔를로 선생님, 화장과 손톱 손질에 목숨을 거는 사회복지사 뒤거시기 선생님, 소문난 구두쇠지만 도리아네한테만은 척척 외상을 그어주는 구멍가게 주인 아지즈 아저씨 그리고 과외를 해주러 도리아의 집에 와서는 감히 첫 키스를 훔쳐간 모범생 나빌. 이들 외에도 사춘기 소녀 도리아의 눈으로 바라본 평범하지만 정감 있는 우리네 이웃의 이야기가 『내일은 키프키프』 안에 녹아들어 환히 빛난다.
씁쓸한 일상을 환하게 바꾸어놓는 눈부신 필터
통통한 볼에 머리핀을 받게 꽂은 앳된 모습. 자신의 사진을 보며 “윽, 꼭 조울증 환자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떠는 스물한 살의 작가 파이자 게네. 그녀의 첫 소설 『내일은 키프키프』는 젊은 파이자 게네만큼이나 싱그러운 작품이다.
“작정하고 쓴 건 아니에요. 어느 월요일 문득 글을 쓰고 싶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오늘은 월요일. 여느 월요일과 마찬가지로‥‥’ 로 시작되는 책의 첫 부분은 그렇게 완성되었다. 꾸준히 써온 일기가 그렇듯 한 소녀의 꿈과 불만, 고민과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소설에서는 도리아라는 괄괄하지만 섬세한 사춘기 소녀의 사랑스러움이 물씬 느껴진다. 심심하면 지하철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으로 혼자 놀기를 하고, 그 지하철 안에서 만난 집시 악사에게 동전 한 닢 주지 못해 민망해하는 선한 아이. 훌쩍 날아올라 ‘영세민용 임대아파트’를 벗어나는 꿈을 꾸지만 결국 침대에 머리를 박고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아이.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보고 희망을 가지듯 텔레비전에서 위안을 얻는 대리만족은 하되 결코 그것에 기만당하지 않는 또렷한 눈을 가진 아이. 할리우드 영화가 아닌 <초원의 집>의 ‘잉걸스’ 가족을 부러워하는 아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기도 한 번, 눈물 찔끔’ 하고 나면 깡그리 잊어버릴 수 있는 힘을 갖고픈 아이. 외롭지만 쾌활함을 간직한 이 아이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비단 또래 아이들뿐이 아닐 것이다. 몸은 다 자랐으되 마음만은 여전히 상처에 무뎌지지 않는 어른들의 가슴을 보듬어주는 작가의 힘이 놀랍다.
폭력 없는 반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반란을 향해
그러나 소설 전반에 흐르는 잔잔한 감동 외에도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고 정확히 꼬집어 말하는 야무진 시선은 파이자 게네라는 작가의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품게 한다. 다음은 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동네 언니를 욕하는 이웃 사람들을 묘사한 장면과, 알제리에서 이민 온 조라 이모의 아들이 마약 밀매 혐의를 받았다는 소식에 분노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