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독일의 스포츠카 회사인 포르셰가 유럽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폴크스바겐의 최대주주가 되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매출이 폴크스바겐의 1/14에도 못 미치고, 판매량은 1/66밖에 되지 않는 포르셰가 폴크스바겐의 최대주주에 오른 것을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였다. 한국에는 그저 유명한 고급 스포츠카를 만드는 작은 회사 정도로 알려진 포르셰는 대체 어떤 회사이기에 폴크스바겐, 아우디, 람보르기니 등을 아우르는 폴크스바겐 그룹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작지만 아주 독특한 회사, 포르셰
우리에게는 작은 기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지금 유럽에서 포르셰는 최고의 수익성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언론과 자동차 업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불황 속에서도 지난 10여 년간 포르셰의 성장률과 수익성은 경이적인 것이었다.
포르셰는 자동차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로, 특히 독일 자동차 회사 곳곳에 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아주 독특한 회사이다.
포르셰의 창업주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포르셰를 세우기 이전에 다임러의 기술 담당 이사로 지금도 전설로 남아 있는 메르세데스 SS와 SSK 슈퍼 스포츠카를 개발했으며, 오늘날 포르셰의 기초가 되었던 포르셰 유한회사를 설립한 이후에는 폴크스바겐의 전신이 되었던 모델을 직접 설계하고 개발했다. 그의 아들 페르디난트 포르셰 2세(페리 포르셰로 불림)는 포르셰의 첫 스포츠카를 개발하며 아버지의 명성을 이어간다.
한편 포르셰 박사의 외손자이자 페리 포르셰의 조카이기도 한 페르디난트 피에히는 뛰어난 엔지니어의 모습을 보이면서 포르셰 917 개발에 많은 영향을 미쳤지만, 경영을 둘러싼 집안싸움과 본인의 괴팍한 성격으로 인하여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르셰를 떠나게 되었다. 이후 아우디로 자리를 옮겨 사장에까지 올랐고 아우디를 인수한 폴크스바겐으로 가서 회장을 맡아 침체되었던 폴크스바겐을 부흥시키는 등 독특한 이력을 쌓아간다.
포르셰, 도산의 위기를 맞다
이렇듯 독일 자동차 역사를 써내려간 포르셰이지만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도산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의 연속이었다. 판매 전략의 부재와 신차 개발의 지연, 환율 변동에 대한 미숙한 대처 등으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도산과 인수 합병의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세계경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대우의 김우중 회장도 포르셰의 인수를 깊이 검토했다고 한다.
이때 포르셰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벤델린 비데킹이다. 비데킹이 포르셰의 CEO에 오른 것은 1991년. 당시 그의 나이 39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외부에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아 그가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fms다는 발표가 나자 기자들 모두가 "도대체 비데킹이 누구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할 정도이다. 그리고 10년 만에 비데킹은 포르셰를 유럽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기업으로 만들어놓았다.
『Mr. 포르셰』는 비록 우리에게 낯설지만, 유럽에서는 경영자로서 최고의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포르셰의 회장 벤델린 비데킹의 성장과 좌절, 성공을 그리고 있다.
유럽 최고의 경영자 벤델린 비데킹
비데킹이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올라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명문 아헨공대를 졸업하고, 포르셰의 생산 및 물류 담당 부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그였기에 부품 소재 기업의 이사를 거쳐 다시 돌아온 포르세는 그에게 낯선 현장이 아니었다.
원인을 파악한 후 그가 선택한 해결 방법은 일본의 방식을 따르는 것이었다. 많은 임직원을 일본에 파견하여 현장을 둘러보게 하고 일본의 전문가를 직접 독일 현지로 초빙하여 일본의 방식을 배웠다. 린 생산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품질 경영을 내세웠다. 또한 임직원에 대한 전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군살을 뺐다. 다방면에 걸친 개혁과 경영 혁신을 통해 포르셰는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했으며 그 이후 포르셰의 질주는 경이적인 것이었다. 그가 회장에 오른 이후 포르셰의 매출과 수익은 6배 이상, 신차 판매 대수는 5배 이상 늘었으며, 주가는 20배 이상 올랐다.
포르셰에서 발견하는 강소기업의 길
포르셰의 중흥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비데킹의 성공이 우리 기업에 던지는 함의는 작지 않다.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기에는 너무 작았지만, 그렇다고 작은 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유럽 최고의 실적을 자랑하는 기업이 된 포르셰. 도산 직전의 포르셰를 강소기업으로 탈바꿈시킨 비데킹의 이야기 속에서 강소 기업으로서 우리 기업들이 가야 할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