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픽사의 CEO 스티브 잡스의 모든 것
애플에서 밀려났던 1985년 스티브 잡스는 한편으론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새로운 컴퓨터 회사 NeXT를 세우고 다른 한편으론 컴퓨터그래픽 영화 제작사 픽사를 설립한다. 1995년 픽사는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되고,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대성공을 거둔다. 1997년 넥스트는 애플에 인수되고, 스티브 잡스는 위기에 놓인 애플에 고문으로 다시 복귀한다.
당시 애플의 CEO였던 길 아멜리오는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고문이던 스티브 잡스는 iCEO, 즉 비공식 임시 CEO로 불리며 사실상 CEO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98년 10월 애플은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2000년 1월, 스티브 잡스는 대중들에게 애플의 공식적인 CEO가 되었음을 밝힌다. 그러면서도 iCEO의 ‘i를 계속 써달라고 요청하는데, 이 ’i는 더 이상 임시직(interim)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의미하는 ‘i였다.
이제 그의 관심은 단순히 컴퓨터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문화 전반으로 확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픽사는 「토이스토리 2」「몬스터 주식회사」「니모를 찾아서」로 연이은 성공을 거두고, 애플 역시 누구도 예상치 못한 MP3 플레이어 ‘아이포드’로 화려한 비상을 계속하고 있다.
창조적 예견자visionary 스티브 잡스의 성공 요인
한편으로는 독선적이고 고집불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스티브 잡스가 이러한 성공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스티브 잡스의 성공 요인을 몇 가지로 간추리고 있다.
첫째, 신뢰성 있는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시장성 있는 컴퓨터를 일관되게 공급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MacOS X(맥OS 텐)이라는 우수한 평가를 받는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일반 대중용과 전문가용을 구분하여 애플 컴퓨터의 일관성을 관철하고 있다.
둘째, 디지털 혁명의 새 물결에 부응하면서 일반 대중의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포드와 아이튠즈가 그 중심에 있으며, 디지털 라이프를 선도하는 여러 가지 무료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셋째, 제품의 기획에서부터 제작 그리고 유통까지 일관된 관리를 하고 있다. 개발과 제작뿐만 아니라 유통까지 도맡아하는 IT 기업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애플스토어를 통한 유통은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넷째, 애플의 지속적인 혁신은 광고와 마케팅을 통해서 고객의 뇌리에 계속 남아 있게 된다. 매킨토시의 첫 광고 ‘1984’에서부터 잡스 복귀 후에 벌였던 유명한 광고 캠페인 ‘Think Different, 최근의 ’Switch 광고와 아이포드의 실루엣 광고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광고는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며 애플 문화를 전파했다.
다섯째, 스티브 잡스를 이야기할 때 흔히 간과되는 부분인데, 스티브 잡스는 다른 주요 회사들과의 계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서 돌파구를 마련하곤 했다. 설득하기 어렵다던 메이저 음반회사와의 협상은 아이포드와 애플 뮤직스토어 성공의 기반이 되었고, G5 관련 IBM과의 협상, 아이포드 관련 HP와의 협상, 그리고 아이튠즈의 대규모 광고 마케팅을 위한 펩시와의 협상 등 메이저 회사들과 윈윈 계약을 이끌어냈다. 거슬러 올라가,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도 없던 픽사가 디즈니와 세 편의 장편 3D 애니메이션 제작 계약을 맺었던 때나 애플 컴퓨터를 개발하여 직접 판매하던 초창기에도 잡스의 협상 능력은 빛을 발했다.
여섯째,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신화를 관리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을 덧붙일 수 있다. 애플의 활동을 둘러싼 비밀스러움, 대중의 주목을 이끌어내는 멋진 발표, 그리고 애플은 언제나 기대를 넘어선다는 인상 등 잡스는 애플에 대한 신화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 그는 언제나 푸른바다만을 항해한다
스티브 잡스의 삶을 돌이켜 보면, 그는 언제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남들보다 한 발 앞서 걸었다. 때로는 너무 앞서 나가서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굴하지 않고 언제나 미래에 초점을 맞추었다. 요즘 유행하는 경영 용어로 말하자면 그는 언제나 푸른 바다만을 찾아서 항해했던 블루 오션 전략의 충실한 실행자이다.
애플 컴퓨터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이라는 블루 오션을, 「토이스토리」로 그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던 3D 애니메이션 시장이라는 블루 오션을, 아이포드와 아이튠즈, 뮤직스토어로 MP3 플레이어 시장과 디지털 음악 시장이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하고 지금도 또다른 푸른 바다를 찾아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스티브 잡스에게는 비전과 창조성, 이를 현실로 이루어내는 기술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능력은 단순히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과 마케팅, 그리고 협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휘되었다. 그의 성공은 단순한 수요 충족에 그치지 않고 욕망을 창조한 데 있다는 어느 평자의 말처럼, 미래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비전을 버리지 않는 한 스티브 잡스의 신화는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