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
- 저자
- 안 리즈 그로베티
- 역자
- 신선영 옮김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7-04-20
- 사양
- 양장본| 80쪽| 188*128mm
- ISBN
- 978-89-546-0302-7
- 분야
- 청소년문학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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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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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나치즘이 세를 떨치기 시작한 폭력의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우정과 대화에 초점을 맞춘,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는 작품. 우정과 희망은 여전히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임을 나지막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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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49년 스위스의 작은 도시 라쇼드퐁에서 태어났다. 문학을 전공했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여러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열아홉 살에 첫 소설 『2월에 죽기 위하여 Pour mourir en février』(1969, 조르주 니콜 상 수상)를 출간하면서 스위스의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그 세대의 가장 뛰어난 작가 중 하나로 꼽혔다. 그 밖에 소설집 『겨울의 약혼녀 La Fiancée dhiver』로 랑베르 상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문학적 성취도가 높은 작가에게 수여되는 C.F. 라뮈 대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세 딸과 퐁텐에서 살면서 편집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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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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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 2002 프랑스 소시에르 상 수상작
★★★★★ 2001 프랑스 생텍쥐페리 상 수상작
★★★★★ 2000 스위스 C.F. 라뮈 대상 수상 작가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은 나치즘이 세를 떨치기 시작한 폭력의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우정과 대화에 초점을 맞춘,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는 작품이다. 작은 마을의 두 가족만을 클로즈업하여 무참한 역사가 개인의 가치를 어떻게 짓밟아 가는지를 보여 주고, 우정과 희망은 여전히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임을 나지막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강조한다. 작가는 2000년 C.F. 라뮈 대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스위스 문학의 대가로 자리잡은 안 리즈 그로베티. 열아홉 살에 첫 소설을 내자마자 조르주 니콜 상을 수상하며 스위스의 프랑스어권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로 자리매김했던 안 리즈 그로베티가 60이 다 된 나이에 수십 년 작가로서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작품 하나를 청소년에게 바쳤다.
비극의 역사와 무기력한 우정
독일의 작은 마을,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던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다. 작품 속 화자 베냐민이 아직 어린아이였고, 아빠가 가꾸던 정원과 학교 건물, 뛰놀던 축구장, 그 모든 것이 마냥 커 보이던 시절이었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베냐민의 아빠 하인치와 시내의 은행에서 일하는 안톤은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며 자라 온 친구이다. 첫사랑까지도 같은 두 남자는 함께한 시간만큼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친구 중의 친구, ‘한 손에 붙은 열 손가락 같은 친구’란다. 그들의 아들 베냐민과 오스카 역시 아빠들만큼 깊은 우정을 싹 틔우며 신나는 어린 시절을 마음껏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폭력의 시간이 느닷없이 찾아와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유대인인 안톤의 가족은 하루아침에 최하의 인간으로 분류되어 모욕을 당하다가 유대인 전용 구역으로 쫓겨 가게 된다. 모든 것이 뒤엎어진 상황에서 이제는 죽음의 위협까지 안톤의 가족을 조여 오고,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던 하인치는 안톤을 구할 방법을 제안하는데, 친구까지 죽음으로 몰기 싫었던 안톤은 아예 하인치와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 무기력한 우정으로 방황하던 두 남자는 다시는 서로를 만날 수 없었지만, 남겨진 안톤의 아기를 매개로 희망을 재확인한다.
완전히 새로운 익숙한 이야기
선동적인 나치의 높은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던 그 시절, 어린 베냐민의 눈으로 폭력의 시대를 바라본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은 낮은 소리로 말하는 사람들 편에 서서 속삭이던 두 남자의 절박한 우정에 집중한다. 폭력과 증오의 물결에 온 나라가 휩쓸리는 동안, 한 집에서는 그리고 그 이웃에서는 어떠한 말이 오가는지를 클로즈업한 것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나치 시대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폭력의 디테일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건만 노출시키면서도 그 시절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것은 작가의 문학적 역량이 빛나는 대목이라 하겠다. 더군다나 나치 시대와 유대인 박해라는 ‘익숙한’ 시대 배경을 깔고 있음에도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이 전혀 새롭게 읽히는 것 역시 탁월하게 트리밍한 사건과 인물의 대사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감정적이고 자극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담담한 필치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고, 힘의 역사보다는 오히려 개인의 역사 한복판을 전면으로 드러내 폭력의 파괴력을 비판하며 역설(力說)하고 있다.
시처럼 간결하고 아름다운 소설
빠르게 오가는 수다로 점철된 단발성 소설이 넘쳐나는 요즘이기에,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을 적극 추천한다. 시처럼 아름답고 압축적인 문장들로 오랜 여운과 감흥을 주는 소설. 그래서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은 짧지만 긴 소설이다.
마치 영화 속 장면이 바뀌듯 간결한 호흡으로 구성된 『낮은 소리로 말하던 시간』을 읽다 보면 그 시절 그 마을이 눈앞에서 생생해졌다, 사라졌다, 다시 생생해지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
나치즘이 세를 떨치기 시작한 폭력의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자의 우정과 대화에 초점을 맞춘, 간결하면서도 묵직한 울림이 있는 작품. 우정과 희망은 여전히 인간이 지켜야 할 가치임을 나지막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