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츠모토 타이요식 연출과 철학의 정점!
욕망과 퇴폐로 가득한 거리에서 펼쳐지는 두 악동의 순진무구한 활극!
홈리스와 야쿠자들이 모여 사는 '지옥의 거리' 타카라쵸. 그곳에는 서로를 의지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두 고아 소년 쿠로와 시로가 살고 있다. 둘은 타카라쵸에서 아무도 손대지 못하는 악동으로 유명한 문제아들. 하지만 타카라쵸에도 어둠의 그림자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테마파크 사업으로 떼돈을 벌어 마을을 삼키려는 야쿠자와 외부세력의 검은 음모가 시작된 것. 결국 쿠로와 시로는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정면으로 승부하려 드는데…!
한 마을이 붕괴하는 과정과 이에 따른 자아 성찰을 역동적 연출과 과감한 카메라워킹을 통해 그려낸 『철콘 근크리트』. 『핑퐁』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펜터치와 독창적인 컷 구성은 『철콘 근크리트』로 접어들며 한층 성숙해졌다. 이와 더불어 현실에 안주하려 드는 현대인들의 억압된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이 돋보이는 『철콘 근크리트』는 마츠모토 타이요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부터 『원피스』 오다 에이치로까지
예술가들을 사로잡은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
『철콘 근크리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만화상 중 하나인 ‘아이스너상’ 2008년 최우수 해외 작품상 (Best U.S. Edition of International Material) 수상작이다. 2020년에는 『루브르의 고양이』로 두번째 아이스너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마츠모토 타이요는 『Sunny』 『핑퐁』 등 섬세하고 개성 있는 필치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 독창적이고 흡입력 있는 연출로 정평이 나 있는 만화가다. 이로 인해 ‘만화가들의 만화가’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만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작가이기도 하다.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여러 차례 마츠모토 타이요에게 ‘천재’ 만화가라 존경을 표한 바 있고, 봉준호 감독 역시 한 인터뷰에서 그를 좋아하는 만화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츠모토 타이요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는 만화 독자와 예술가를 막론하고 현재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 추천의 말
어지간히 운이 나쁜 시대가 아니라면 대개 독자들을 들썩거리게 하는 만화가 있다. 1990년대라면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슬램덩크』다. 아주 운이 좋은 시대라면 그 독자들의 추앙을 받는 만화가들의 뺨을 후려치는 ‘만화가들의 만화가’가 있다. 『슬램덩크』의 시대는 운이 좋았다. 바로 그때 마츠모토 타이요의 『핑퐁』『하나오』가 있었고, 무엇보다 『철콘 근크리트』(이하 『철콘』)가 무쇠의 속도와 무게로 우리의 뇌리를 후려쳤다. 10년 뒤에야 정식 번역판의 여권을 들고 한국을 찾아왔지만, 이미 수많은 만화가들의 책장에 꽂혀 있는 ‘만화가들의 만화’다.
『철콘』은 타카라쵸라는 근미래 어느 도회지의 마을, 그리고 그곳을 ‘내 동네’라고 부르는 쿠로(黑)와 시로(白)라는 두 소년, 이렇게 세 주인공이 서로 뒤엉켜 뛰어노는 기기묘묘한 활극 만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타카라쵸라는 마을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만화 전체를 뒤흔드는 주인공이다. 동양의 전통 사원, 뻣뻣한 사무 건물, 동글동글한 미래형 주택들이 시대와 국적을 알 수 없게 뒤섞여 있는 이곳은 끊임없이 사람들을 꼬드기면서 달아나라고 말하고, 쾌락과 지루함을 함께 선사하고, 냉정하게 굴면서 향수에 젖게 한다.
나는 이 녀석의 척수를 이루는 굵은 철근이 밑바닥의 어디론가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철콘』과 마츠모토 타이요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다시 십여 년의 지층을 파내려가야 한다.
_이명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