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을 만나면 할말이 없고,
자꾸만 바보가 되는 느낌이에요.”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작!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란으로 바위를 깬 바보들의 이야기
우리들의 영원한 대통령을 기억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지역감정, 권위주의, 연고주의, 기회주의에 맞서다가
국회의원이든 시장이든 출마만 하면 떨어지는 바보를
정치에 1%도 관심이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지갑을 열고 온 마음과 시간을 들여
끝내는 대통령으로 만들고, 끝끝내 자신들이 영원히 바보가 된 이야기
가진 자들이 주물러온 역사에 존재했던 단 한 번의 예외
이 책은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작인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 제작을 위한 인터뷰에서 시작되었다. 2000년 서울 종로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부산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낙선했을 때 시민들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노사모)을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노사모 멤버들을 비롯하여 노무현 대통령과 오랫동안 같은 길을 걸어온 정치인들을 이번에 인터뷰했다. 영화 제작팀은 2년간 전국을 돌며 한 명의 인터뷰이에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2~3일간에 걸쳐 총 82명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자녀들에게 ‘야만적인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모인 이들의, 한 시절을 새까맣게 불태웠던 열정과 회한의 기억을 러닝 타임 100여 분의 영화에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영화에서 못다 한 말들’이라는 콘셉트로 2백자 원고지 2만 5천 매가 넘는 인터뷰 녹취원고를 줄여 두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인터뷰 내용이 워낙 방대하여 책에 모두 담을 수 없었지만, 어감과 의미는 살리되 서로 중복되는 부분들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편집 작업을 진행했다. 인터뷰이 모두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듯 흥분하고 긴장한 분위기도 오롯이 담고자 노력했다. 또한 책의 시작과 끝, 그리고 인터뷰 중간중간에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민주주의의 가치와 시민의 힘에 관한 연설문 일부와 사진을 게재했다.
큰 바보를 지지하기 위해 모인 작은 바보들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재능과 돈과 시간을 들여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자 했는지 그 열망을 담고 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지역주의와 권위주의에 홀로 온몸으로 맞서 싸우는 큰 바보가 등장하니까, 그 큰 바보를 지지하기 위해 받는 것 없이 순전히 주기만 했던 작은 바보들의 이야기를 담은 셈이다. 바보 노무현을 대통령 자리에 앉히기 위해 자신의 일은 뒷전이었던 바보들. 평범하지만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평소 관심 없던 정치에 뛰어든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노사모 활동에 치중하다가 사업에 차질이 생겨 부도가 나고 가정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등 자신의 개인적 삶보다 노사모 활동이 먼저였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모두가 한결같이 그 시절의 활동을 후회하기보다는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때로 꼽으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이 책은 이 물음에 답하고 있다. 물론 좋았던 추억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FTA와 이라크 파병 문제, 그리고 대통령 퇴임 이후 검찰 조사 관련 대목을 말할 때는 누구보다 외로웠을 대통령을 떠올리며 인터뷰이 모두가 회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는 우리에게 따뜻한 변호인이었으나,
우리는 그에게 엄격한 판사였다.”
절세미녀, 상추, 여왕벌, 가가멜, 포청천, 문짝···
노사모는 연령, 성별 등 일체의 서열을 없애고 닉네임으로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닉네임 평등주의 원칙으로, 이 책에도 수많은 닉네임이 등장한다. ‘물새’, ‘초록물고기’, ‘소나무’, ‘석송’ 등 온갖 동식물들이 나온다. ‘늙은여우’는 왜 늙은여우인가, 얼마나 늙었는가? ‘절세미녀’는 얼마나 예쁘기에 닉네임에다 붙였는가, 마요네즈 CF를 보다가 싱싱한 ‘상추’가 인상적이어서 상추로 지었다는 것이 사실인가? 왜 배우 명계남은 바밤바를, 문성근은 문짝으로 닉네임을 지었는가? ‘수현엄마’, ‘경주아빠’ 등 노사모에는 왜 그렇게 엄마아빠 닉네임이 많은가? 이 책은 노사모 사이트에서 닉네임으로만 소통하다가 실제로 만났을 때의 당혹감과 충격, 모임 내에서의 사랑과 결혼 등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풍성하다. 또한 함께 활동했지만 현재 투병중이거나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추억하면서 응원하고 위로하며 애도한다.
낙선, 당선, 탄핵, 퇴임
이 책은 노사모에 가입한 배경, 또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알게 된 배경부터 선거 운동 당시와 정치 활동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여소야대 정국, 주류 언론과의 관계,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 그리고 서거하기까지 저마다의 기억과 회한을 담았다. 두 권의 책에 총 4부로 나누어, 1권에는 낙선과 당선을, 2권에는 탄핵과 퇴임을 각 부 제목으로 삼았다. 2000년 부산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노사모가 결성되고, 이 추동력으로 대통령까지 오르게 되었으므로 시간 순으로 배열한 것이다. 인터뷰이 개개인의 노사모 활동 전반과 감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담았기에 순서나 분량에 별다른 의미는 없다.
1권의 시작은 양말사업으로 성공한 미키루크가 ‘소리바다’를 검색하다가 잘못 들어갔던 ‘노사모’ 사이트에 가입하여 어떻게 선거판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는지, 부산 노사모의 초기 활동과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의 노사모 활동에 대해 보여준다. 또한 변호사 노무현이 인권투사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으로 변신한 계기가 됐던 부림사건의 실제 피해자 두 명의 육성을 통해 정치인 이전의 노무현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노사모를 처음 제안하고, 모임에서 한 여인을 만나 1호로 결혼한 ‘늙은여우’, 2002년 대선 때 선거운동원에게 설렁탕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희망 포장마차를 운영하게 된 소나무의 사연 등 노사모와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한 판사 출신 박범계 국회의원이 청와대의 많은 참모진이 반대했지만 노 대통령이 강행했던 ‘검사와의 대화’에서 느꼈던 평검사들의 비열했던 모습을 현장에 있는 듯이 생생하게 들려준다. 김종대 국회의원의 노무현 대통령 관련 소회와 전시작전권 문제, 배우 문성근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면서 방송계를 떠나야 했던 사연과 아버지 문익환 목사와의 추억 등을 들려준다.
2권은 바밤바 명계남이 노사모에 들어가게 됐던 배경과 부산 노사모 사무국장인 처리 장형철이 경선 준비하느라 평생의 꿈이었던 언론사 면접을 보지 못했던 이야기, 노무현 대통령이 느꼈을 모멸감과 외로움에 대해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와 신학림 전 미디어오늘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입체적으로 들려준다.
♣ 책 속으로
<1권>
여러분을 만나면 할말이 없고 자꾸 바보가 됩니다. _노짱
나는…… 열정의 힘이 이겼다고 봅니다. 열정의 힘, 시민들의 열정의 힘이 이겼다. 그 시민들의 열정의 힘이라는 것은 나는 그래서 사람을 조직하려 하지 마라. 열정을 조직하라. 이것이 아웃사이더가 주류를 이길 수 있는 힘이다. 비주류는 열정을 조직해내라. 열정을 조직해서 가슴에 불을 질러라. _미키루크
정치인 노무현이 청문회 스타이긴 했지만, 부산 가서 계속 낙선하잖아요. 마지막에는 서울 종로 갔다가 부산 강서을에 나오시는 거예요. 너무 미운 거야. 미친 짓이죠. 호철이가 선거 참모였는데 성질나서 자원봉사 못 간다고 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또 떨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변호사님이 농부는 밭을 탓하면 안 된다고 하시는데 그 순간에 우리가 잘못했구나 생각이 들었죠. _송병곤
정치적 위치나 자기 삶이 달라졌다고 하더라도. 너무 현실적인 생각만 하지 말고 과거에 꿈꿨던 생각들을 되돌아봤으면. 우리가 다 노짱님 바보였다고 하지만 그 뒤를 따르는 우리들도 다 바보였죠, 안 그래요? 다 바보였죠. 그런데 진짜 바보는 아니잖아요. 자랑스러운 바보들이니까. 열심히 각자 위치에서 처음 꿈꿨던 가치를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_늙은여우
노무현이라는 분을 통해 만난 인연이고 또 노무현이라는 분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방향을 찾은 거 같습니다. _소운
저는 노사모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야 되고 우리 스스로가 행복해야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들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_다문
노무현 대통령과 노사모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후대에서 해줄 거다. 우리는 미래의 평가를 위해서 지금은 이미지 관리를 하자. _절세미녀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서 싸움을 제일 잘하는 형이야. 이 형이 너무 좋은 거야, 사나이 같고. 다른 동네 형들하고 한판 붙어서 우리 형이 이길 거라고 박수치고 막 하다가 너무 처참하게 깨지는 거야. 그럼 그 깨진 형을 같은 동네 후배로서 보듬고 위로하고 이래야 되는데, 왜 어렸을 때는 괜히 미운 거 있잖아요. 아씨 깨지고 말이야, 이런 거. 영웅시한 사람들에 대한 괜한 실망감. 지금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기본적으로 삐졌던 거 같아요. _자유인
김대중이 간첩이에요? 그러면 신고하셔야죠. 간첩인 걸 알고도 신고 안 하시면 아줌마도 잡혀가요.” 아무렇지도 않게 누군가를 간첩으로 만드는구나. 노무현도 김대중 당에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새파란 게 대드니까 엄마가 당황하셨어요. _수현엄마
저 아직 살아 있습니다. 다들 잘 지내시죠?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_디지털무비
언젠가 우리 만나서 그때 얘기하면서 마음속 슬픔 다 털고 기쁘게 노짱 기억하는 시간 가졌으면 좋겠어요. _초록물고기
인생에서 그렇게까지 혼신을 다한 적이 없어요. 그전에는 무언가를 열심히 한 시기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아요. 또 그 시기가 하나의 족쇄가 돼서 이후 부정한 일 앞에서 스스로를 통제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_가가멜
저희들이 노사모 활동할 때 그렇게 열심히 했던 그 순간들도 어떤 이런 촛불을 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는지 몰라요. 스스로 앞으로 이 촛불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쉽게 자기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또 쉽게 투표하지 않을 거고요. _두리
어쨌든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잖아요. 노무현 개인을 만들었다기보다 노무현이 몸으로 부딪쳐 싸웠던 지역주의, 특권의식. 지금도 완벽히 무너져 내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무너지기 시작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그런 것들을 부여잡고 끊임없이 역사 발전을 추구했던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찾고 있고, 도전받는다면 강력하게 저항하는 사람을 또다시 지지할 것이고 함께 갈 것이라고 생각하죠. _박남춘
자, 바보들, 파이팅! _문짝
<2권>
여러분들께서 저를 자꾸 울립니다. 오늘은 저 울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슴속으로 눈물이 흐릅니다. _노짱
깨어 있는 시민으로 산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고 고통스러운 일이긴 합니다. 그런 것이 단박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니까 고통스럽죠. 그렇더라도 깨어 있어야죠. _바밤바
원래 자기를 싫어했던 사람들이 욕하는 건 문제가 안 돼요. 그걸 각오했고 견디고 올라온 사람들이죠. 그런데 문제는 자기를 그토록 따랐고 지지했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돌아설 때예요.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거죠. _김찬호
우리의 도구가 되어줄 정치인이 있다면 그 사람 중심으로 모여서 그 사람과 함께 끊임없는 이어달리기를 해나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과정에 이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_샤인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한다면 어느 시대에 만나도, 함께 한 시대를 같이 간 동지로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을 겁니다. _시누대
노사모에서 이혼한 분들 많거든요. 그래도 2002년을 후회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라고 하데요. 뒤돌아봐도 자기의 일생에서 그렇게 찬란한 순간이 없는. (웃음) 한 번씩 꿈꾸잖아요. 세상 한번 바꾸고 싶고, 물론 자기 이름으로 나가서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 일원으로 주역이 된다는. 누구나 주역이었거든요. _B29
그냥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고생하셨습니다. 한번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_아녜스
언제나 처음처럼 그 마음 변치 않고 지금도 늘 따뜻한 시선, 따뜻한 마음이길 바랍니다. 우리 죽을 때까지 같이 갑시다. _스나이퍼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_사랑비
저는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 그 시대의 사명은 디테일하고 실용적 어떤 천명에서 세상을 바꾸는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고 하는 그 큰 비전에서 시민들을 열광시키고 또 국민들이 뭔가 ‘아, 우리가 저런 리더도 가질 수 있구나, 그리고 저런 세상을 우리가 만들 수 있구나’라고 하는 그런 어떤 신념, 신뢰, 희망, 그런 걸 준 것만 해도 큰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대통령은 굉장히 다른 것이죠. 그래서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실패했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_박원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