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생활의 질, 삶의 만족도를 끌어올린
낡은 집 개조 프로젝트 1년의 기록
공간이란 삶으로부터 만들어진다. 내가 무엇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지 생활의 우선순위를 살피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공간에 반영될 때 우리는 편안함을 느낀다. 유행에 따라 무작정 버리고 비운다거나 그저 좋아 보이게 꾸민다고 해서 그곳이 반드시 내게 맞는 공간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평가는 객관적이기 어렵다. 모든 것을 비웠다고 해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할 수 있으며, 다소 어수선해 보일지 몰라도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매일 먹고 자고 편안한 휴식을 취하는 집은 어떠한가.
집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다.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곳이다. 나아가 집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이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결국 집의 모양이 생활의 모양을 결정짓는다.
“집은 생활을 담는 용기다.” 저는 이 말을 자주 하는데요. 집이 당신이 사는 생활의 모양과 박자, 내용을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당신에게 좋은 용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면 생활의 모양도 그로 인해 엄청나게 변화할 거예요.
자신의 생활에 맞는 좋은 집이란?
여기, 집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자신의 생활에 맞는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저마다의 생각을 되짚게 하는 책이 있다. 바로 타이완 로컬 식품잡화점 PEKOE 주인장 예이란의 ‘집 리모델링 기록’을 담은 『집의 모양』이다. 예이란(葉怡蘭)은 오랫동안 여러 잡지에서 건축, 디자인, 미식, 여행 등의 분야를 담당하며 중화권 매체에서 뛰어난 안목으로 활동 중인 작가로, 타이베이에서 자신의 취향과 감성을 담은 식품잡화점 PEKOE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 그녀가 20년 된 29평 주택을 1년 동안 리모델링하며 집에 관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꼼꼼하게 기록해 책을 펴냈다. 자신의 집을 고쳐 나가는 과정을 세세히 공개하며 ‘디자인’이 어떻게 우리의 생활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지 공간에 대한 관점, 디자인에 대한 생각, 생활미학, 집의 따뜻함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써내려간 것이다. 그녀의 집에는 화려한 샹들리에도 비싼 북유럽 가구도 없지만 간결함과 소박함, 생활에 대한 원칙이 있다.
공중누각처럼 실제 생활의 필요에 녹아들지 못하고 개인의 취향이나 기억, 숨결, 습관이 결여되어 집과 주인 사이에 연결과 공감이 없다면 그 집에서는 진정한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하고 싫증이 나 집에 대한 관심이 아예 식어버릴 수도 있다.
하나의 건축물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생각의 결과물이다. 지은이는 20년 된 낡은 집을 고치며 단순히 ‘예쁘고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집을 바꿨다’라는 눈요기식 인테리어가 아니라 내가 살아야 할 집에 대한 ‘생활미학과 철학’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크게 ‘태도’ ‘디테일’ ‘과정’ ‘대화’과 같은 네 가지 키워드로 묶었다.
가령 태도 편에서는 자신이 집을 고치게 된 이유에서부터 집을 대하는 태도, 색(色) 공포증 같은 자신의 성향과 생활패턴 변화에 따른 불편함, 오랫동안 꿈꿔온 아일랜드 주방 등에 대한 이야기에서 지은이의 공간에 대한 마음과 집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집 안 구석구석의 모습과 리모델링 전과 현재를 비교한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디테일 편에서는 드러내고 숨기는 각종 아이디어와 조명 활용법, 수납 보관의 기술을 보여주며 그녀만의 섬세한 감각과 생활 팁을 면밀히 담아냈다. 과정 편에서는 실제 공사 현장에서 직면하는 상황들과 물건 정리법 등을 1년 동안의 리모델링 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자신과 건축 디자이너의 대담을 통해 리모델링 과정과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이해를 돕는다. 덧붙여 새로 들인 가구의 브랜드까지 상세히 정리해두었다.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
아름다움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집의 진정한 의미와 쓰임새에 집중하는 지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집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정의하게 된다. 그리고 내 생활의 모양이 어떠한지 쉽게 간과했던 가장 기본적인 태도에 대해 뜻하지 않은 고민거리도 덤으로 얻는다. 그러나 그 고민은 복잡하고 어렵지 않다. 집은 그저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내 생활이 머무르는 작고 소중한 삶의 행복이 함께하는 곳이라는 단순한 진리와 집과 인생에 있어서 생활에 넘치는 것은 비우고 필요한 것은 채우라는 명료한 조언, 지은이가 건네는 이 두 가지 해답으로 쉽게 해결된다.
이 책은 집에 대해서 생각할 때, ‘아파트’라는 구조나 ‘부동산’이라는 관념을 먼저 떠올리는 사회에서 어떤 관점으로 집을 바라볼 것인지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더불어 자신의 공간을 보살피면서 살아가는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의 생활에 맞는 좋은 집이란 무엇인지 질문하며 저마다의 집의 모양을 그릴 수 있게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