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착의 사상 ´오키나와 문제´의 계보학과 새로운 사유의 방법
- 저자
- 도미야마 이치로
- 역자
- 심정명
- 출판사
- 글항아리
- 발행일
- 2015-02-23
- 사양
- 424쪽 | 140*214 | 무선
- ISBN
- 9788967351830
- 분야
- 역사, 정치/사회
- 정가
- 1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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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정착" 아닌 "유착流着"이란, "어딘가에서 흘러온" 즉 타의에 의해 고향에서 이탈해 유랑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사유하기 위한 개념이다. 일본 제국으로의 통합과 태평양전쟁 그리고 이후의 미군기지화까지. 일본 현대사 속 오키나와는 일본제국에 편입된 후 극빈 지역에서 전쟁터로, 전후에는 미국령으로 놓였고 일본에 반환되었으나 다시 미군기지가 되었다. 국가에 의해 유기된 이 땅에서 오키나와 토착인들은 계속되는 위기의 예감 속에 살고 있다. 체제 속에서 출향出鄕한 이들은 타이완, 필리핀, 브라질, 남양 군도 혹은 일본 본토 등지로 흩어졌고 오키나와 현이라는 영토에 남은 이들 역시 군용기지의 "펜스 옆에서" 이탈의 경험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사유하기 위한 키워드로서 저자는 "유착流着"을 제시한다. 이는 일상 속에서 위화를 경험하는 이들의 언어화되지 않은 현실을 기존 "오키나와 문제"의 틀을 넘어 사유하기 위함이며, 여기서 "유착의 사상"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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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1957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교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고베외국어대학, 오사카대학을 거쳐 현재 도시샤대학 글로벌스터디즈 교수로 있다. 프란츠 파농과 이하 후유伊波普猷를 사상적 준거점으로 삼아 오키나와 사상사와 이민을 연구하며 일상과 함께 있는 전장과 폭력성을 묻는다. 아울러 이러한 폭력에 저항하는 말에 대한 사유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근대 일본사회와 ‘오키나와인’』(1990), 『전장의 기억』(1995: 한국어판 2002), 『폭력의 예감』(2002: 한국어판 2009), 편저로 『포스트 유토피아의 인류학』(2008), 『현대 오키나와의 역사 경험』(201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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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서문 … 4
서장 | 위화를 경험하다
균열: 누구의 경험인가? … 12
폭력의 예감: 계엄령을 감지한다는 것 … 20
위장복 … 26
제1장 | 계엄령과 "오키나와 문제"
"떠도는 류큐인" … 34
"오키나와 문제"의 문턱 … 40
계엄령 … 49
마지막으로: 제국에서 이탈하다 … 59
제2장 | 유민의 고향
망국의 유민 … 66
어진 … 75
유착이라는 것 … 88
류큐 여인의 수기 … 95
대표와 표상 … 109
제3장 | 소철지옥이라는 시작
이하 후유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 116
소철지옥의 세계성과 국가의 재정의 … 130
남도인은 누구인가?: 류큐 민족의 정신분석 … 148
아마미라는 물음 … 165
소철지옥이라는 시작: 다시 노예가 된다는 것 … 182
제4장 | 제국의 인종주의
노예와 제국 … 186
제국의 인종주의 … 195
계급의 인종주의 … 203
노동력이라는 자연 … 224
룸펜 프롤레타리아트의 민족 … 235
독립이라는 것: 제국으로부터의 이탈과 대표성 … 246
종장 | 전후라는 물음
귀환과 탈출 … 254
미결성에 대해, 혹은 뒤처진 사람들 … 264
기아 … 276
탈식민지화와 냉전 사이 … 288
유랑자들의 계보 … 302
전후의 시작 … 324
보론 | 대항하기와 거슬러 올라가기: 프란츠 파농의 서술에 관하여
역사의 거부 … 336
비非역사 혹은 우리의 역사 … 343
적의를 품은 자연 혹은 사악한 바람 … 351
전장과 임상치료 … 359
전장의 서술 … 368
후기 … 374
주 … 382
옮긴이 후기 …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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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오키나와 근현대사에서 늘 등장하는 물음은 오키나와는 국내의 한 지역인가 아니면 식민지인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리적으로 구획된 식민지와 국내라는 구분이 아니라, 오키나와가 우선은 계엄 상태를 계속해서 짊어져온 장소라는 점이다. 계엄 상태는 때로 주권이 부정된 식민지 또는 국가 주권의 예외상태로 이해된다. 이 두 가지는 서로를 구분함으로써 부인한다. 즉 식민지라고 말하며 국내에서 분리하고 국내라고 말하며 식민지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오키나와는 늘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노출된다. 저자는 이런 국가주의적 물음이 이미 ‘오키나와’를 제대로 사유하지 못하며, 오히려 이들을 ‘오인’하고 ‘폭력’ 속에 남겨둔다고 말한다.
식민지의 역사를 안고 항시적 계엄 상태에 놓인 당사자들과 그 지역을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끝나지 않았는데 끝난 것처럼 취급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쟁은 끝났으며 수탈은 종식되었다고 여기는 국가 부흥의 기조 속에서 수탈당한 지역과 그곳의 사람들은 구제 혹은 정책의 대상으로 자리매김된다. 하지만 전후니 부흥이니 하는 시간이 소위 전체 현실을 정의해나갈 때, 여전히 폭력에 노출된 채 미군기지의 철조망 옆에서 일상의 고통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의를 가지고 ‘오키나와 문제’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명확한 언어로 오키나와가 끌어안은 부조리, 그들이 구제받아야 할 현실, 정의 등을 말한다. 반면 미군기지 철조망 옆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이들은 이 풍경이 너무나 당연할 뿐 아니라 그 위험성이 너무나도 움직이기 힘든 현실이기 때문에 침묵한다. 현실 속에서 제정신을 유지하고자 침묵하는 이들과 이것을 ‘오키나와 문제’로서 말하는 이들은 때로 철조망의 위협과 포스트식민의 현실에 관해 말을 주고받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명확한 말들이 대화를 지배하게 되고 이때 침묵하는 이들의 고통과 경험은 다시 유기된다. 이곳에서 오키나와를 ‘말하는’ 사람들의 국가적, 정책적 언어는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경험을 ‘오인’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들의 침묵, 즉 ‘말할 수 없음’을 언어화해야 하며, 포스트식민과 이것의 극복을 논의하는 지점은 이 말해지는 것과 은폐된 것 사이의 균열로부터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착" 아닌 "유착流着"이란, "어딘가에서 흘러온" 즉 타의에 의해 고향에서 이탈해 유랑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사유하기 위한 개념이다. 일본 제국으로의 통합과 태평양전쟁 그리고 이후의 미군기지화까지. 일본 현대사 속 오키나와는 일본제국에 편입된 후 극빈 지역에서 전쟁터로, 전후에는 미국령으로 놓였고 일본에 반환되었으나 다시 미군기지가 되었다. 국가에 의해 유기된 이 땅에서 오키나와 토착인들은 계속되는 위기의 예감 속에 살고 있다. 체제 속에서 출향出鄕한 이들은 타이완, 필리핀, 브라질, 남양 군도 혹은 일본 본토 등지로 흩어졌고 오키나와 현이라는 영토에 남은 이들 역시 군용기지의 "펜스 옆에서" 이탈의 경험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사유하기 위한 키워드로서 저자는 "유착流着"을 제시한다. 이는 일상 속에서 위화를 경험하는 이들의 언어화되지 않은 현실을 기존 "오키나와 문제"의 틀을 넘어 사유하기 위함이며, 여기서 "유착의 사상"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