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것
이 만화의 제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평균 연령 60세’이다.
고령화 사회, 저출산, 미혼, 만혼…….
마스다 미리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키워드들을 나란히 놓고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평균 연령이 높은 가족’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 만화는 일본의 주간지 <문예춘추>에 인기리에 100회 가량 연재한 것이다. 현재도 계속 진행중인 연재물로, 곧 후속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30대 싱글’ 대표 캐릭터 ‘수짱’, ‘딩크족 부부’ 대표 캐릭터 ‘치에코 씨’를 만들어낸 작가가, 이번에는 고령화 가족 대표 캐릭터로 ‘사와무라 씨 댁’을 창조해냈다. 마스다 미리가 일간지 사회면이 냉혹하게 예견하는 현대인들의 가까운 미래를 작가 특유의 덤덤한 필치로 안착시킨다.
고령화 사회는 현재의 우리에게 두려운 미래다. 우리에게 미래는 마음 졸이며, 수짱이 푸념했던 것처럼, 보험이나 들며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사와무라 씨 댁을 보자.
정년퇴직한 지 오래된 70살의 아버지 사와무라 시로, 명랑하고 친구도 많은 69살 어머니 사와무라 노리에, 유일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40살의 딸 히토미가 한집에 산다.
다행히도 사와무라 씨 댁 부모님은 스포츠 센터를 다닌다거나,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떠는 등 정년 생활이 어렵지 않은 쪽에 속한다. 딸 히토미 또한 부모님에게 결혼을 종용 당해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나이 든 부모님을 오히려 어린아이 대하듯 보살피고 걱정한다. 스스로도 결혼에 대한 생각이 별로 없으며, 미래에 대해서도 ‘수짱’처럼 고민이 많지 않다. 40살의 히토미는 부모님과 함께 나이를 먹는 중이다.
평균 연령 60세 고령화 가족의 코 끝 찡한 일상
세 사람은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 더 이상 어떤 삶이 옳은지 묻지 않는다. 평균 연령 60세의 가족의 삶에는 평온과 소소한 유머가 공존한다.
이 가족은 행복한 고령 시대를 보내고 있는 걸까? 마스다 미리는 이 만화에서도 작가 특유의 따뜻한 설정과 시선은 유지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냉혹한 현실을 들이밀었던 작가의 예리함은 여전하다.
70살의 아버지는 스포츠 짐에 다니려 한다. 가입동기를 묻는 질문에 ‘건강을 위해서’라고 쉽게 생각했는데, 이젠 그 생각이 ‘오래 살고 싶다’는 소리로 들릴까 염려된다. 사실은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게 이유지만, 이 사소한 이유조차 고민이다. ‘오래 살고 싶은 주책 맞은 늙은이’라는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의식한다.(14쪽 스포츠 짐에 다니게 된 계기)
퇴직 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노년이기에, 동창들은 가능하면 차비가 덜 드는, 즉 환승이 많지 않은 장소에서 만나고 싶어한다.(134쪽 아빠의 동기 모임)
딸은 어머니와 배리어 프리(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건축 설계시 문턱을 없애는 것)를 의논하거나, 간식으로 찹쌀떡을 사면서도 혹시나 목에 막히는 사고라도 날까 응급조치를 미리 검색한다.
40살의 딸이 부모님 집에서 산다는 설정은, 요즘의 새로운 가족 형태이기도 하다. 노인이 된 부모를 모시거나 돌보는 일은 사회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만화는 조금 다른 시선을 보여준다.
마스다 미리는 고령화 사회를 그녀답게 바라본다. 딸 히토미가 환절기에 걸칠 옷을 챙기다가, 환절기와 같은 애매한 시기는 어른들을 통해 알게 되었음을 깨닫는 장면(56쪽 환절기)이나, 69살이 된 엄마가 이제 자신은 “엄마” 하고 입 밖으로 그 이름을 꺼낼 일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는 장면(58쪽 옷장 정리), 할아버지라 불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나누고 싶어하는 사와무라 시로 씨의 코 끝 찡한 에피소드(116쪽 할아버지라 불리다)에서 마스다 미리의 따스한 시선과 다시 만나게 된다.
마스다 미리는 이 작품을 통해, 부모님과 오래 함께 한다는 것은 어른이 된 자식이 부모를 이해할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다는 것임을 알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