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자란 작가의 재기 발랄한 데뷔작!
2008년 11월, 인도계 젊은 작가 카란 마하잔이 발표한 첫 장편소설이 미국 언론과 평단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출간과 동시에 “절대적인 재능의 총집합이다”(작가 스티븐 엘리엇) “거의 모든 페이지에 옮겨적고 싶은 문장이 존재한다”(<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라는 찬사를 받은 『가족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1984년 미국 코네티컷 주 스탬퍼드에서 태어났으나 인도 뉴델리에서 성장한 카란 마하잔은 2001년 다시 찾은 미국에서 9ㆍ11 사태가 빚어낸 인종차별을 겪는다. 그리고 그 이듬해 인도 구자라트 주에서 발발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의 충돌을 지켜보며 『가족계획』의 초안을 구상한다.
내가 스탠퍼드 대학에 입학하려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온 지 엿새 만에 9ㆍ11 테러가 터졌다. 그때 이후로 미국인이 이방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구자라트 분쟁을 지켜보면서 힌두교도가 이슬람교도를 바라보는 편향된 시선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인들과 힌두교도들이 타인을 편향된 시선으로 보는 이 위급한 문제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방식은 소설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이 작품의 초안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내 소설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도 인도의 본질, 인도의 생생한 분위기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사리나 중매결혼, 냄새 같은 소재는 최대한 빼고서 진실된 인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출판사 하퍼 퍼레니얼(Harper Perennial)과 한 인터뷰
『가족계획』은 인도 밖에서 인도를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에 대한 거부감을 근간으로 탄생한 작품이기 때문에 인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예리하게 들춰내면서도 따스한 시선을 잃지 않는다.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하잔은 “인도의 한 가정의 일상과 세계화, 세대 차이를 둘러싼 문제를 정확히 꿰뚫어낸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뉴욕 포스트>)을 완성해냈다.
인도의 유력 정치인인 아버지 아후자와 열세 남매의 맏이인 사춘기 소년 아르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작가는 사건 사고 많은 대가족의 일상을 조명하며 한 나라의 정치사와 가족사, 개인사가 어떻게 서로 엮이고 부딪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마하잔의 자유분방한 유머 감각과 정곡을 찌르는 노련한 풍자, 인도 사회에 대한 리얼한 묘사가 다른 영미소설과 비교 불가능한 독자성을 이 소설에 부여한다.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
세상에서 가장 정신없는 가족의 요절복통 코미디!
피 끓는 사춘기, 장남 아르준: “왜 자꾸 동생을 낳는 거예요? 이미 열세 명이나 있잖아요!”
뉴델리에 사는 대가족 아후자 집안의 맏아들인 열여섯 살 소년 아르준은 아침부터 기분이 언짢다. 간밤에 아기들 방에서 부모님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왜 자꾸 아이를 만들려는 걸까? 열세 남매로는 모자란 걸까? 안 그래도 친구들이 자신을 ‘찢어진 콘돔’이라느니, 아버지를 ‘이 나라의 아버지’라느니 놀리는 통에 속상해죽겠는데 말이다. 결국 아르준은 아버지에게 대들며 불만을 터뜨린다. “제 이름이 뭔지는 아세요?”
투덜대며 스쿨버스에 오른 아르준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 짝사랑하는 소녀 아르티가 그의 옆자리에 앉은 것. 아르티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에 엉겁결에 록 밴드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 아르준. 거짓말을 수습하기 위해 괴짜 친구 세 명을 포섭해 밴드를 만들었으니, 이름하여 ‘고가도로의 친구들’이다. 도시개발부 장관인 아버지가 만든 고가도로의 개통식에서 공연을 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급조된 밴드의 실력은 엉망진창이고, 설상가상으로 밴드 멤버들은 면허도 없이 자동차를 몰고 다니다 교통사고를 낸다. 아버지 아후자 덕분에 무사히 사고를 수습하며 부자 관계도 회복되는 듯했지만, 아들에게 다가가는데 서툰 아후자는 큰 실수를 하고 마는데……
위기의 중년, 아버지 아후자: “아무리 사람들에게 사랑을 베풀어도 돌아오는 건 실망뿐이지.”
라케시 아후자는 요즘 마음이 복잡하다. 아들에게 아내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들킨데다 왜 계속 동생을 낳느냐는 힐난까지 받았으니 이런 낭패가 또 없다. 하지만 자신이 아내가 임신했을 때만 사랑을 느끼는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고 어떻게 밝힐 수 있겠는가. 노련한 정치인인 아후자도 아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한편 정치 상황도 꼬일 대로 꼬여간다. 아후자는 인도 최고 권력자이자 여당 당수인 루파 발라의 총애를 받고 있지만 덕분에 동료 의원들의 시기를 받고 있다. 게다가 정적인 국회의원 요그라지는 아후자가 반대한 법안을 제출해 아후자의 심기를 건드린다. 아후자는 이런 상황을 핑계로,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면 늘 그랬듯이 사직서를 제출한다. 자그마치 ‘예순세번째’ 사임. 매번 당수가 그를 달래며 사직서를 반려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며칠 쉬면서 아르준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직서가 수리되고 아후자는 도시개발부 장관에서 물러나게 된다. 게다가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국가에서 제공받은 넓은 집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닥친다.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은 아후자와 그의 가족들. 그들은 어떻게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까.
포복절도하게 하는 풍자 속에 숨은 씁쓸한 현실,
현대 뉴델리의 가장 솔직한 초상
『가족계획』은 위트 넘치는 문체로 인도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통렬한 풍자를 곳곳에 심어놓았다는 점에서, 앞서 한국에 소개된 인도 작가의 작품인 『슬럼독 밀리어네어』나 『세 얼간이』와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이 소설에는 많은 갈등관계가 등장한다.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맏이와 동생들,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국회의원들과 여당 당수…… 카란 마하잔은 마치 현미경으로 현대 뉴델리를 들여다보듯 이 다양한 갈등을 세밀하게 묘사해나간다. 작품 속 인물들의 사연은 처음엔 코믹하게 다가오지만, 이내 우리의 현실과 겹쳐 보이면서 마음 한구석에 불편함을 남긴다. 도시의 무질서를 심화시키는 고가도로 건설에 열중하는 장관이나, 국정과는 관계없는 일로 허송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어딘가 낯이 익기 때문이다. 아르준과 아후자가 혼란 속에서 갈등하며 화해하는 동안, 독자들 역시 배꼽을 잡고 웃다가 문득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되지 않을까.
추천사
이십대 때 이렇게 클래식한 가족 소설을 펴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작품이 카란 마하잔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것이다. 『가족계획』은 그야말로 절대적인 재능의 총집합이다. 스티븐 엘리엇(작가)
마하잔은 고작 스물네 살에 슬픔을 풍부한 유머로 승화시켜 대단히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워싱턴 포스트
사랑스러운 괴짜들과 능청스러운 사회 비판 발언으로 가득한 코믹 소설들은 인도의 새로운 수출품이 되었다. 이 소설은 그중에서도 가장 신랄하고, 가장 배꼽 잡게 만든다. 타임스
지은이 카란 마하잔 Karan Mahajan
1984년 미국 코네티컷 주 스탬퍼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인도 뉴델리로 이사한 뒤 그곳에서 성장했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영문학과 경제학을 전공했다. 열다섯 살 무렵,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크리켓보다 글쓰기에 더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작가를 꿈꾸기 시작, 2008년 마침내 『가족계획』을 발표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작품은 조지프 헨리 잭슨 상을 수상하고 딜런 토머스 상 최종 수상 후보에 오르는 등 그해 가장 주목받는 작품이 되었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뉴스위크> 등 많은 매체에 다양한 주제로 글을 기고해왔고,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 머물며 차기작을 집필하고 있다.
옮긴이 나동하
영미소설 번역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문예창작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거짓말하는 혀』 『스타더스트』 『네버웨어』 『생존자』 『수도원의 죽음』 『조이랜드』 등 영국과 미국 소설 30여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