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댕이는 10년차』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는 점이다. 어느 한 독자는 트위터 상에서 “기존의 커플툰이 케이크라면,『달댕이는 10년차』는 쑥개떡 같은 작품”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10년이 넘은 장수 커플 달수와 댕시가 주인공이지만, 두 사람의 연애사나 애정관계는 이야기 중심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주인공이자 작가의 분신인 댕시 자신 또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다보니 금전, 직장, 인간관계, 부모님, 육아, 건강 등 살면서 한 번쯤 부딪힐 법한 고민들을 비롯해 성소수자 및 데이트 폭력과 같은 조금은 특별하고 진지한 문제까지 폭넓고 다양한 화제가 등장한다.
댕시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서 감지된 의문들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의문의 꼬리를 붙잡아 독자들에게 툭툭 던진 다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간다. 힘든 상황을 애써 감추려 하지도 않고,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자신과 주변을 향해 있던 그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네 모두의 이야기로 바뀌어 마침내 독자들의 마음으로 흘러들어온다. 댕시와 친구들의 모습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 그 자체이기도 하다.『달댕이는 10년차』가 지극히 개인적인 삶과 생각을 담은 이야기임에도 누구나의 가슴에 와닿는 이유다. 솔직하고 과감하면서도 때론 함축적이고, 유머가 넘치는 그의 화법은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다. 작품 전체에 깔려 있는 사람에 대한 깊고 커다란 믿음과 애정 역시 독자들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이런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달댕이는 10년차』는 풍자와 해학, 그리고 삶의 애환이 진하게 피어오르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달댕이는 10년차』는 커플툰보다는 차라리 일상툰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년이라는 두 사람 사이의 세월은 그리 가볍지 않다. 그들의 관계는 ‘달달한 연인 사이’보다는 ‘오래된 친구’ 또는 ‘동지’에 가까워 보인다. 얼핏 가족과 다름없이 보이지만 그렇다고 진짜 가족도 아니다. 사실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만한 ‘환상의 커플’도 아니다. 하지만 “그저 존재 하나만으로” 상대방의 허물을 이해하는 이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부러움이나 환상 그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달콤한 상상이나 대리만족은 없지만, 서로의 곁에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그저 묵직한 울림을 통해 전달한다.
이번에 출간된 1, 2권에는 금다래꿍, 흥타령 등 우리 가락을 바탕으로 한 <달댕이단가> 다섯 편과 작가의 데뷔 전 작품을 새로 각색한 <크레이지 커플>이 부록으로 실려 있다. 기존 『달댕이는 10년차』의 독자 외에도 속 깊고 진한 삶의 냄새가 나는 작품이 보고팠던 독자라면 이번 출간이 반가울 것이다. 초판 한정으로 달댕이 책갈피를 증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