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처럼 재치 있고, 제인 오스틴처럼 애절하다!
타고르를 잇는 20세기 인도문학의 대표 작가
부다데바 보스의 세계로 독자를 이끄는 완벽한 작품
인도문학은 그동안 우리에게 낯선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 작가의 이름이 독자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바로 장편소설 『내 인생의 그녀』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부다데바 보스다. 열일곱 살에 첫 시집을 발표한 부다데바 보스는 시를 중심으로 소설, 희곡, 에세이, 평론 등 장르를 넘나들며 1974년 예순여섯의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200여 편의 작품을 남기며 타고르를 잇는 인도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대학 재학중 모더니즘을 선도한 문예지 『칼롤』의 편집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이후 수많은 문인이 모여 문학을 논하던 자택에 출판사를 차렸고, 문예지 『카비타』와 함께 시집을 펴내고 비평의 장을 제공하는 등 출판인으로서도 크게 활약했다. 서양문학에도 조예가 깊어 보들레르, 릴케, 횔덜린, T. S. 엘리엇 등 당대 최고로 손꼽히는 시인들의 작품을 벵골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전방위 문학인으로 왕성히 활동한 결과 그는 국립 문학 아카데미에서 매해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 아카데미 상, 벵골어로 쓰인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라빈드라 상을 수상하고 문학과 교육에 헌신한 공을 인정받아 파드마 부샨 훈장을 받았다.
이처럼 20세기 인도문학의 중심적 역할을 했던 부다데바 보스이지만, 언어의 장벽 탓에 널리 소개될 기회를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밤새 내린 비』 『마땅한 바로 그때』 등의 소설과 시 선집이 영어로 번역되며 재조명받고 있고, 마침내 국내 독자들도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내 인생의 그녀』는 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절, 우연히 마주친 네 남자의 첫사랑의 기억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옴니버스 형식의 장편소설이다. 자국 내에서 이미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품격 있는 색다른 이야기로 풀어내는 천재성이 돋보인다”(텔레그래프 인디아)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일본에 소개되었고,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며 “보석상자와도 같은 부다데바 보스의 세계로 독자를 유혹하는 완벽한 작품”(파이낸셜 익스프레스) 등의 호평을 받았다.
아득히 멀어져간 젊은 날의 사랑
인생에 다시없을 하나뿐인 그녀를 추억하는 네 목소리
찬 공기가 살을 에는 12월 밤, 삭막한 기차역의 대합실. 선로 사고로 발이 묶인 네 남자가 망연히 담배 연기만을 내뿜는 가운데 둘만의 보금자리를 찾던 젊은 연인이 불쑥 나타난다. 두 사람의 따뜻한 기운은 무겁게 가라앉은 대합실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그것을 계기로 네 남자는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젊은 시절의 사랑을 차례차례 풀어놓는다.
마칸랄의 슬픈 사연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칸랄은 학벌에 집착하던 어머니의 등쌀에 못 이겨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을 졸업한다. 며느리도 배운 집안에서 맞이하고 싶던 그의 어머니는 이웃 교수의 집에 혼담을 넣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하고, 남몰래 교수의 딸을 마음에 품고 있던 마칸랄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일에만 몰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집세를 내지 못해 거리에 나앉을 뻔한 교수의 가족을 마칸랄이 본인의 재산으로 구해주고, 그날 저녁 마칸랄은 꿈에 그리던 그녀의 앞에 선다.
가간 바란의 사연
다른 사람의 눈도 똑바로 보지 못하던 순수한 소년 시절, 가간 바란은 당돌한 옆집 소녀에게 사랑 고백을 받는다. 하지만 어린 두 사람이 달리 어찌해보지도 못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결국 그는 공부를 하러 집을 떠나고 소녀는 혼기가 차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 신랑의 집으로 가는 그녀와 마주한 가간 바란. 어색하게 의미 없는 말만 늘어놓는 그에게 그녀는 떠나기 전 단 한 번 입을 맞추고 돌아선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마침내 그녀의 딸이 결혼하는 날, 가간 바란은 오래도록 망설인 끝에 결혼식장을 찾는데……
의사 아바니가 결혼한 사연
친구가 속한 극단 여배우의 상처를 치료해준 것을 계기로 극단 사람들과 친해진 의사 아바니는 연습이 있는 날이면 구경을 하러 간다. 그러다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배역과 어울리지 않게 기운이 없던 여배우가 아바니의 친구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연극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고 그녀도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른다. 그사이 그녀를 향한 마음을 조심스레 키우던 아바니는 이제, 그녀의 가족이 한 달 뒤 그녀를 다른 사람과 결혼시키려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작가의 독백
한동네에 살며 종일 붙어다니는 ‘삼총사’ 비카시와 다른 두 친구는 동시에 한 여자를 사랑한다.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던 그녀가 티푸스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서자 삼총사는 밤낮으로 곁을 지키고, 덕분에 네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완전히 회복한 그녀와 함께 삼총사는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녀는 곧 다른 사람과 결혼해 집을 떠난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고향집으로 돌아온 그녀에게서 심상찮은 기미가 느껴지고……
시적 언어로 복기하는 순수했던 지난날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향한 노스탤지어
『내 인생의 그녀』에서는 시를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펼친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묘사가 단연 돋보인다. 건축가, 관료, 의사, 작가 등 각자의 직업만큼이나 천차만별인 네 남자의 생김새부터 매일같이 이웃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 남몰래 눈빛만 주고받다 겨울밤 길을 함께 걷게 된 두 사람 뒤로 펼쳐지는 벌판 풍경 등을 실감나게 그려내는 섬세함은, 부다데바 보스 자신의 분신인 듯한 마지막 화자의 이야기에서 최고로 빛을 발한다. 사연의 배경이 되는 다카 지역은 실제로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장소로, 아직 개발되지 않았던 그 시절 그곳 풍경이 시적인 문체로 아스라이 펼쳐져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의 문턱에서 괴로워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절망감에 휩싸인 주인공과 아름답기만 한 밤하늘의 대조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등장인물들의 순수함 역시 작품에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네 이야기의 주인공은 오늘날처럼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거나 밀고 당기기를 하지 않는다. 때는 아직 인도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 여자가 대학에 가는 것은 물론 마음대로 외출하는 일도 흔하지 않던 시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결혼을 해야 했던 시절이다. 이성간에 터놓고 마음을 나누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지만 가슴속에 사랑의 감정이 피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기에, 네 주인공은 섣불리 손을 내밀지도 속내를 감히 입 밖으로 내지도 못한 채 상대를 향한 마음만 조용히 키워간다.
작품 속의 네 남자는 각자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들려주되 결코 큰 소리로 외치지 않는다. 가슴 깊이 간직한 어린 사랑의 기억을 담담하게 한 장면 한 장면 펼쳐 보일 뿐이다. 하지만 사랑과 갈망, 상실의 감정이 곳곳에 스민 행간에서는 누구든 스스로의 젊은 사랑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이 작품이 절대 가볍지 않은 이유다.
▶ 이 책에 쏟아진 찬사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품격 있는 색다른 이야기로 풀어내는 천재성이 돋보인다. _텔레그래프 인디아
보석상자와도 같은 부다데바 보스의 세계로 독자를 유혹하는 완벽한 작품. _파이낸셜 익스프레스
결말에 이를 때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사랑이라는 것이 여전히 존재하는 지금,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 _트렌디인
크게 소리내어 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소리내어 말하지 않은 이야기의 행간에서 사랑과 갈망, 상실의 강렬한 순간이 태어난다. _인디아 투데이
사랑의 결실을 맺은, 젊은 날의 사랑을 되새기는, 정열적인 감정이란 뭘까 고민하는, 이제껏 걸어온 인생의 의미를 곱씹는 그 모두에게 빛나는 선물이 될 것이다. _아마존 독자
▶ 옮긴이 김현우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비교문학 협동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EBS 프로듀서로 근무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샐린저 평전』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레이트 하우스』 『A가 X에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