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촌의 풍경과 농민의 정서를 줄기차게 노래해온 시인 고재종의 다섯번째 시집『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이 출간되었
다.
투철한 현실 인식과 맑고 정련된 언어로 우리 시의 독특한 기품을 갖춰온 고재종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의 시만이 갖는 특유
의 미덕이 그득하게 담겨 있다. 그 미덕이란 자연과 농촌의 충만한 생명력을 옹골찬 형식 속에 아름답게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
그가 노래하는 농촌의 삶과 자연의 정취는 점점 삭막해지고 팍팍해져가는 현대인의 삶에 시원함과 포근함을 두루 안겨준다. 참신
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들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그의 시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 삶의 진실을 진솔하게 그려보
이고 있다. 이 시집에서 엿보이는 놀라운 생명과 사랑의 찬양을 담은 시는 세기말의 쓸쓸한 풍광에 더없는 위안을 제공한다. 더
욱이 황폐하고 여윈 삶의 현장에서 환한 생명의 꽃을 피워올리는 시의 경이로움은 우리 시대 보기 드문 생명의 광휘를 눈부시게
펼쳐보이고 있기까지 하다.
고재종 시인은 195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84년 실천문학사의 신작시집『시여 무기여』에「동구밖집 열두 식구」 등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93년 신동엽 창작기금과 1997년 시와시학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계간『시와 사람
』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시집『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새벽 들』『사람의 등불』『날랜 사랑』과 산문집『쌀밥
의 힘』『사람의 길은 하늘에 닿는다』 등이 있다.
생명의 아름다움이 우주적 교감을 이루기를 꿈꾸는 시편들
이번 시집에서 우선 주목할 점은 그의 시들이 생명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인정하고 나아가 자연과 인간이 교류하고 합일을 이
루는 지점을 진지하게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그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농촌의 황폐화 문제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
다. 생명이 시드는 퇴락의 공간으로 전락하고만 농촌, 휘황한 러브호텔이 늘어가는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저변에 깔면서
농촌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노래하고 생명의 힘과 아름다움을 우러른다.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오늘날 고재종 시
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그래서 더욱 의미 깊다.「수선화, 그 환한 자리」를 비롯한 일련의 작품들은 그러한 정신과 의식을 풍부
하게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농촌에 뿌리박고 사는 사람들의 야생적 생명력을 형상화한「창평할매의 걸음」, 참담한 삶 속에서 생명의 기미를 포착하고 그
것의 회복을 갈구하는 표제작「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 등은 고재종 시의 가장 큰 미덕을 잘 담아낸 시편들이다. 시인은 일체
의 사물을 생명과의 연관물로 인식하며 생명의 아름다움이 우주적 교감을 이루기를 꿈꾼다.
투명하고 영롱한 시어 속에 빛나는 초록빛 생명의 광휘
고재종의 시는 투명하고 영롱한 서정의 세계 속에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동시에 담고 있어 항상 주목받아왔다. 이번 시
집은 농촌의 문제성을 고발하고 모순된 사회구조를 비판하는 한편, 여전히 광휘를 드리우는 농촌 자연의 자연다움, 그곳에 숨어
있는 생명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농촌 문제를 새롭게 보는 시각은 물론 생명 문제를 근원적으로 다시 돌아보게 하고 있다. 시집『
앞강도 야위는 이 그리움』은 초록빛 생명의 광휘로 부시게 빛나고 있어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