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 아트!>를 좀 더 흥미롭게 소개하기 위해 아래는 매리언 듀카스와의 가상 인터뷰를 구성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매리언 듀카스 씨, 『렛츠 아트!』 출간을 계기로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듀카스 씨가 한국 독자들한테는 듣보잡이라서요.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A. 네, 안녕하세요. 매리언 듀카스입니다. 저는 런던에 살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예요.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석사를 받았고(나, 배울 만큼 배운 여자~) 영국에선 그림 좀 그리는 걸로 알려져 있어요. 2010년에는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이 주는 ‘브이앤드에이 북커버 디자인상’도 받았죠.
Q. 처음부터 자기 자랑으로 시작하시는군요. 주로 어떤 작업을 하시는지 소개해주세요.
A. 하핫. 제가 코리언 스타일이 아니라 겸손을 몰라요. 아무튼 제가 한 일을 소개드리자면, 펭귄북스의 소설 중에 조지 오웰 책 표지 작업도 몇 권 했고 『가디언』을 비롯한 여러 잡지에 일러스트와 손글씨 작업도 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작업을 해왔지만, 특별히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기념우표 디자인을 맡은 건 특히 영광이었죠!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다들 아시죠? 거기서 50주년을 기념해 저한테 우표 안에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넣어 우표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어요.
손바닥만 한 우표를 잘 읽히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로 만들기 위해 완전 고민했죠. 예를 들어 리어왕 우표에는 그의 엄청난 고뇌를 담아야 했고,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그들의 리얼 러브, 뜨거운 사랑을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글씨에도 캐릭터를 준 거죠. 이 우표들 좀 보세요.
Q. 네, 저는 개인적으로 해골 든 햄릿이 맘에 드네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캬~~ 손글씨며, 사진을 보면 무대 위에 선 배우들이 그대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A. 땡큐! 내 의도대로 봐주시네요. 마침 손글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최근에는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러스트레이터들도 많지만, 저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독특한 감성은 ‘손’만이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예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글씨체를 갖고 있으니 손맛만 살린다면 글씨야말로 자기 정체성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죠.
바로 그게 제가 『렛츠 아트!』 본문 대부분을 손글씨로 쓴 이유이기도 하고요. 눈 밝은 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장마다 글씨체가 다르답니다. 모나리자를 소개한 부분은 부드러운 느낌으로, 만화를 그려보라고 한 부분은 빈티지한 느낌으로 갔죠. 쓰다가 팔 빠질 뻔했지만, 만들고 보니 각 장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것이, 역시 직접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에요. 한국어판에도 출판사에서 제 손글씨와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글자 작업에 신경 좀 썼죠. 혹시나 제 글씨가 궁금한 분들은 원서도 함께 사보세요.^^
Q. 깨알같이 광고까지! 어쨌거나 자연스럽게 『렛츠 아트!』 이야기로 넘어가는군요. 이 책 소개를 좀 해주신다면요.
A. 『렛츠 아트!』는 ‘명화를 따라 그린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책이에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반 고흐, 피카소 등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열두 명의 예술가들의 창작 아이디어를 엿보고 그들이 창조한 기법을 따라해보는 워크북이죠. 클레를 따라 그리며 선을 연습해보고, 고흐를 따라 그리며 노란색의 다양한 느낌을 만나는 식으로요.
Q. 흠…… 따라 그린다라……. 그런데 모방은 독창성과 거리가 멀지 않나요? 냉정히 말해 요즘 유행하는 크리에이티비티, 아이디어, 이런 거랑은 거리가 좀 있어 보입니다만…….
A. 헐! 이건 뭔 소리!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성경 구절 몰라요? 또 “예술은 도둑질이다”라는 말도 몰라요?(이건 피카소 말씀!) 심지어 지금 전 세계 수많은 카피밴드를 거느린 비틀스도 애초엔 커버밴드로 시작했다고요.
창조성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랍니다. 물론 세상에 한두 명쯤 있는 천재들은 그렇게 작품을 만들 수도 있겠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오리지널리티란 엄청난 수집과 모방을 통해 이를 수 있는 영역이죠. 당신이 사랑하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카피하고, 또 카피하며 그 창조성을 연구할 때만이 내 것을 탄생시킬 수 있다고요! 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도 이런 말을 했죠. “내가 공부해야 할 단 하나의 예술은 뭔가 훔쳐올 거리가 있는 예술이다.” 창조 이퀄 모방!!
Q. 워워……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그럼 『렛츠 아트!』에서는 뭘 배울 수 있다는 겁니까.
A. 예를 들어 다 빈치에게는 명암을 표현하는 법을, 클레에게서는 다양한 선 그리기를, 마티스에게서는 색감을 배울 수 있죠. 또 마그리트는 물건을 엉뚱한 곳에 놓는 발상의 전환으로, 앤디 워홀은 상품을 작품으로 만든다는 아이디어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었고요. 이렇게 말하니 상당히 설명이 교과서 같은데,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이 책에서 하라는 대로 그리고 칠하고 오리고 만들어보세요. 모나리자 미소 그리기, 손가락 그림으로 캐릭터 만들기 등 손만 있으면 유치원생들도 다 해볼 수 있는 아주 쉬운 활동들입니다. 재미도 보장합니다! 보기만 하는 것과 해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는 것! 크레파스로 엄마, 아빠 얼굴 그렸을 때가 누구나 있잖아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제법 근사하게 그리던 그 시절로 돌아가보자고요.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에서 위대한 예술이 태어나는 걸 엿보는 건 덤이고.
Q. 『렛츠 아트!』의 독자들이 이 책을 이렇게 쓰면 좋겠다, 싶은 바람이 있다면요?
A. 한국어판을 낸 편집자에게 들으니 한국에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어른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봐요. 『렛츠 아트!』가 한국 독자들의 창작욕을 일깨울 오프너 역할을 했으면 좋겠고요. 이게 거창하다면 아주 소박하게는 그냥 독자들이 이 책을 갖고 잘 놀았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파괴하라』라는 책을 독자들이 갖고 놀 듯이 말이죠. ‘플리커(flickr.com)’라는 사이트에 『이 책을 파괴하라』를 치면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파괴한 이미지들이 1만3,000건 이상 검색되잖아요. 한 권을 파괴하고, 또 한 권을 사서 다시 새로운 콘셉트로 채워나가며 노는 것처럼 『렛츠 아트!』도 한 권을 아트하고, 또 새로운 콘셉트로 아트하면 좋겠어요. 결국은 그게 자기만의 포트폴리오가 되는 게 아닐까요? 아마추어들에게 자신의 진정한 작품은 나만의 감성을 담은 것, 내가 즐기며 만든 것일 테니까요. 어디 가서 자랑할 수는 없어도(자랑까지 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내가 즐거운 게 중요합니다.
Q. 네, ‘엔조이 유어 라이프’가 핵심이군요.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A. 지난해에 제 신간『Let´s Make Some Great Fingerprint Art』가 나왔어요. 지문 그림 그리기 책인데, 이 책도 쉽고 재밌습니다. 『렛츠 아트!』에 이어 이 책도 한국 독자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일단 『렛츠 아트!』가 많이 팔려야 이 책도 나올 수 있겠죠?^^ 제가 한국에서 듣보잡이 되지 않도록 많은 분들이 제 책과 그림을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제 홈피(mariondeuchars.com)에도 놀러 오시고요. 그럼 인터뷰는 이만. 땡큐 베리 머치! 시 유 순~
*위 이미지 가운데『렛츠 아트!』의 본문 이미지를 제외한 이미지는 매리언 듀카스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저작권은 매리언 듀카스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