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성장시킨 건, 우리의 고민과 한숨이다
일본 30대 싱글 여자들의 정신적 지주인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 이제 그녀는 여자만화 3종 시리즈 시즌 1(『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주말엔 숲으로』)을 통해 국내 여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만나고 싶은 언니’가 되었다. 그런 그녀의 대표 만화인 ‘수짱 시리즈’ 전권이 이번에 출간되었다.
수짱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출간과 동시에 일본에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마스다 미리를 일본 여자들의 정신적 지주로 떠오르게 한 책이다. ‘수짱’은 30대 초반의 독립한 싱글여성 캐릭터로, 친한 친구끼리도, 친한 직장동료 사이에서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아주 작은 고민과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 내 마음을 알아주는 속 깊은 친구로 여성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수짱’이라는 캐릭터의 장점을 일본 언론은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와 함께 나란히 서서 달리며 때때로 응원을 해주는 친구.’
시리즈가 더해질 때마다 수짱은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 특별한 사건도 큰 변화도 없는 일상이지만, 또 그냥 나이만 먹는 게 아닐까 가끔 한숨을 쉬기도 하지만, 수짱은 한걸음 한걸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눈에 띄지 않는 성장이기에,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평가받지는 못한다. 하지만, 수짱은 스스로 삶의 가치를 긍정할 줄 아는 여자다. 재력과 미모를 갖춘 골드미스가 아니어도, 성공한 여자들이 강조하는 인생의 팁, 즉 싫은 사람 내편 만들기를 할 줄 몰라도, 서른 중반에 과감하게 새로운 직장으로 옮길 줄은 안다.
주저하다가 마음을 건넬 타이밍을 놓치고, 사랑이 다가왔는데도 잡을 줄 모르는 수짱이기에 여전히 싱글이지만, 그런 자신의 마음을 보듬을 줄 안다. 수짱은 우리보다 더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결코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신이 하루하루 경험한 일들,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삶을 꾸려간다. 연애를 잘 못해도 ‘그게 나’라고 긍정할 만큼 자신을 사랑할 줄 안다. 수짱은 ‘결혼하지 않아도 또는 결혼을 해도’ 상관없을 만큼 알고보면 단단한 여자다. 당신도 알고보면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알려주는 게 수짱이다.
수짱이 여자들에게 좋은 친구인 이유가 여기 있다. 그녀는 동년배 여자들과 ‘나란히’ 달리기 때문이다. 앞서나가 잘난 척하며 인생의 팁을 알려준다거나, 뒤쳐져서 징징거리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그 마음을 우리 스스로가 꺼내들게 만든다.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며, 스스로 삶을 긍정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고 알려준다.
잊고 있었구나, 하는 순간 독자들은 공감한다. 의미 없이 흘러간다고 여겼던 하루하루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수짱을 통해, 독자들은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길 수 있게 된다. 그 누군가가 ‘괜찮다’고 위로해주지 않아도 좋다. 수짱은 우리에게 이 소중한 진실을 알려주는 좋은 친구이다.
수짱의 끊임없는 한숨과 고민,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수짱이 한숨과 고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듯, 우리도 그렇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한숨과 고민은 숨기고 버려야 할 하찮은 것이 아니라, 마음이 우리에게 보내는 작은 변화의 신호이다. 수짱은 바로 그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