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과 페미나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작가
코메디 프랑세즈에 레퍼토리를 올린 생존하는 유일한 여성 작가
모욕을 견뎌 개인의 존엄을 지켜내는 세 가지 강렬한 이야기
“온갖 종류의 고난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인물에게 변하지 않는 내면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유약해 보이는 인물조차도, 그가 아무리 끔찍하고 모욕적인 고난의 한가운데 내던져진대도 자신이 고유한 인간 존재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지요. 건강한 힘을 지닌 강인한 여인들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살아나갈 힘을 냉소주의나 권력의 남용 혹은 광기 같은 것에 기대어 얻지 않는 인물들을 말입니다.” _마리 은디아이, <텔레라마>와의 인터뷰에서
잔인하고 가혹한 현실 속에 내던져진 세 여성,
유약하면서도 강인한 그들의 내면의 힘을 보여주는
세네갈계 프랑스 작가 마리 은디아이의 2009년 공쿠르상 수상작!
마리 은디아이는 가장 카프카적인 프랑스 작가이다. _레 쟁로퀴티블
프랑스와 아프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세 여성의 삶을 교차시키며 내면의 강인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 여인 Trois femmes puissantes』은 2009년 공쿠르상 수상작이자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마리 은디아이의 작품이다. 세네갈계 프랑스 작가 마리 은디아이는 등단 이래 어떤 문학적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왔으며, 클래식하고 섬세한 문체와 현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공간, 특히 작품 속에 스며 있는 기묘함으로 프란츠 카프카에 비견되기도 했다. 『로지 카르프』(2001)를 통해 페미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세 여인』(2009)으로 만장일치에 가까운 심사위원의 찬사 속에 공쿠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과 페미나상을 모두 거머쥔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흑인 여성 최초로 공쿠르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프랑스 국내외 언론과 대중의 큰 주목을 받았고, 『세 여인』은 출간 5개월 만에 45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세 여인』은 세 편의 이야기, 세 개의 소우주 속에 담긴 세 여성의 운명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모두 아프리카 대륙과 프랑스, 더 정확히 세네갈과 프랑스 사이에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여성들이다. 오래전 가족들에게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뼛속까지 이기적인 아버지로부터, 행복한 미래를 약속했지만 열등감과 패배의식에 젖어 살아갈 뿐인 남편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자신을 철저히 짓밟는 한 남성으로부터, 노라와 판타 그리고 카디 뎀바, 세 여성은 자신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을 지켜나간다. 뿌리깊은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변화시키고 스스로를 끌어올리는 힘은 그들 자신도 알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고요하고도 부드러운 내면의 힘이다. 가혹하고 불편하며 폭력적인 진실이 침묵과 조용한 성찰의 언어로 조심스레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강인하고 굳센 세 여성이 보여주는 정신의 승리에, 모욕을 견뎌 개인의 존엄을 지켜내는 그들의 강렬한 이야기에 경탄에 찬 마음의 가벼운 떨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차갑게 얼어붙은 삶의 한복판에서 내면의 불꽃을 피우며 고요한 전복을 이루어내는
강인한 세 인물의 세 가지 운명
“건강한 힘을 지닌 강인한 여인들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서른여덟 살의 세네갈계 프랑스 여성 ‘노라’. 세네갈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가난하고 불우했던 과거를 딛고 변호사로 성공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를 찾는 아버지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삼십 년 전, 나머지 가족을 프랑스에 버려두고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하나뿐인 남동생만 데리고 세네갈로 훌쩍 떠나버렸던 아버지의 편지가. 노라는 의논할 일이 있다는 아버지의 부름에 서둘러 그의 고향, 다카르로 향한다.
다시 만난 아버지의 모습에 노라는 충격을 받는다. 냉혹하고 강해 보였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아버지는 핍진한 모습으로 자신의 왕국이었던 텅 빈 집에서 노라를 맞이한다. 그에게서 과거의 오만과 그 당당했던 풍채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신비롭게 지속되던 젊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도 그는 아무 말 없이 꾸역꾸역 먹기만 하더니 그녀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남동생 소니가 감옥에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여러 명의 아내와 아이들을 두었던 남자, 특별히 잘생기지는 않았어도 총명하고 교활하고 냉혹하고 민첩했던 남자, 빈곤에서 벗어나 출세한 이 남자의 주위에는 늘 사람들이 득실거렸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에게 복종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운이 좋았던 남자가 이제 아무도 없이 혼자 남게 되었고, 어쩌면 버림받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묘한 쾌감이 일었다. 무어라 규정할 순 없지만 해묵은 원한을 어루만져주는 물리치기 힘든 감정이었다. (20쪽)
그때부터 그녀는 자유로워지기로 결심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스스로를 옭아맸던 온갖 사념에서 해방되기로. (71쪽)
아버지가 비통하고 절망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으로 매일 밤 화염목 가지 위에 올라앉아 있는 이유를, 어린 시절 쓰던 방을 그대로 남겨둔 채 사라져버린 남동생의 부재에 관한 진실을, 아버지의 어린 두 딸들이 보내는 적의 가득한 눈빛의 까닭을, 아버지와 그의 새 부인 그리고 남동생 사이에 벌어진 비극을, 노라는 아버지의 고백과 신문기사를 통해 비로소 알게 된다.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 가난한 생활, 알코올중독에 빠진 언니, 매춘에 나선 어머니…… 불우한 가정사를 딛고 변호사로 성장했지만, 아버지의 지독한 이기심 때문에 노라는 다시 한번 끔찍하고 잔인한 삶을 마주한다. 생리현상을 제어할 수 없을 만큼 감당하기 힘든 진실 앞에서도, 그녀는 아버지 대신 끝끝내 소니를 지켜내리라 마음속으로 결심한다. 더욱 강인한 여성으로 거듭나리라고.
<두번째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부모와 함께 유년기를 보냈고, 세네갈에 있는 고등학교 문학 교사였던 뤼디 데카. 그는 젊은 시절 그곳에서, 아름답고 명석한 세네갈 여성 ‘판타’를 만난다. 결혼 후 세네갈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을 꾸린 지 몇 년이 지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주방설비 판매원으로 전락한 뤼디는 아침에 있었던 판타와의 말다툼을 출근길 내내 머릿속에서 떨치지 못한다. 그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말았어야 했던 말, 그 잔인하고 비열한 말을 후회하고 자책하며 그는 깊은 상념에 잠긴다.
이유가 뭘까? 시간이 흐르고 아름다운 젊음이 멀어져갈수록 다른 이들의 삶은, 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이들의 삶은 이미 따뜻하고 부드러운 최종의 빛이 환히 비추는 탄탄대로에 놓인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 그의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이제 모두 경계태세를 풀고, 그들이 마주한 삶을 느긋한 태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교묘히 냉소적이면서도, 생존 방식을 안다는 것은 탄력 있고 날씬한 복부와 매끄러운 머릿결, 완벽한 건강을 희생시킨 대가라는 인식이 슬며시 배어 있는 태도를. (119쪽)
안정적이고 행복했던 세네갈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프랑스로 도망치듯 떠나와야 했던 이유가 뤼디의 의식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한다. 또다시 판타가 자신을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노심초사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멋대로 해석하며 더욱 깊은 몽상에 잠긴다. 작열하는 태양볕 아래, 현재 자신의 처지를 말해주는 것 같은 낡고 특징 없는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숨막히는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그리고 그 공간이 강요하는 가쁘고 느릿한 호흡으로 뤼디는 지난날을 되짚어나간다.
그에게는 간혹 현실 자체가 끝없이 이어지는 차고 단단한 꿈 같기도 했다. 그의 소박한 생각에 각성 상태란 와해된 삶의 요소들에 질서와 명확한 체계를 부여하는 것이었는데 그는 이 각성 상태에 이르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이 꿈에서 저 꿈으로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157쪽)
거리에서 땅콩을 팔던 가난한 소녀에서 오직 자신만의 의지와 노력으로 어렵게 고등학교 문학 교사 자리에 오른 판타는 자신의 모든 명예를 그곳에 남겨둔 채 프랑스인 남편 뤼디를 따라 새로운 땅으로 이주했다. 뤼디가 백인 프랑스인 교사와 흑인 학생 사이에 벌어진 폭력 사건의 당사자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과거에 그의 아버지가 흑인 동업자를 살해한 사실이 밝혀지자 더이상 그 땅에 발을 붙일 수 없었던 것이다.
철저하게 뤼디의 생각을 통해 묘사되는 판타는, 전화선 너머의 목소리를 통해 존재를 드러낼 뿐 조금은 미스터리한 인물로 그려진다. 더 나은 삶을 꿈꾸고 새로운 삶을 찾아 프랑스로 왔지만 남편의 고향 프랑스에서의 삶은 세네갈에서 자신이 일궈놓은 삶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무관심한 남편,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두려워하면서도 적대시하는 아들, 신비주의에 빠져 매일 천사 타령만 하는 시어머니…… 의지할 사람이라곤 무능력하고 열등감에 사로잡힌 남편뿐인 낯선 땅 위의 막막한 현실이지만, 그리고 자신을 이런 나락으로 끌고 온 남편에게서 “다시 세네갈로 돌아가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는 잔인하고 비열한 말까지 들었지만, 강인한 여성 판타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오늘을 살아간다. 월계수에서 돋아난 신비로운 가지나 새잎처럼 조금은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입가엔 조용한 미소를 띤 채로 고요하고 담담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견뎌낸다.
<세번째 이야기>
부모 없이 할머니의 손에서 자라 다른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얹혀살다, 카디 뎀바는 마침내 자신의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먹고살 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가게가 있고, 가족도 생겼다. 외롭게 살아온 그녀에게 자신의 배로 낳은 아이란, 남편과 시댁과의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해줄 아이란 그녀에게 그만큼 더욱 특별한 존재였을 터다. 그래서 젊은 카디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임신에 집착했었다. 그러나 남편은 아이를 남기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적을 둘 곳이 없는 카디는 시댁으로 들어가지만, 시댁 식구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시누이들의 조롱과 핍박 속에서 카디는 “불안도 기쁨도 없는 가벼운 백색의 수면에” 빠진 채 담담히 하루를 인내한다.
기분 좋고 무해한 유백색 몽상들이 스쳐지나가는 이 상태는 바람에 나부끼는 긴 베일들과도 흡사했다. 종종 그 위로 변함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보내오는 남편의 얼굴이 어렴풋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그녀를 키우고 보살펴주었던 할머니의 얼굴이 가끔씩 보이기도 했다. (312쪽)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이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자체로 온전하고 소중한 존재이며, 그녀는 그녀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것. (313쪽)
몽상에 잠길 때마다 카디의 기억 속에 어렴풋이 살아나는 남편과 할머니, 그 얼굴들 덕분에 카디는 자신이 유일무이한 존재임을 잊지 않는다. 여하한 모욕에도 침묵 속에서 자신을 단련하고, 존재의 존엄을 지켜나가는 고유의 힘을 키워나간다. 시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쫓겨나듯 프랑스로 떠나게 되었을 때에도, 길에서 만나 마음을 나눴던 남자에게서 결정적 순간 처절한 배신을 당했을 때에도, 또다시 궁지에 내몰린 초라한 신세가 되었을 때에도, 손수 사다리를 만들어 철조망으로 된 국경을 넘을 때에도 카디에게는 한 치의 흔들림이 없다. 그리고 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 되뇐다. 그녀의 온전함은 절대 상처입지 않을 거라고.
아쉬움은 없었다. 그녀는 현재의 처지를 슬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과 다른 어떤 상황도 바란 적이 없었고 나름대로 희열을 느끼기까지 했다. 고통을 받는 데서 오는 희열이 아니었다. 그토록 용감하게 온갖 위험을 헤쳐나가는, 오로지 인간이라는 조건 자체에서 오는 희열이었다. (380-381쪽)
나는 한줄기 숨결보다 미미한, 한차례 기류에 불과한 존재이니까. 공기처럼 가벼워 도저히 짓밟힐 수 없는 존재이니까.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차가운 탐조등의 눈부신 불빛 속에 영원히 떠다니는 존재이니까. 그것이 카디 뎀바라는 인간의 속성이니까. 그게 나, 카디 뎀바다. (385쪽)
내면의 힘이라는 주제를 연주하는 세 개의 악장, 하나의 완성된 악보
세 인물의 침묵 위로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
『세 여인』은 각각 완전히 독립된 세 가지 이야기로 구성된 것처럼 보이면서도 세 인물의 운명은 삶의 한순간 교묘히 교차되거나 같은 테두리 안에 자리한다. 그들은 모두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들이며, 세네갈과 프랑스라는 두 나라 사이에서 표류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1부의 노라가 다카르에 있는 아버지를 다시 만나러 갔을 때, 아버지의 두 딸을 보살피던 아이는 소녀 시절의 카디 뎀바이며(26쪽), 3부에서 카디의 시어머니가 그녀에게 프랑스에 살고 있는 시사촌을 찾아가라며 건네준 주소가 적힌 쪽지 속 주인공은 다름아닌 판타다(317쪽). 또한 뤼디의 아버지와 노라의 아버지 모두 세네갈 다카르에서 바캉스촌 사업을 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노라와 판타 역시 간접적으로나마 같은 운명 속에 엮여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멀고도 가까운 공간 속에서 각자의 이유로 고통받고, 내면의 힘으로 그것을 견뎌내며 결국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다는 작품의 주제를 통해 세 가지 이야기는 다시 하나로 모이게 된다.
작곡을 하듯 이 책을 썼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세 여인』은 여성의 내면의 힘이라는 주제가 세 개의 악장을 통해 반복되는 음악의 악보처럼 읽힐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은 둘 이상의 독립된 선율이나 성부를 동시에 결합시켜 곡을 만드는 ‘대위법contrepoint’처럼, 지금껏 이야기를 이끌어온 인물 외에 또다른 인물의 대위적 시선으로 마무리하는 독특한 형식을 보인다. 이 부분을 단순히 ‘대위법’이 아닌 ‘대위법적 영상’이라 번역한 것은, 이 짧은 글이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로 와 닿았기 때문이라고 번역자는 말한다.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강렬한 ‘새’의 이미지나, 노라의 아버지가 밤마다 올라앉아 있는 노란 꽃송이가 달린 화염목, 노라의 담녹색 원피스, 타들어갈 듯한 더위 속에서 뤼디가 바라보던 옛 포도주 양조장 건물의 영상, 몽상에 잠겨 있을 때조차 카디의 머릿속에 각인된 시누이들의 의복 패턴 등 『세 여인』은 유독 시각적 이미지들을 강렬히 전달한다. 이러한 시각적 이미지들은 해악이나 충격적인 사건에 직면한 그들의 심리상태를 전달하기 위한 메타포로 자리하고,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열일곱 살에 쓴 소설로 프랑스 문단에 등장했던 신예,
작가 인생 25년 만에 흑인 여성 최초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다!
1902년 공식 제정된 공쿠르상은, 그 이듬해인 1903년부터 매년 그해 최고의 문학작품을 선정해왔다. 현재까지 110년에 이르는 공쿠르 역사상 여성 수상자는 단 여덟 명에 불과할 정도로, 심사위원 프랑수아즈 샹데고나르의 말처럼 “공쿠르를 비롯한 (거의 모든) 문학상은 남성 중심”이었다. 그러나 2009년, 또 한 명의 여성 작가가 그 중심에 떠올랐다. 수상작을 발표하기까지 총 세 번의 심사를 거치는 공쿠르상의 첫번째 심사에서부터 『세 여인』은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혔고, 결국 그 작품을 통해 마리 은디아이는 공쿠르상을 수상하는 아홉번째 여성 작가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는 1998년 수상한 폴 콩스탕 이후 11년 만의 일이었으며,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였다.
세네갈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은디아이는 열일곱 살에 프랑스 미뉘 출판사의 사장 제롬 랭동에게 발탁되어 1985년 첫 소설 『풍요로운 미래에 관해서라면』을 발표했다. 등단과 동시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으며, 『로지 카르프』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로서 더욱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 인생 25년 만인 2009년, 흑인 여성 최초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것이다. 『세 여인』은 그해 베스트셀러 10위에 선정될 만큼 문학성뿐만 아니라 대중성도 인정받았다. 최고의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에 수여되는 상이지만 대중의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던 공쿠르상을 다시 대중의 관심 속으로 돌려놓은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 여인』과 마리 은디아이를 향한 공쿠르상 심사위원들의 찬사
공쿠르 심사위원들은 자연스레 마리 은디아이의 문장력, 문체의 미학에 의견을 모았다. 은디아이는 무척 숙련되고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어휘로 글을 쓰는 작가다. _베르나르 피보
이 책과 사랑에 빠졌다. 독자로서뿐만 아니라 작가의 입장에서도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에 살을 붙이고 풍미와 향기까지 더할 줄 아는 위대한 화가다. 문체는 클래식이라 불릴 만하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_디디에 드쿠앵
감동적인 이야기와 문체의 조화. 무척 시각적이면서 아름다운 문장들이다. 포크너를 떠올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 _프랑수아즈 샹데나고르
글쓰기 그 자체, 작가의 신념, 간결함이 빛이 난다. 연극적 요소나 군더더기 없는 소설이다. _에드몽드 샤를 루
더없이 훌륭한 문체에 매우 강렬한 이야기다. 가족 간의 관계, 특히 딸과 아프리카인 아버지 사이의 관계,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_타아르 벵 젤룽
언론평
자아의 고통과 인식에 관한 강렬한 소설. _르 몽드 데 리브르
『세 여인』은 부르주아적 규범을 구현하며 단조롭게 이어져온 고전적 소설을 치유하는 해독제다. 언어를 통해 감각적이고 심리적인 내면의 움직임을 연구하며 인간을 파고드는 프랑스 문학과, 다민족성이라는 문제를 통해 세계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영미 문학 사이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문학적 공간이다. _레 쟁로퀴티블
숨막히도록 섬세하고 정교한 심리묘사. 상처받은 마음들을 그려내는 대가의 솜씨. _르 누벨 옵세르바퇴르
그녀의 소설은 이렇게 아름답다. 차갑고 얼어붙은 삶의 한복판에서 내면의 불꽃이 타고 있다. 밤을 보내는 거대한 화염목, 검고 흰 까마귀들의 울음, 외진 마을의 적막한 도로들. 공간은 현실적이면서도 마술적이고, 문장은 섬세하고도 미묘하다. _르 주르날 뒤 디망슈
한 가지는 확실하다. 『세 여인』은 울림을 주는 책이라는 것, 그리고 그 울림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 _르 푸앵
독창적인 내러티브와 감정의 극한으로 빚어낸 걸작. 냉정한 소설가의 눈으로 인간의 정신적 고통의 극단을 탐사하는 작품이다. 마리 은디아이는 사람들의 가장 밑바닥 현실을 가감 없이 이해하는, 독자들을 매료시키는 강력한 이야기꾼이다. _뉴욕 타임스
마리 은디아이의 스토리텔링은 강렬한 무언가와 민속적인 간결함을 향한다. 실제 그러하듯,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는 선과 악이 등장하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마리 은디아이는 유럽과 아프리카, 남성과 여성의 양쪽을 오가며 아름다움과 추함을 모두 찾아낸다. _보스턴 글로브
마리 은디아이의 장점은 그녀가 만들어낸 인물들의 복잡성과 이토록 미묘하고 아름다운 소설 속의 직관적인 문장 감각에 있을 것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가느다란 연결점에 의해 이어진 세 가지 이야기, 삼 부로 구성된 소설이 각각의 이야기의 총합 그 이상을 이루어내기란 쉽지 않다. 프랑스의 가장 주목받는 소설가이자 극작가 마리 은디아이는 이것을 『세 여인』을 통해 세련되고 꿋꿋하게 완성시켰다.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위대한 정신적 투쟁의 과정에서 절대 무너지지 않을 개인의 존엄성을 키워나간다. _가디언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보는 듯 미묘한 어조와 제스처. 마리 은디아이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매우 치밀하고 정교하게 해부한다. _인디펜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