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챈들러 스타일로 쓴 펄프 픽션의 정수!
줄담배, 지나친 수다, 도박 중독 등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는 종합 패배 세트, 지미 런츠는 암흑가 보스인 후아레즈에게 몇 천 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지미는 후아레즈에게 빚진 돈을 받으러 온 갬볼을 마주쳤을 때,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예감한다. 갬볼의 캐딜락에 타게 된 지미는 도망갈 기회를 살피다가 총으로 갬볼의 허벅지를 쏜다. 지미는 자신이 왜 갬볼을 쏘았는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서 당혹스러워 한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역겨움을 느끼던 지미는 총에 맞은 사람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지폐가 가득 찬 갬볼의 지갑과 갬볼의 총, 실탄을 훔쳐 도망친다. 그는 훔친 갬볼의 캐딜락을 몰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페더 강변에서 미모의 여성을 만난다.
애니타 데실베라는 보드카 한 병을 핸드백에 넣고 영화관에 간다. 영화표를 사고 레모네이드를 산 다음, 레모네이드의 절반을 식수대에 버리고 그만큼의 보드카를 붓는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영화를 보며 사람 없는 상영관에서 마음껏 훌쩍인다. 검사 아내인 애니타가 술을 마시며 슬퍼할 수 있는 장소는 영화관뿐이다. 그녀의 남편인 지방 검사와 사업 파트너인 판사는 230만 달러를 그녀의 이름으로 횡령했다. 그녀는 이제 FBI에 쫓기고 있으며, 그녀 이름으로 가졌던 모든 것을 채권자에게 빼앗겼다. 이제 평생 한 달에 800달러의 배상금을 내야 한다. 애니타는 술에 취해 페더 강변에서 햇살을 받으며 몸을 데우고, 지미는 그 모습을 인상 깊게 관찰한다. 애니타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가라오케를 즐기고, 우연히 그 술집에서 애니타를 본 지미는 그녀와 행동을 함께하게 된다.
지미에게 총을 맞은 갬볼은 혼미해져 가는 정신을 붙잡고 병원에는 갈 수 없으니 의사를 보내 달라고 후아레즈에게 전화를 한다. 후아레즈는 전부인인 메리를 의사 대신 보내 준다. 메리는 갬볼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총상을 입은 다리가 차도를 보이자 갬볼은 총을 들고 지미가 있으리라고 생각되는 곳에 찾아간다. 그는 사람이 있는 곳에 총을 쏘지만 죽은 것은 지미가 아닌 지미의 친구였다. 죽은 것이 지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갬볼은 아무렇지 않게 메리의 집으로 돌아와 메리와 사랑을 나눈다.
갬볼은 애니타와 애니타의 남편의 사업 파트너를 죽을 정도로 폭행해서 230만 달러의 횡령액이 들어 있는 은행 계좌의 비밀번호를 알아낸다. 후아레즈는 지미를 죽이기 위해 조수석에 지미를 태우고 차를 운전하다가 지미가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운전대를 붙잡은 채로 사망한다. 갬볼과 메리는 230만 달러를 가지고 메카를 핵 폭격하러 가자며 어디론가 떠난다.
움직이지 마
그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모든 것을 잃고 이제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돈은 이제 2달러. 지미 런츠는 두 장의 복권을 산다. 하나는 꽝이었고, 두 번째 것은 10달러에 당첨되었다. 그는 몹시 신이 나서 점원에게 자랑을 하며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를 달라고 한다. 전에는 다른 브랜드의 담배를 피웠지만, 이제 자신은 행운의 사나이이기 때문에 럭키 스트라이크를 피울 것이라며. 그렇게 담배, 주전부리, 음료수를 사자 다시 무일푼이 된다. 그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소설속의 그의 삶은 전혀 ‘럭키’하지 않은데, 그는 왜 스스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소설 속의 인물들은 모두 상처받는 하류 인생을 살아간다. 주인공이 목적지 없이 훔친 차를 끌고 다닐 때, 라디오에서는 처음 듣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움직이지 마, 그러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 그러나 우리는 매 순간 상처를 주며, 또 상처를 받기도 하며 움직인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목적지가 있고 행위의 의미가 있을 터인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등장인물들은 무계획적으로 움직인다. 아무 이유 없이 행동하고, 행위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도 않으며, 되는 대로 살아간다. 대단치 않은 이유로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주먹을 휘두른다.
마지막 한 푼까지도 즉석 복권을 사는 패배자, 감흥 없는 복수를 하는 사기꾼, 알코올 중독자, 살인자, 그리고 차가운 심장을 가진 미녀가 등장하는 캘리포니아 배경의 어두운 하드보일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