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머스 히니 시전집
“히니는 예이츠 이후 가장 위대한 아일랜드 시인이다.”
_로버트 로웰 (미국 시인, 퓰리처상 수상자)
“서정적 아름다움과 윤리적 깊이를 갖추어
일상의 기적과 살아 있는 과거를 고양시키는 작품을 썼다.”
_노벨 위원회
“히니는 영어로 저술활동을 하는 가장 위대한 생존 시인이다.”
_존 캐리(문학평론가)
“히니는 시가 가진 힘을 행사했다.
진실과 예술가의 힘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진실을 외면한 삶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_뉴욕 타임스
땅과 역사 그리고 신화의 시인 셰이머스 히니
국내 최초로 완역‧소개되는 그의 온전한 시세계
현재 아일랜드 최고의 시인이자 생존해 있는 영미권 시인 가운데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셰이머스 히니. 199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923), 조지 버나드 쇼(1925), 새뮤얼 베케트(1969)에 이어 네 번째로 조국 아일랜드에 노벨문학상을 안긴 셰이머스 히니의 주요 시집 12권을 모은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문학동네는 국내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으나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주요 시인들을 소개하기 위해 세계 시인 전집을 기획하고, 그 첫 주자로 히니의 작품을 선보인다.
히니는 1939년 북아일랜드 모스본의 가톨릭 가정에서 9남매의 첫째로 태어났다. 벨파스트 퀸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이때 테드 휴스의 <루페르칼Lupercal>을 접하고 자극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61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한 히니는 벨파스트의 성 토머스 중학교 교사가 되는데, 이 학교의 교장이자 작가인 마이클 매클라버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시를 출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역 잡지에도 여러 논문을 실으면서 시인이자 비평가인 필립 홉스봄의 눈에 띄어, 당시 홉스봄이 이끌던 벨파스트의 젊은 시인들로 이루어진 벨파스트 그룹에 합류하여 데릭 마흔, 마이클 롱리 등과 함께 교류한다.
1965년, 히니는 벨파스트 퀸스 대학교에서 열린 작은 이벤트에서 시작되어 대규모 문화 축제로 발전한 벨파스트 페스티벌에서 첫 시집 『열한 편의 시』를 선보이며 시인으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 이듬해인 1966년 그는 첫 번째 주요 시집인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를 출간하며 주목해야 할 시인으로 떠오르고, 히니 초기 시집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농촌의 전원적 풍경과 목가적 이미지가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 시집은 수많은 비평가들의 호평 속에 에릭 그레고리상, 서머싯 몸상, 제프리 파버 메모리얼상 등 주요한 상을 수상한다.
1972년 히니는 북아일랜드에서 계속되는 폭력에 염증을 느끼고 더블린으로 이주하며, 같은 해 그의 네 번째 시집 『북쪽』을 출간한 뒤 몇 년간 아일랜드, 영국, 미국을 순회하며 낭독회를 갖는다. 교육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한 히니는 1980년대에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하버드 대학교와 옥스퍼드 대학교 등지에서 강의한다.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은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1966) 『어둠으로 들어가는 문』(1969) 『끝까지 겨울나기』(1972) 『북쪽』(1976) 『들일』(1979) 『정거장 섬』(1984) 『산사나무 초롱』(1987) 『헛것을 보다』(1991) 『기포 수준기』(1996)『전깃불』(2001) 『구역과 원』(2006) 『인간 사슬』(2010)을 묶은 것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일상적이고 친근한 언어로 묘사된 농촌 풍경에서부터, 정치적‧종교적 갈등으로 끊이지 않는 폭력의 악순환에 대한 현실 비판적, 저항적 태도,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 가족의 죽음 앞에서 애도하며 삶의 근원을 탐구하는 시인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50여 년간 히니가 추구해온 삶과 시세계가 온전하게 담겨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번역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지금까지 100여 권이 넘는 시집과 산문집, 교양서 등을 펴낸 전방위 작가 김정환 시인이 번역을 맡아, 명실상부하게 유럽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영미 시의 최고봉인 히니의 진면목을 전해준다.
땅의 생명력으로 시를 쓰다
히니가 태어나 자란 북아일랜드는 16세기부터 진행된 영국의 식민화 정책으로 인해 영국인과 스코틀랜드인이 이 지역에 정착한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아온 영국의 땅이다. 성공회교도 혹은 장로교도였던 이주민들은 정치, 사회, 문화 등 제 분야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소수의 가톨릭교도 아일랜드인을 억압해왔고, 아일랜드인들은 무장투쟁과 봉기로 수백 년간 계속된 억압과 차별에 맞서왔다. 따라서 불안정한 정정하의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영어로 교육받은 아일랜드인 히니는 늘 “상이한 두 문화 사이에 끼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한 친가와 방직 공장 노동자로 일한 외가의 가족적 배경을 통해서도 전통적인 아일랜드의 전원적 풍경과 산업혁명이라는 상이한 두 문화가 충돌하는 현장을 목격한다.
이에 히니에게는 평생에 걸쳐 정체성 문제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그의 시 전반에서는 아일랜드인이라는 정체성의 자각, 고민이 끊임없이 대두된다. 이 고민은 자신들의 영토이자 생명의 근원인 땅을 지키려는 의지와 아일랜드의 전통, 역사, 신화를 복원하고자 하는 관심으로 이어진다. 히니의 초기 시집에는 그가 태어나 자란 농촌의 전원적 풍경과 목가적 이미지가 주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동시에 ‘땅’과 ‘전통’의 수호라는 시인의 관심사가 잘 드러나 있다.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를 여는 첫 시 <땅파기>에서는 ‘땅파기’라는 생명의 창조행위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그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는 선조들이 이어온 노동의 장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노동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삶의 전통과 역사와 정신을 발굴하고 계승해나가는 작업이고, 히니는 ‘펜’으로써 이 전통을 이어나가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다.
내 손가락과 엄지 사이
웅크린 펜 놓여 있다; 한 자루 권총처럼 아늑하게.
창문 아래로는, 끼깔한 거슬리는 소리
삽이 자갈땅을 파고드는:
내 아버지, 땅 파고 계신다. 내려다보고 있자니
아버지, 꽃밭 사이 힘을 준 엉덩이
낮게 기울고, 떠오른다 이십 년 세월 멀리
구부정한 율동으로 감자 파종골
그곳에서 아버지 땅을 파셨다.
(중략)
차가운 감자 흙냄새, 철벅대고 찰싹거리던
침수 토탄층, 무뚝뚝한 삽날이 절단한
산 뿌리들이 내 머릿속에서 잠을 깬다.
그러나 나는 삽이 없어 그런 사내들을 좇을 수가 없다.
내 손가락과 엄지 사이
웅크린 펜 하나 놓여 있다.
나는 이걸로 땅을 파겠다.
―「땅파기」 부분
히니의 시인으로서의 이러한 역할에 대한 자각과 의지, 다짐은 김정환의 해설에서 간명하게 설명되고 있다.
첫 시집부터 히니는 아일랜드의 농촌과 역사 그리고 사회를 순정한 서정의 핵심 덩어리로 아우르는 과정과, 특히 영어의 관용을 깨고 의미의 최초를 다시 여는, 그래서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언어 사이를 여는 과정, 한국과 굳이 비교하자면 이상과 백석 시 언어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과정을 겹친다. 그것은 어린 시절 경험과 새로운 문학의 처음이 겹치는 과정이고, 이 시집 마지막에 실린 그의 시 <개인적인 시상의 원천>을 보면 벌써, 그는 그 점을 알고 있는 시인이자 그 점에 숙련된 시인이다. 아일랜드 문학의 전통을 답습하지 않고 곧장 그후를 지향하는 것. 새로운 생의 기미가 속속 포착된다.
어렸을 때, 사람들은 좀체 나를 떼어내지 못했다 우물에서
양동이와 윈치가 있는 낡은 펌프로부터.
나는 사랑했다 그 어두운 방울져 떨어짐, 사로잡힌 하늘, 그
내음,
물풀, 버섯과 축축한 이끼 내음을.
하나는, 벽돌공장에, 썩은 판자를 씌웠는데.
나는 좋았다 그 넉넉한 덜컹임, 양동이가
밧줄 끝에서 폭락할 때의 그것이.
너무 깊어 그 속에 얼굴 전혀 비치지 않았다.
마른 돌 도랑 아래 얕은 것 하나는
비옥해졌다 여느 수족관처럼.
부드러운 뿌리 덮개에서 긴 뿌리를 잡아당기면,
하얀 얼굴이 바닥 위를 어슬렁댔다.
다른 것들은 메아리가 있어, 우리 자신의 부름을 되돌려주었다
깨끗한 새로운 음악을 섞어서 말이지. 그리고 하나는
좀 겁이 났는데 왜냐면 거기서는, 양치류와 키 큰 여우장갑
디기탈리스에서 나온, 쥐가 비친 내 뺨을 때리듯 지나갔다.
이제, 뿌리 속을 꼬치꼬치 캐고, 는지렁이 조물락대고,
커다란 눈의 나르키소스 모양, 어떤 샘을 들여다보는 건
도무지 어른답지 못하지. 나의 운율은
나 자신을 보기 위함, 어둠이 메아리를 울리게 하기 위함.
―전문
전통의 수호자이자 계승자, 창조자로서의 시인의 역할에 대한 히니의 생각은 두 번째 시집인 『어둠으로 들어가는 문』에서도 잘 드러난다(<풀무>). 그러나 전원적 풍경에 대한 소박하면서도 친근한 애정은 북아일랜드 내에서의 갈등이 심화되고 ‘죽음이 일상화되는’ 국면 속에서 점점 변화를 겪는다. 공동체 내에서 폭력이 심화되면서 점점 현실비판적이고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띠게 된 것이다.
일상의 언어로 삶과 역사와 신화를 복원하다
히니의 시가 시기별로 어느 한 주제에만 집중한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1995년 노벨 위원회가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발표한 대로 그는 시를 써온 세월 내내 한결같이 “서정적 아름다움과 윤리적 깊이를 갖추어 일상의 기적과 살아 있는 과거를 고양시키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하지만 그는 현실에 붙박고 서서 일상의 언어로 삶과 역사와 신화를 복원해온 시인이었고, 따라서 1970년대 초중반에 발표한 『끝까지 겨울나기』와『북쪽』은 그 어느 때보다 북아일랜드의 정치현실을 가감 없이 전하면서 일부 비평가로부터 폭력을 옹호하고 신화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시를 통해 항거할 뿐, 그의 저항은 폭력적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1972년 북아일랜드의 계속되는 폭력과 불안한 정치사회에 염증을 느끼고, 자신에게 부과된 ‘정치 시인’이라는 구속을 벗어버리기 위해 더블린으로 이주한다. 이후 그는 그의 시집 가운데 가장 정치성이 노골화되어 있는 『북쪽』에서 아일랜드의 오랜 수난사를 다루고 “아일랜드 역사를 이해하는 수단으로서”의 신화를 보여준다(<헤라클레스와 안타이오스>). 그리고 북유럽과 아일랜드의 고대 늪지대에서 발견된, 보존이 잘되어 있는 철기시대 시신들에서 당시 켈트적 전통에 존재했던 폭력적 의식의 원형을 발견하고, 폭력이 만연한 당시 아일랜드 현실에 분노하고 저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방관자이자 암묵적 동조자로 남는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키고 있다(<형벌>).
(전략)
나는 볼 수 있다 그녀의 익사한
몸을 소택지에서,
지지르는 돌,
떠다니는 회초리와 가지들에서.
그 밑에서 처음에는
그녀가 껍질 벗겨진 어린 나무였으나
파내니
떡갈나무-뼈, 두뇌 8~9갤런들이 작은 통:
깎인 그녀 머리
흑밀 그루터기 같고,
그녀 눈가리개는 때 묻은 반창고,
그녀 교수형 올가미는 하나의 반지,
사랑의 기억을
저장하기 위한.
어린 간음녀,
그들이 너를 벌하기 전
너는 아맛빛 머리털이었고,
영양실조였고, 너의
타르처럼 검은 얼굴은 아름다웠다.
나의 불쌍한 희생양,
나는 거의 사랑했다 너를,
그러나 나는 던졌으리, 내가 알기로,
침묵의 돌들을
나는 교활한 관음자, 훔쳐본다,
네 두뇌의 노출된
그리고 어두운 벌집을,
네 근육의 가죽끈과
번호 매겨진 네 뼈 모두를:
너를 배반하는 자매들이,
타르를 태아 양막(羊膜)처럼 뒤집어쓴 채,
난간에 기대 울던 때,
벙어리로 섰던 나,
묵인하고자 했던 것은
개명한 분노였으나
이해하고자 했던 것은 엄밀한
그리고 부족적인 밀접한 복수였던.
―「형벌」 부분
이처럼 히니는 현실 그리고 현실참여라는 문제 앞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북쪽』과 『들일』에서 일상이 더욱 ‘단순=심’화하고, 단어의 ‘형식’이 의미의 ‘내용’을 파괴할 듯 아슬아슬한 것도 이내 일상 언어의 미세한 결과 깊이를 포착해내는 솜씨”를 보여준다. 김정환은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짐승과 식물, 그리고 물 자체의 시각 속으로 ‘상승’하고, 그렇게 농경적 상상력이 원초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벽을 극복할 듯하고, 정말 극복된다면 역사조차 무화할 듯하고, 그 언어가 엄정함으로 자유분방을 이루고, 꽃을 매개로 육욕을 그야말로 순정하고도 참신하게 표현할 듯하고, 급기야 의미와 단어 사이 미세한 틈 혹은 결을 육화, 소설과 전혀 다른 ‘시=언어’의 세계를 펼쳐줄 듯하다. 더 나아가면, 시인의 노력에 힘입어 말이 말 그 자체로 영원한 체취와 육을 갖게 될 것인가, 그런 의문 혹은 찬탄을 부를 정도로 히니의 시는 언어 속으로 집요하고, 급기야 경작노동과 시작법과 언어예술 놀이가 서로를 상승시키는 형태로 결합하려 한다.
이후 발표된 시집들에서는 시인의 평생의 과제인 정체성 탐구가 또다른 차원에서 펼쳐지는데, 『정거장 섬』(1984)에서는 아일랜드의 오랜 순례지인 더니갈의 ‘정거장 섬’을 무대 삼아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떠난 시인의 영적, 정치사회적 여행이 그려진다. 히니는 이 시집에서 시인의 사명, 특히 북아일랜드 상황과 관련해 시인은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이며, “카바나와 조이스를 포함한 죽은 자 열두 명과의 단테풍 대화를 통해” 자신의 “주요 관심사 거의 모두를 자신의 근원 및 책무와 연관하여 다루고 새로운 예술적 자유 선언”을 천명하고 있다. 시인의 소명과 관련된 여행은 『구역과 원』(2006)의 표제작에 등장하는 ‘지하철’(노선여행)로, 『인간 사슬』(2010)의 ‘버스’(노선여행)로 그 무대를 옮겨 마무리된다.
히니, 소박하고 친근한 언어로 요란굉장한 시세계를 선보이다
히니는 “휴스와 카바나, 그리고 옛날의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단테와 당대 미워시, 브로드스키는 물론 유럽 여러 나라 문학, 그리고 무엇보다 잉글랜드 문학의 장점들을 두루 제 몸에 받아”들여, 세계 문학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해온 아일랜드 문학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는 젠체하지 않고도,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시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소박하고 친근한 일상어로 아일랜드라는 지역을 뛰어넘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소개해왔다.
1966년부터 2010년까지 발표된 그의 시를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그가 평생 동안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온 가치, 일관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온 그의 시세계의 진면목을 만나게 된다. 또한 히니를 통해 되살려진,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일반인과 작가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삶,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며, 세계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인류의 정신 유산 또한 접하게 된다. 50여 년에 걸친 시인의 족적을 따라가면서 우리는 사회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역할과 예술가로서의 고민을 통한 한 인간의 성장과정을 같이 경험한다. 히니의 시전집은 일흔을 넘긴 한 시인의 삶의 응축인 동시에 그 세월에 녹아 있는 세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문학동네 세계 시인 전집 출간 예정작
안나 아흐마토바 Anna Akhmatova
콘스탄티노스 페트루 카바피 C. P. Cavafy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필립 라킨 Philip Larkin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Zbigniew Herbert
실비아 플라스 Sylvia Plath
조지 세페리스 George Seferis
월리스 스티븐스 Wallace Stevens
세사르 바예호 Cesar Vallejo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 B. Yeats
지은이 셰이머스 히니 Seamus Heaney
1939년 4월 13일 북아일랜드에서 아홉 형제 중 첫째로 태어났다.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했던 친가와 방직 공장 노동자였던 외가의 영향을 받아 유년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아일랜드의 전통과 산업혁명의 흔적을 경험했다. 이를 통해 형성된 상이한 두 문화 사이의 긴장감은 이후 그의 시 세계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벨파스트의 퀸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이 시기에 테드 휴스의 작품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첫 시집 『열한 편의 시』(1965)를 시작으로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1966) 『끝까지 겨울 나기』(1972) 『북쪽』(1975) 『정거장 섬』(1984) 『헛것을 보다』(1991) 『인간 사슬』(2010)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시 외에도 『혀의 지배』(1988) 등의 산문집과 『테베에서의 장례식』(2004)을 포함한 두 편의 희곡 작품도 쓰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학 활동을 이어왔다. 번역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여, 고대 아일랜드의 서정시를 영어로 옮기고 재해석한 『길 잃은 스위니』와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한 『베어울프』 등 십여 권의 번역서를 펴냈다. 또한 퀸스 대학교 졸업 이후 강단에 서면서 교수로서 시와 시인의 역할에 대한 탐구에도 힘썼다. 그는 모교를 비롯하여 캘리포니아 대학교, 옥스퍼드 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삶의 터전으로부터 얻는 전통과 토속성을 친밀한 필체로 그려내고, 아일랜드의 고통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된 투쟁과 갈등을 섬세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해낸 히니는 1995년 ‘서정적 아름다움과 윤리적 깊이를 갖추어 일상의 기적과 살아 있는 과거를 고양시키는 작품을 썼다’는 평가와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미국의 시인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웰은 히니를 ‘예이츠 이후 가장 위대한 아일랜드의 시인’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자연애호가 한 명 죽다』로 1966년 에릭 그레고리상과 1967년 제프리 파버 메모리얼상, 『산사나무 초롱』 『기포 수준기』 『베어울프』로 각각 1987, 1996, 1999년 휘트브레드상, 『구역과 원』으로 2006년 T. S. 엘리엇 시 문학상, 『인간 사슬』로 2010년 포워드 시 문학상 등 다수의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김정환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1980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시 「마포, 강변에서」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에는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하나의 2인무와 세 개의 1인무』 『황색예수전』 『회복기』 『좋은 꽃』 『해방 서시』『우리 노동자』 『사랑, 피티』 『희망의 나이』 『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 『텅 빈 극장』 『순금의 기억』 『김정환 시집 1980~1999』 『해가 뜨다』 『하노이 서울 시편』 『레닌의 노래』 『드러남과 드러냄』 『거룩한 줄넘기』 『유년의 시놉시스』 등, 소설 『파경과 광경』 『사랑의 생애』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전태일에 대한 명상』 등, 산문집 『발언집』 『고유명사들의 공동체』 『김정환의 할 말 안 할 말』 『김정환의 만남, 변화, 아름다움』 『이 세상의 모든 시인과 화가』, 평론집 『삶의 시, 해방의 문학』, 음악교양서 『클래식은 내 친구』 『음악이 있는 풍경』 『내 영혼의 음악』, 역사교양서 『20세기를 만든 사람들』 『한국사 오디세이』, 인문교양서 『음악의 세계사』, 희곡 『위대한 유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