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항상 어떤 식으로든 웃음, 특별한 종류의 웃음과 보잘것없는 행운에서 얻는 만족감으로 드러나는데, 오직 존 스타인벡만이 이를 글로 표현해낼 수 있다. 존 스타인벡은 즐거움뿐만 아니라 깊은 연민으로 그가 창조한 인물들을 바라본다._시카고 선데이 트리뷴
‘오직 존 스타인벡’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특별한 종류의 웃음’과 ‘만족감’을 가장 멋지게 구현한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또다른 스타일의 소설 두 편이 출간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발표된 『통조림공장 골목』과 1954년 발표된 그 후속작 『달콤한 목요일』로, 사회의식이 강렬한 작품과 온화한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대별되는 스타인벡의 작품세계에서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전쟁으로 지쳐버린 당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작가 자신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는 이 작품들은 가난하지만 순수한 이들이 만들어내는, 자본주의의 속물성과 물질문명에 물들지 않은 유토피아에 가까운 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보여준다. 『통조림공장 골목』과 『달콤한 목요일』은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마존 사이트에 독자 리뷰가 꾸준히 올라올 만큼 여전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널리 읽히는, 존 스타인벡의 다른 주요 작품들의 명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작품이다.
사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스타인벡 소설!
캘리포니아 주 샐리너스에서 태어나 성장한 존 스타인벡은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향의 자연 환경과 소박한 서민들의 삶을 자기 문학의 원천으로 삼았다. 또한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농장 일꾼으로, 날품팔이로, 막노동꾼으로 일하며 직접 노동을 체험하고 그 과정에서 접한 하층민, 이주노동자, 농민 등 소외계층의 생활상과 낙천적 인간성을 계기로 노동자계급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바로 이 두 가지 요인이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갖다대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본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연민 어린 시선을 견지한 스타인벡의 뛰어난 작품세계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1962년 스웨덴 한림원은 존 스타인벡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그 선정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작품은 공감을 자아내는 유머와 날카로운 사회의식의 결합을 보여준다.
미국 현대문학의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스타인벡은 단연 독보적인 지위와 성과를 이룩한 작가이다. 그의 연민 어린 시선은 언제나 억압받는 이들, 사회 부적응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로 향해 있다. 그래서 그는 물질에 대한 탐욕스럽고 어두운 욕망과 순수하고 소박한 삶에서 얻는 작은 기쁨을 즐겨 대비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게서 미국인의 기질뿐만 아니라 대자연, 황무지, 산과 계곡, 해안가 등 인류의 한가운데에 있는, 혹은 그 너머에 있는 스타인벡 작품에 무한한 영감을 준 그 모든 것에 대한 깊은 감동 또한 발견하게 된다.
스타인벡의 고향 마을을 배경으로 한 『통조림공장 골목』과 『달콤한 목요일』은 그의 주요작이 지닌 특성에서 약간 비껴 있는 듯하지만, 가난한 이들의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금주령, 경제공황, 제2차 세계대전 등 당시 사회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들과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작품에서 스타인벡은 생생하고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와 마냥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듯하면서도 가슴 한구석을 찡하게 만드는 스토리 속에 여전한 그의 문제의식들을 솜씨 좋게 녹여낸다. 이제 맘껏 웃을 준비를 하고 가슴 벅찬 감동에 대비하기만 하면 된다.
캐너리 로 사람들의 엉뚱 생뚱‘달콤한 목요일’대작전이 펼쳐진다!
『달콤한 목요일』은 『통조림공장 골목』의 후속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이후 통조림공장 골목 캐너리 로를 배경으로 한다.
전쟁의 여파는 몬터레이와 캐너리 로에도 어김없이 닥쳐왔고, 마을 사람들 모두 이런저런 방식으로 나름대로 이에 맞서 싸웠다. 하지만 결국 전쟁이 끝났을 때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입은 상처를 어루만져야 했다.
(……) 그랬다, 누구도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닥은 징병됐다. 올드 징글볼릭스라는 친구에게 자신의 웨스턴 생물학 연구소를 맡겨놓고 군대로 간 그는 이후 군에서 기술하사관으로 복무했다. (……) 닥은 전쟁이 끝난 지 이 년 만에 군에서 명예롭게 제대했다.(11~12쪽)
캐너리 로로 돌아온 닥은 친구 맥으로부터 전쟁 기간 동안 캐너리 로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는다. 런던에서 대공화기에 격추되어 전사한 게이, 군수공장에 취업한 지 이틀 만에 다리를 다친 화이티 No.1, 징병 면제로 라 이다 카페에서 계속 일한 에디, 도라의 베어 플래그를 물려받은 새로운 주인 포나, 식료품점을 맥시코인 조지프 앤 메리에게 팔아버리고 떠난 리청, 그리고 퇴락해버린 통조림공장들.
전쟁 이후 모든 것이 변한 캐너리 로에서 남은 사람들과 돌아온 사람들, 그리고 새롭게 이곳에 터를 잡은 이들이 또다른 캐너리 로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언제나 여유롭고 유쾌한 삶을 살았던 닥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 변화에 난감해한다. 자기 삶에 단 한 번도 없었던 불만족이 슬금슬금 자신을 갉아먹는 것 같다.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우울 모드에 빠진 닥의 모습을 지켜보던 맥은 닥에게 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에 포나가 나서서 이 골목에 새롭게 등장한 당찬 인물 수지와 닥을 연결시켜주려고 마음먹는다.
맥은 닥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다른 친구들과 함께 닥에게 4백 달러나 하는 새로운 현미경을 살 돈을 마련해주기 위해 복권 당첨 행사를 하기로 하고 복권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에게 팔고 다닌다. 그리고 포나는 닥과 수지의 데이트를 주선한다. 첫번째 ‘달콤한 목요일’, 맥과 포나는 닥과 수지 모르게 복권행사 날에 닥과 수지의 약혼 파티까지 겸할 계획을 세우며 행복한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달콤한 목요일’의 그 행복했던 전조는 행사 당일 수지의 강력한 약혼 거부로 악몽이 되어버리고 캐너리 로는 충격과 자책감으로 인해 우울한 기운에 휩싸인다.
“모두들 잘 들어요.” 음악 사이로 수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리 밑에서 거지와 함께 살더라도 난 좋은 아내가 될 자신이 있어요. 아니 망나니와 결혼해도 잘 대해줄 자신이 있어요. 하지만 절대 안 돼요! 닥은 안 돼요!” 수지가 돌아서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포나가 곧 따라 나갔다. 팰리스 플롭하우스 뒤편엔 길이 없었기 때문에 수지는 제방이 있는 곳으로 미끄러지듯 달려갔다. 포나가 수지를 뒤쫓았고 둘은 마침내 철로 위에서 만났다.
“이 못된 것!” 포나가 다그치듯 외쳤다. “닥은 안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를 사랑해요.” 수지가 말했다.(307쪽)
수지는 베어 플래그를 그만두고 나와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게 되고, 닥은 여전히 써지지 않는 논문을 붙잡고 씨름을 한다. 맥은 실패를 인정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든다. 오직 머리가 ‘나쁜’ 헤이즐만이 닥과 수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고자 마음을 먹는다.
헤이즐은 바닥에서 자신이 선택한 도구를 집어들었다. 실내 야구장에서 쓰는 야구방망이였다. 그는 밤 고양이처럼 사이프러스 나무의 검은 그림자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삼 분도 안 되어 다시 돌아왔다. 나무 아래에서 헤이즐은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린 채 흐느껴 울었다.(395쪽)
헤이즐의 ‘극단적인 조치’로 다시 찾아온 두번째 달콤한 목요일! 그날,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우린 모두 왕처럼 행복해져야 한다!
『달콤한 목요일』에는 『통조림공장 골목』과 마찬가지로 전체 줄거리와 상관없는 짤막한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들어가 있다. 금주령 당시 퍼시픽 그로브에서 벌어진 로크 전쟁과 나비 축제, 관찰자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이 이야기들은 전체 줄거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주 느슨하게 연결되기도 하며, 앞으로 등장할 인물을 미리 보여주기도 한다. 스타인벡은 이와 같은 구성을 통해 전체 줄거리 속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당시의 소소한 풍경이나 상황을 한 편의 독립된 이야기처럼 혹은 전체 줄거리와 연관된 에피소드처럼 제시하면서 소설 전체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경제 대공황 이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삶이 가장 피폐해졌던 그 당시를 배경으로 이처럼 놀랍도록 유쾌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탄생시킨 작가 존 스타인벡. 그는 진정 세계적인 작가, 그야말로 문학의 대가이다. 웃음 지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삶의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 주변에 대한 관심으로 웃음을 되찾게 만드는 그 힘이 이 작품들에는 있다. 가진 것 없이도 행복했던 순수하고 따뜻한 날들에 대한 위안의 노스탤지어!
“우리는 모두 왕처럼 행복해져야만 해요”라는 맥의 마지막 말처럼 이 작품들을 읽고 나서 진정 행복해질 수 있기에 『달콤한 목요일』은 우리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통조림공장 골목』의 전후(戰後) 이야기를 다룬 후속 작품. 『통조림공장 골목』 못지않은 흥미진진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정감이 넘치는 재미있는 코미디._월간 애틀랜틱
스타인벡의 위대한 주제를 단호하고 명쾌하게 그려낸 작품. 선과 행복을 가능케 하는 인간애와 사랑의 공통적인 유대를 노래한다._더 뉴욕 리퍼블릭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년 캘리포니아 주 샐리너스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이후 이 지역의 해안과 계곡은 스타인벡 소설의 주요 무대가 된다. 1920년 스탠퍼드 대학 영문과에 입학한 스타인벡은 1925년에 학교를 중퇴하고, 이후 5년 동안 뉴욕에서 신문기자로, 막노동꾼으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다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별장지기로 일하며 첫 소설 『황금의 잔』(1929)을 발표한다. 그러나 그가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몬터레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토르티야 대지』(1935)를 발표하고 나서였다.
전 생애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던 스타인벡은 1930년대 후반 캘리포니아 노동자계급의 삶을 다룬 세 편의 역작을 발표하는데, 『의심스러운 싸움』(1936), 『생쥐와 인간』(1937), 『분노의 포도』(1939)가 그것이다. 샐리너스 계곡을 무대로 당시 이주노동자와 빈민의 삶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이 작품들로 스타인벡은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5년 『통조림공장 골목』을 발표하며, 그 후속작 『달콤한 목요일』을 1954년 발표한다. 1952년 발표한 그의 또다른 대표작 『에덴의 동쪽』은 스타인벡의 가계(家系)를 투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존 스타인벡은 1940년 『분노의 포도』로 퓰리처상을, 1962년 미국문학사상 여섯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1968년에 사망했다.
옮긴이 박영원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열쇠 없는 집』 『곤충의 유혹』 『내 돈은 어디 갔는가』 『여유의 기술』 『지구의 생명을 보다』 『하이퍼그라피아』 『마법 살인』 등이 있다.
* 2008년 4월 30일 발행
* ISBN 978-89-546-0543-4 03840
* 128*188 | 428쪽 | 12,000원
* 담당편집 : 류현영(031-955-8858, sanja95@munh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