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하다 걸리고 졸다가 걸리고 벌받다가 또 걸리고……
나는 왜 날마다 벌을 받는 걸까?
“선생님, 얘 좀 보세요!” “비켜, 비켜!” “저번에 준 딱지 도로 내놔!”
언제나처럼 왁자지껄한 교실. 거기 한곳에 호시탐탐 금메달 타이틀을 노리는 녀석이 있다. 매일매일 이 녀석이 금메달을 거머쥐기 위해 분발하는 일은, 수업 시간에 딱지치기하기, 누구누구 연애한다고 소문내기, 벌받는 중에 쿨쿨 잠자기, 조용한 교실에 회오리 몰고 오기, 짝꿍 머리 위에 지우개 가루 뿌리기, 선생님한테 돈 빌려 달래기, 불뚝 따지기.
말썽이 있는 곳엔 그 녀석이 있고 그 녀석이 있는 곳엔 벌이 따라붙는다. 앞니가 두 개 빠져 ‘앞니 빠진 임진수’라고도 불리는 녀석은 만날 만날 벌받고 혼나고 또 벌받는 게 하루 일과인 요지부동 사고뭉치이다. 녀석 덕분에 아이들은 신 나고 아찔한 별별 모험을 다 하지만 식은땀을 흘리는 건 다름 아닌 선생님. 학부모님이 교실에라도 찾아오는 날이면 호기심 많은 녀석 때문에 “죄송합니다.”를 연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데, 앞니 빠진 임진수는 자기가 대체 왜 벌을 받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선생님과 제자의 대화는 얄궂게 흘러간다.
“선생님, 저 오늘은 벌 안 받아도 되는 거예요?”
“그건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구나. 이제 겨우 아침 자습 시간이잖아.”
“오늘은 조용히 지낼게요. 그럼 저 벌세우거나, 귀를 잡아당기거나, 꿀밤을 주거나,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퍽 때리거나, 그러지 않을 거지요?”
“선생님이 부탁하자. 널 벌세우거나, 귀를 잡아당기거나, 꿀밤을 먹이거나,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퍽 휘감거나, 그러지 않게 선생님을 좀 도와 다오.”
서로 자비를 바라는 스승과 제자라니. 맹랑한 악동이지만 아직 말썽쟁이 은메달에 머무르는 임진수. 임진수는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오늘도 분투한다.
벌주고 벌받던 털보 선생님과 은메달 사이가 역전되다!
딱 걸리고 만 선생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탁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은메달 임진수의 활약은 선생님을 매번 골탕 먹인다. 할 일과 안 할 일을 한 자 한 자 귀에 새겨 넣어 주어도 그뿐이다. 어제는 말썽쟁이 금메달과 오늘은 동메달과 자칭 멋진 놀이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은메달 임진수를 선생님은 당해낼 수가 없다. 버럭 소리쳤다가도 “왜 소리를 질러요?” 눈을 말똥거리며 물으면 자기도 모르게 차분한 어투로 바뀌고 만다. 느긋하고 천진난만한 녀석과 달리 선생님의 속은 숯이 됐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사건사고의 연속 속에 임진수의 할머니가 학교에 찾아온 날, 도끼눈만 뜨던 선생님이 그만 임진수 앞에서 고개를 떨어뜨리는 일이 일어난다. 벌주고 벌받던 둘 사이가 역전되고 만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잘못이라는 건 아이들만의 것은 아니다. 어른이 아이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라고 이 이야기는 은근슬쩍 귀띔하고 있다. 잘못한 자신을 보듬어 준 말썽쟁이 은메달, 분필이 아니라 가슴으로 배려를 가르쳐 준 임진수 앞에서 선생님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을 절감한다. 오랜 교직 생활을 하며 맨몸으로 부딪쳐 얻은 깨달음을 작가는 이 동화에 여실히 녹여냈다. “공부 좀 못한다고 걸핏하면 말썽을 피운다고 다른 아이들보다 장난이 심하다고 야단치고 엎드려뻗쳐 벌세우고 알밤 콩콩 먹이고 허구한 날 구박하고 심지어 두툼한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철벅 휘감았던 남루한 교사”를 넓은 마음으로 품어 준 동심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생생하고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표정을 누구보다 잘 살려 내는 윤정주 화가의 그림이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