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까지
교과서 밖에서 만난 우리미술의 아름다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알아도 동시대의 우리 그림, 강희안의 「고사관수도」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밀레의 「이삭줍기」는 알아도 김정희의 「세한도」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최근 들어 감수성 고양과 교양 교육 차원에서 청소년 미술 감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관심은 ‘서양미술’에 한정되는 듯하다. 우리 신화보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익숙하고 국악보다 클래식이 익숙한 것처럼 미술에서도 이런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고흐나 르누아르 같은 서양화가들의 작품은 매스미디어와 수많은 아트 상품을 통해 일상적으로 접하지만, 고려청자나 김홍도의 작품은 아직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배경이 우리미술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만든 것은 아닐까? 청소년기에 접한 예술작품은 그 아름다움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곰브리치의 명저 『서양미술사』가 영국 청소년들을 위해 씌어졌듯이, 우리에게도 청소년들의 감수성에 맞춘 제대로 된 ‘우리미술사’가 필요하다. 그런 고민을 담아 우리미술 이야기 『출발! 청소년 한국미술사』를 출간했다.
『출발! 청소년 한국미술사』는 역사 교과서와 미술 교과서에 실린 작품 가운데 고대 암각화에서 백남준의 「다다익선」까지, 꼭 알아야 할 작품을 엄선해 시대별 특징을 짚고 대표 작가와 작품을 자세히 설명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한국미술 교양서 대부분이 ‘조선 회화’ 중심이었던 흐름에서 벗어나 위로는 고대, 아래로는 근현대 미술까지 시대를 광범위하게 다룬 점과 회화뿐 아니라 건축.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다룬 점이 돋보인다. 또 이상범, 변관식, 박생광 등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잘 소개되지 않았던 화가들을 소개해 우리미술의 맥을 살피게 했다. 무엇보다 한국미술사뿐 아니라 동시대 중국.일본.인도.유럽 등에서 꽃핀 미술을 함께 살펴 우리미술과 세계미술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지은이인 박갑영은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연 화가이자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현직 교사다. 지은이는 2001년 『청소년을 위한 서양미술사』를 출간한 후 ‘빚진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미술을 생생하게 들려줄지’ 궁리한 끝에 『출발! 청소년 한국미술사』를 썼다. 우리미술을 처음 만나는 독자를 염두에 두고 200여 점의 작품과 함께 그림 기법,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삶, 화가가 역사와 맺은 관계, 우리미술이 변화하는 과정 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담았다.
우리미술사와 함께 보는
동시대의 동서양 미술사
『출발! 청소년 한국미술사』는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각적으로 다양한 형식을 도입했다. 진경산수화, 사육신 등 우리그림을 읽을 때 꼭 알아야 할 미술 용어와 역사 용어는 팁박스로 처리했고, ‘그림 돋보기’ 꼭지에서는 당대의 대표 작품을 1~2쪽에 걸쳐 별도로 수록해 작품만을 자세히 살피도록 했다. 예를 들어 「그림 돋보기-미인도」(174쪽)에서는 「미인도」가 간송 전형필의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뒷이야기와 신윤복 특유의 고운 색과 유연한 먹선 등 기법에 대한 내용을 만날 수 있다.
지은이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시대상에 대해서도 역시 청소년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천천히 설명하며, 화가의 삶을 생생히 전해 역사 속 박제된 인물에 지나지 않았던 화가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다준다. 예를 들어 조선 사실주의 회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윤두서의 삶에는 남인의 중심인물이었던 증조부 윤선도가 서인과의 당쟁에서 패한 후 지인들의 옥사와 집안사람들의 초상이 줄을 잇는 고통의 그림자가 있었다. 정선의 「인왕제색도」에는 평생지기 이병연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이병연의 병세가 짙어가던 어느 날, 정선은 친구와 자주 같이 오르던 인왕산이 새롭게 느껴져 이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이 서려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장 마지막마다 「다른 나라에선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라는 꼭지를 두어 동시대 동서양의 미술사를 비교해 한국사와 세계사를 입체적으로 읽도록 한 점이다. 조선 중기, 김명국이 선종 사상을 담은 「달마도」를 그릴 무렵, 유럽에서는 기독교미술을 바탕으로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도마」 같은 바로크풍 종교화가 제작됐다는 식의 비교를 통해 동시대 종교 문화의 차이, 그에 영향을 받은 주제 및 기법의 차이 등을 알 수 있다.
우리그림 속 역사를 배우는 시작점
현대미술의 대명사 피카소의 작품은 그가 입체주의에 이르기까지 거친 청색시대나 장밋빛 시대나, 세잔과 아프리카 흑인 조각에 받은 영향 등을 이해하지 않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김환기의 작품은 그의 점에 담긴 한국적 정서와 산과 달 같은 반추상 형태를 추상으로 요약한 과정을 알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 서양미술을 만날 때 서양의 역사와 화가의 삶을 공부하듯, 우리미술을 이해하는 데도 그런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서양미술과는 다른 색깔을 지닌 한국미술을 통해 우리 화가들의 마음과 공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사와 문화까지 살필 수 있으니 말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 시대, 우리 모습 또한 더 선명히 보일 것이다.
“한 나라의 문화는 빼어난 사람들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문화인.예술가들이 아무리 피나는 노력을 해도 한 나라의 문화수준이란 결국 그것의 터전을 낳고 함께 즐기는 전체 국민의 눈높이만큼만 올라설 수 있습니다.”
고(故) 오주석, 『오주석의 한국의 美 특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