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눈이 반짝이는 작은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일본 문단의 새로운 다크호스, 마키메 마나부의 새로운 시도!
『사슴남자』 『가모가와 호루모』 등의 작품으로 각종 문학 신인상과 순위를 휩쓸며 일본문단의 기대주로 떠오른 마키메 마나부. 비슷한 시기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로 데뷔한 교토 출신의 작가 모리미 도미히코와 함께 ‘교토 2인방’으로 불리며, 개성 있고 신선한 작품세계로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중 한 명이다. 주로 일본 전통문화와 판타지적 요소가 절묘하게 조합된 청춘소설을 선보여온 그는 다섯번째 장편소설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에서는 그런 기존의 작품세계에서 벗어나 사뭇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가노코’는 막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여섯 살 소녀. 어른의 세계에 호기심이 많고 아빠로부터 어려운 한자어를 배우기 좋아하는 가노코의 집에는 오랫동안 마당 한구석을 지켜온 늙은 개 ‘겐자부로’와 그의 부인 ‘마들렌’이 함께 산다. 마들렌은 고양이 세계에서는 도통 습득하기 힘든 난해한 외국어로 통하는 인간과 개의 말을 알아들을 뿐 아니라 겐자부로와는 종을 초월한 사랑을 나누며 부부로 살고 있으며, 매일 아침 공터에서 열리는 마을 고양이들의 집회에서 눈에 띄게 우아한 자태로 기지개를 켜는 것으로 유명해 고양이들로부터 ‘여사’란 칭호를 받은 누렁 암고양이다.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 늦여름 날 비를 피하려던 마들렌이 우연히 겐자부로의 집으로 들어온 것을 계기로 생활을 함께하게 된 이들은, 가노코의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예전의 평화롭고 나른한 나날을 변화시키는 작은 사건들을 하나둘 맞닥뜨리게 된다. 고양이 집회가 열리는 공터에 나타난 갑작스런 방해의 손길, 학교에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친구 ‘스즈’를 만난 가노코가 겪는 우정의 밀고 당기기, 그리고 겐자부로가 이야기하는 옛이야기 속 ‘쌍꼬리 고양이’의 정체란……?
봄날의 백일몽처럼 아련하고 달콤한 일상 판타지의 세계
내가 사는 곳 주위에는 길고양이가 많은데, 동네 이곳저곳에서 이들을 발견하다보니 어느새 녀석들에게도 사회가 있고 개개의 법칙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녀석들은 하나같이 귀염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불한당이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태평하게 도로를 가로지르고, 눈이 마주치면 하악거리며 위협하는 영락없는 불량 고양이들이다. 하지만 이들도 나름 힘들게 살아가고 있겠지 하는 넓은 마음으로 관찰하다보니, 문득 한번 소설에 등장시키고픈 생각이 들었다. 녀석들은 꽤나 영악하면서도 매력 있는 생물이었던 것이다.
_마키메 마나부, 월간 <치쿠마> 2010년 2월호 중에서
가노코와 마들렌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소설 도입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마들렌을 위시한 마을 고양이들의 일상이다. 볕이 잘 드는 공터에 모여 서로 잡담을 나누고 때때로 같이 사는 주인 가족들에게 불만을 표출하기를 서슴지 않는 고양이들의 대화는 인간사를 훤히 꿰뚫고 있는 이들만의 불가사의한 세계를 엿보게 해준다. 어디에도 속박되지 않는 독립성을 지녔지만 일단 도움을 받으면 확실히 은혜를 갚는 의리와 예절을 발휘할 줄 아는 고양이들. 한 집에 사는 반려동물이 사실은 인간보다 더 영악하고 똑똑한 것은 아닌지 문득 의심스러워졌던 사람이라면 고양이들의 눈높이에서 펼쳐지는 또다른 세상에 묘한 설득력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한편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어느 순간 ‘지혜를 깨친’ 후, 매일같이 새로운 것을 찾아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가노코의 일상생활은 어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순수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본인처럼 은근히 특이한 행동을 일삼기를 즐기는 같은 반 친구 스즈와 우여곡절 끝에 둘도 없는 단짝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은 누구나 어렴풋하게 갖고 있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던 이 둘은 자신들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서로의 생활에 조금씩 영향을 미치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가사의한 사건을 계기로 잊지 못할 추억을 나누게 된다.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앞에 다시 펼쳐지는 미래를 판타지적인 터치와 함께 소녀와 고양이의 순수하고도 의연한 시선으로 그려낸 『가노코와 마들렌 여사』는, 작가 마키메 마나부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여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일본 아마존 독자평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보다 훨씬 생생하게 고양이의 생활과 감성을 표현한 걸작! 애묘가들에게 적극 추천이다.
특유의 유머와 속도감, 여러 요소들을 센스 있게 조합하는 작가의 원래 특기에 이번에는 따뜻한 관찰력이 더해졌다. 나날의 피로를 씻어주는 듯한 기분 좋은 소설.
예전 작품을 읽은 사람만 알아볼 수 있는 소소한 팬 서비스, 예상을 벗어나는 전개, 그리고 가슴이 찡해지는 마지막 장면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마키메 마나부 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