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로 가득 찬 세상과 타협을 거부한
어느 어릿광대의 익살맞은 사회 풍자!
『어느 어릿광대의 견해』는 사회의 벽에 부딪쳐 몰락해가는 한 어릿광대의 회상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독일 사회를 비판한 사회소설이다. 하인리히 뵐은 사회질서에서 이탈한 광대 한스 슈니어를 화자로 등장시켜 그를 당시 제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의 매체로 삼는다. 주인공 슈니어는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까지 규율을 세워 그에 따라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사회에서 일탈할 수밖에 없는 자유로운 존재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주인공과는 달리 그의 부모나 조부모의 세대는 청산되지 못한 과거를 껴안고 기존의 사회질서 속에 평안히 자리 잡는다. 이처럼 뵐은 광대 주인공을 통해 외관상 균형과 질서가 잡힌 사회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거울을 비춤으로써, 말하자면 비정상으로 정상을 문제 삼음으로써 역으로 그들의 어리석음을 드러낸다.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자신의 적들을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는 예술적 재능을 드러낸다. 뵐은 주인공의 예술적 재능이 사회적 도덕이나 의무의 더께를 걷어낸 자연 상태, 즉 자유에서 비롯됨을 역설한다. 순수하고 자유로운 인간 슈니어는 현존하는 사회적인 강요들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의 몰락은 기성세대의 순응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자유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를 의미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어디에도 종속되지 않는 자유임을 상기시킨다.
1972년 노벨문학상
1967년 게오르크 뷔히너상
1951년 47그룹 문학상
본문 발췌
너는 그것을 입 밖에 낼 수 없다.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말이다. 너는 지금 어릿광대를 그리워하고 있다. 공식적인 직업 명칭은 희극배우다. 어떤 교회에도 세금을 낼 의무가 없는. _p.295
그러니까 검은색, 짙은 갈색 그리고 푸른색 외에 대안이 아직은 있었다. 그 대안을 빨간색이라고 부르는 것은 또 지나치게 미화한 것이고 지나치게 낙관한 것이리라. 그것은 아침노을의 부드러운 햇살이 서려 있는 회색이었다. 서글픈 일을 위한 서글픈 색. 그 서글픈 일에는 어쩌면 어릿광대의 죄 가운데 가장 심한 죄를 저지른, 즉 동정심을 불러일으킨 어릿광대를 위한 자리도 있을 것이다. _p.296
나는 떠나거나 죽은 자가 남겨놓은 물건들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처음으로 느꼈다. 어머니는 사실 식사를 하려고 했다. 삶은 계속된다거나 뭐 그 비슷한 것을 뜻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렸음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계속되는 것은 삶이 아니라 죽음이었다. _p.300
관련 서평
하인리히 뵐은 전 세대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시각과, 인물의 성격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예술적 감성이 훌륭하게 조화된 글을 쓴다. _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신성모독적인 문학, 의도적으로 반종교적인 문학만이 신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낸다.
_하인리히 뵐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가진 훌륭한 작가이다. 오늘날까지 ‘모범’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_헤리베르트 호벤(소설가)
뵐의 문학은 현실에 대한 저항에서 시작된다. 그가 현실에 굴복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힘은 그의 깨어 있는 마음, 부드러우면서도 확고한 양심으로부터 나온다. _울프디트리히 라슈(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