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만의 방을 만들어 주다
영화는 혼자만의 방을 만들어 준다. 그 혼자만의 방에서 우리는 나와 영화, 온전히 둘만 존재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공간에서 영화를 통해 위로받고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은 그 혼자만의 방을 기억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추억하고, 그때 받았던 위로를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따스함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의 지은이는 자신의 글이 독자들에게 ‘이상하다. 그런데 나쁘지 않다’ 혹은 ‘어렵다.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알겠다’ 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지은이 특유의 세련되고 현학적인 문체로 쓰인 글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끔은 어렵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글의 호흡을 가만히 좇아가다보면 이마저도 자연스럽게 읽히고, 어렴풋이 지은이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는 독자들이 혼자만의 방에서 영화와 나누었던 사적인 언어와 내밀한 교류를 작가 또한 경험했고, 이를 진솔하게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만의 방에서 떠올렸던 지나간 사랑과 현재의 사랑, 우정과 가족, 일에 대한 고민, 그리고 그때 그 영화를 통해 받았던 위로와 눈물을 기억하고 음미하며 지은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마음 한 귀퉁이에 찾아드는 아련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로했던 그 영화들만을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
이 책은 일곱 개의 상영관을 가진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의 대부분은 예술 영화와 대중 영화 중간에 위치한, 싱글여성들이 ‘혼자’ 관람했거나 혹은 ‘마음이 맞는 친구’와 관람했을 만한 영화들이다. 또한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한두 번쯤은 대답해봤을 법한 영화이며, 영화관을 빠져나오며 벌써 다음에 다시 볼 기약을 할 만큼 애착이 가는 영화들이니 그 제목들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추억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처럼 풍성한 기분이 들 것이다.
우리의 삶의 터전이자 애증의 공간인 도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1상영관, 사랑과 그 후일담에 대한 영화를 이야기 하는 제2상영관, 체념과 회의 또 그 안의 긍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3상영관, 판타지의 두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4상영관, 자신만의 언어를 찾는 법에 대한 제5상영관. 그리고 ‘나’에 대한,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제6상영관과 제7상영관까지, 우리는 『이토록 영화 같은 당신』을 통해 일곱 개의 상영관을 차례로 돌며, 총 서른 네 편의 영화를 다시 보고, 다시 추억하며 그 영화 속 ‘나’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