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공히 우리나라 최고의 불문학자이자 개성적인 글쓰기와 유려한 번역으로, 우리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온 김화영 선생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만났다. 영어와 불어로 처음 나온 이 책은 지난 육십일 년 동안(이 책의 불어판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에 출간되었다), 무려 백육십 개 국어로 옮겨져 사랑받고 있으며 아직도 또 새로운 번역본이 나오곤 한다. 최근에는 남부 아프리카의 쇼사어 번역이 나오기도 했다.
지구상 최대의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원서가 발간된 이래 출판된 모든 판본들을 다 합치면 약 팔천만 부가 판매되었다. 여기에 저작권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의 번역본과 해적판 등 집계되지 않은 많은 판본들과 판매기록들을 보탠다면 일억 부를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중 1946년 이래 프랑스에서 판매된 『어린 왕자』만 천백만 부에 달한다. 단일 책으로는 최고의 기록이다. 그중 어린이용 판본이 이백만 부, 저자 탄생 백 년을 기념하여 원본에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새로 발간된 1999년판 ‘폴리오’ 문고본의 판매고가 백만 부에 이른다. 현재 이 책을 독점출판하고 있는 갈리마르는 매년 평균 삼십오만 부의 『어린 왕자』를 찍어낸다. 어린 왕자가 태어난 지 육십일 년이 된 지금, 예순이 넘은 어린 왕자는 그러나, 영원히 어리고 영원히 변함없는 순수함의 광채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사막의 샘물처럼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김화영 선생이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어린 왕자』를 번역하면서 선생은, ‘어린 왕자’를 태어나게 한 진정한 어른이었을 생텍쥐페리의 삶을 조망하고,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의미를 풀어낸다. 그 동안 그렇게 많은 『어린 왕자』가 읽히는 동안,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평론이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김화영 선생은, “보이는 풍경 속에 보이지 않는 ‘어린 왕자’를 숨겨놓음으로써 가장 아름답고 슬픈 풍경을 완성하고 있는 환유체계로서의 작품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낸다. 그것은 정확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우리 모두가 느끼고 감동했던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어린 왕자’가 숨기고 있었던 너무나도 분명한 진실을 들추어내며 김화영 선생은 또한, 비행사로서의 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가 탄생하게 된 배경, 그리고 ‘어린 왕자’의 소중한 장미와 아내 콘수엘로에 얽힌 이야기들, 그리고 그의 최후까지를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그것은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어린 왕자’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어린 왕자의 사라짐과 작가의 실종 사이의 기이한 일치는 놀라운 신비성의 후광을 던진다. 이 기이한 삶과 죽음은 『어린 왕자』를 작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대한 환유로 읽히게 만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얼른 보기에 어린이를 위한 단순하고 순진한 한 편의 동화에 불과한 『어린 왕자』는 감정적인 혼란과 환멸의 덫에 걸린 한 짧은 생애의 자전적 영상을 비춰주는 놀라운 감광판과도 같다.”_『어린 왕자를 찾아서』 중에서
* 책 속에는 『어린 왕자』가 탄생하기까지 생텍쥐페리가 그린 습작 그림들과 그 외에 각종 데생작품들, 메모들, 그리고 어린 시절 직접 그린 콩트 등 풍부한 자료들이 수록되어 ‘어린 왕자’와 생텍쥐페리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화영 |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대학에서 알베르 카뮈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그는 고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개성적인 글쓰기와 유려한 번역, 그리고 어느 유파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으로 우리 문학계와 지성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해왔다. 『시간의 파도로 지은 城』 『바람을 담는 집』 『문학 상상력의 연구―알베르 카뮈의 문학 세계』 『소설의 꽃과 뿌리―나의 시대의 소설가』 『행복의 충격』 『공간에 관한 노트』 『발자크와 플로베르』 등 십여 권의 저서와, 알베르 카뮈 전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잃어버린 거리』 『오늘의 프랑스 철학사상』 『짧은 글 긴 침묵』 『예찬』 『내 생애의 아이들』 『섬』『마담 보바리』 등 팔십여 권의 번역서가 있다.
* 초판발행 | 2007년 5월 8일
* 128*188 | 120쪽 | 7500원
* ISBN | 978-89-546-0310-2 04860
* 책임편집 | 염현숙 조연주(031-955-8866, 8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