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 원서명
- (The)success and failure of Picasso
- 저자
- 존 버거
- 역자
- 박홍규
- 출판사
- 아트북스
- 발행일
- 2003-09-05
- 사양
- 368쪽| 양장| 223*152mm
- ISBN
- 9788989800200
- 분야
- 예술일반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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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정가
- 13,500원
- 신간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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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보여준다. 피카소의 예는 예술가가 자신의 개인적인 천재성 안으로 도피했을 때 직면하는 무기력과 정체를 가슴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결코 작업을 멈추지도, 거짓말을 하지도 않고,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냉소적이지 않고 핵의 위협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북돋우기 위해 자신의 명성을 빌려준 피카소. 이 책은 심리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에서 피카소의 진면목을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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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런던 태생으로, 미술비평가, 사진이론가, 소설가, 다큐멘터리 작가, 사회비평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중년 이후 프랑스 동부의 알프스 산록에 위치한 시골 농촌 마을로 옮겨 가 살면서 농사일과 글쓰기를 함께 해 오고 있다. 저서로,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예술과 혁명』 『어떻게 볼 것인가』 『본다는 것의 의미』 『말하기의 다른 방법』 『센스 오브 사이트』 『그리고 사진처럼 덧없는 우리들의 얼굴, 내 가슴』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모든것을 소중히하라』가 있고, 소설 『우리 시대의 화가』 『G』 『그들의 노동에 함께 하였느니라』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시집 『아픔의 기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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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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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천재, 부자, 바람둥이, 공산주의자
-- 우리가 아는 피카소, 우리가 모르는 피카소
피카소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일 것이다. 교황이 누군지 모르고 자기네 나라 수상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그의 이름은 안다는 화가, 반 고흐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온다는 화가, 누구나 그 이름을 알고 있으나 작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할 수 없는 화가 피카소는 대체 누구인가?
피카소는 십대에 이미 스페인의 미술학교에서 더 배울 것이 없었던 신동이었다. 미술교사였던 아버지는 다빈치의 스승이 제자의 솜씨를 보고 그림을 포기해 버렸듯이, 아들의 재능에 놀라 자신의 화구를 물려주고 절필해버렸다. 또한 그의 재산은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하고, 노년에도 젊은 여인과 해로했으며, 1945년에는 공산당에 입당했다.
파시스트에 대항해 「게르니카」라는 기념비적인 대작을 제작한, 전세계의 투쟁하는 민중들에게 주저 없이 자신의 명성을 빌려주었던 이 진지한 휴머니스트는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은 예술가가 대체 어떤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어떤 얼간이가 눈만 있으면 화가가 되고, 귀만 있으면 음악가가 되고, 가슴속에 하프만 있으면 시인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천만에요. 그 반대입니다. 예술가는 한 사람의 정치적 인간입니다. 어떻게 예술가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무관심할 수 있습니까? 회화는 아파트나 치장하게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적과 싸우며 공격과 방어를 행하는 하나의 무기인 것입니다.
스페인 출신의 ‘외계에서 온 침입자’
나폴레옹은 ´피레네 산맥 너머는 아프리카´라고 말한 바 있다.
수백 년 동안 변함없이 지속되었던 비참한 가난, 변화의 부재는 민중들에게 이런 가혹한 인간의 조건이 일순간에 급격하고도 장엄하게 변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했다. 이러한 천년왕국을 대망하는 혁명적 열정은 스페인의 특수한 현실 속에서 ´복고적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평등한 원시공동체를 이상화해 근대를 비판했으며 이런 성격은 피카소의 초기작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게 된다. (그가 청색시대와 장밋빛시대에 즐겨 그린 룸펜 프롤레타리아와 유랑극단을 생각해보라.)
스페인 태생 피카소는 원시적 이상향에 기대 근대의 야만을 비판하는 ´고상한 야만인´이었고, 전혀 다른 문화적 전통에서 유럽으로 들어온 ’하늘에서 내려온 침입자‘였다.
그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키워드는 타고난 천재성이다. 어떤 분야든 일정한 ´경지´와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구와 고통스러운 수련이 필요하며 평생에 걸친 노고를 요구한다. 하지만 피카소와 같은 천재에겐 그런 과정이나 수련이 필요치 않다. 그는 단지 어디선가 임재하는 영감을 받아 (대신)´말하고 쓰고 그리면´ 그뿐이다. 그에게는 연륜과 함께 풍부해지고 깊어지는 발전은 있을 수 없고, 단지 ´발견´이 있을 뿐이다. 역설적으로 그의 자기만족과 정체를 낳은 것은 바로 이 천재성이었다.
피카소 생애에서 위대한 예외--입체주의, 스페인 시민전쟁
피카소가 입체주의자가 된 것은 그의 생애에 있어 위대한 예외였다. 입체주의는 새로운 주제, 재료, 관점을 통해 존재의 정태적 상태를 영원히 파괴했다. 그들은 기하학을 도입해 화면을 평면화했으며 무엇인가가 진행되는 과정, 실재 세계를 구성하는 요인들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려 했다. 때는 독점자본의 시대였고,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전 시대의 제왕이었던 뉴턴의 고전물리학을 대체하던 시기였다. 세잔의 제자였던 입체주의자들은 극적으로 변화하는 세기의 전환기에 시대정신을 대표했으며, 회화에 있어서 새로운 종합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신, 변화하는 세계와의 행복한 만남을 구현했던 입체주의 시기는 피카소에겐 실로 위대한 예외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찾아든 두번째 예외는 스페인시민전쟁이 일어났고(그는 혁명으로 수립된 공화국 정부에 의해 프라도 미술관장에 임명된다.) 왈테르와 격정적인 사랑에 빠진 1930년대이다.
그에게 다시 ‘사랑’과 ‘역사’라는 힘찬 주제가 등장한다. 왈테르의 누드는 부드럽고 편안하며 섬세한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또한 스페인시민전쟁을 계기로 그린 게르니카는 지금까지도 야만과 폭력에 저항하는 기념비적인 예술적 성취로 받아들여진다. 분명한 주제의식과 열정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여기에도 그늘이 있다. 전통적으로 누드는 어떤 삶의 방식, 사회적 윤리적 관점을 암시해왔으나 피카소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추방해버렸고, 게르니카 역시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 그의 타고난 재능, 과도한 개성이 역사와의 연결고리를 잘라버린 것이다.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입체주의는 역사적 전환기의 들뜬 희망과 활력 속에서 당대 시대정신을 반영한 것이었다. 피카소의 그림이 영광의 정점에 올랐던 것도 바로 이 시기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전쟁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세계가 온통 ´불타고 있을 때´, 수백만의 병사들이 참호에서 죽어가고 있을 때, 피카소는 ´깽깽이만 켜고´ 있었다. 입체주의자들은 시대에 뒤떨어졌고, 피카소는 자신의 ‘천재성’ 속으로 도피해 터무니없은 그림만을 낳았다.
그후 수십 년이 지나 피카소는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역사?민중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공산당에 입당했다. 이는 예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실로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는 나의 일생과 작품세계의 맥을 따라가보면 극히 논리적인 귀결입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순가도 회화가 단순히 즐거움만을 주는 기분전환을 위한 예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언제나 데생과 색채를 통해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가장 진실하고 가장 정의롭고 가장 선한 것을 내 방법을 통해 표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공산주의자들은 인간 피카소는 존경심을 갖고 대했으나 그의 그림에 대해서는 아예 침묵했다. 만일 그들이 조금 더 개방적이고, 덜 오만했다면 피카소의 작품을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면 피카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는 예술가로서 새로운 출구를 찾았을 것이다. 그는 유럽을 떠났어야 했다….
예술가는 자신이 대변할, 그리고 자신들에게 주제를 부여할 민중이 필요하다. 반 고흐는 주제를 발명한 게 아니라 타인과의 동일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견’했을 뿐이었다. 피카소는 그 민중을 찾지 못했으며, 두 번의 예외적인 시기를 제외하면 무엇을 그려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그는 왕처럼 숭배 받았으나 늘 혼자였고, 모든 문제를 홀로 제기하고 답을 내려야 했다. 결국 남은 것은 자기도취와 충격효과뿐이었다. 그의 성공은 부르주아 세계에 투항한 대가였으며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는 부르주아 사회가 제공하는 성공과 명예에 더는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씁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그를 결코 낮게 평가할 수 없다!
화가들은 시인과 달리 발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며 서서히 자신의 천재성을 드러낸다. 위대한 화가 중에 늙어가면서 오히려 심오함과 독창성을 더하지 않은 화가는 없다. 그것은 마치 매체를 통달하는 데 평생이 걸리고 그것에 통달했을 때 미술가는 상상력의 진정한 본질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반면 홀로 역사에서 추방되고 사회현실로부터 고립된 피카소 말년의 소묘들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는 홀로 남겨졌다! 왜 아무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는가?! 왜 아무도 피카소가 빠졌을 법한 절망을 고려하지 않는가?!
그의 재능의 낭비, 좌절은 실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예술가는 어떤 경우에도 생생한 역사적 현장, 시대와의 호흡을 포기할 수 없다. 그는 다른 길을 갈 수 있었으나 결단하지 못했고 빈약하고 쓸쓸하게 노년을 마감했다. 그러나 피카소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미술사에 있어 가장 혁명적인 전환점인 입체주의의 선구였고,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냉소적이지 않았으며, 우리 시대의 중요한 투쟁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진지한 휴머니스트였다. 그의 비극적인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화가 피카소´ ´인간 피카소´가 이십세기의 가장 중요한 예술가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책은…
22년 만에 다시 쓴 책, 버거에 대한 최초의 상세한 해설
지금까지 소개된 피카소에 관한 책은 무비판적으로 그를 찬양한 것이거나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릴 법한 일화를 중심으로 한 것이었다. 반면 그의 개성과 예술의 특징을 기질과, 역사, 예술사적 맥락에서 조망하고 그의 업적과 한계를 균형 있게 짚어낸 책은 거의 없었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피카소의 불완전한 반쪽에 나머지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절반을 덧붙여 그의 전체 상을 올바로 조망할 수 있게 한다.
『피카소의 성공과 실패』 초판은 1965년에 나왔고, 버거는 22년이 지나 내용을 보완해 증보판을 냈다. (참고로 한국어판은 1984년에 나왔다.) 버거가 증보판을 낸 이유는 입체주의 이전의 초기 작품에 충분히 주목하지 못해 피카소의 본질적 성격을 탐구할 실마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버거는 증보판의 머리말을 통해 이런 사정을 밝히고 한 장을 덧붙여 증보판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사상과 예술 등 인문학 전반에 걸친 풍부한 식견을 보여주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영남대 박홍규 교수가 번역했다. 아트북스가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하고 이 책을 다시 출간한 이유는 무엇보다 이미 우리시대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이 탁월한 비평을 새로운 번역과 디자인, 풍부한 정보를 곁들여 독자들에게 다시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옮긴이는 장문의 해설을 통해 버거의 이력과 성장과정, 사상, 저술활동, 최근 근황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버거의 저서를 논평한다. 그가 영향을 받았던 선구적인 미술사가들(아르놀트 하우저, 프레드릭 안탈, 에른스트 피셔, 막스 라파엘), 선배 이론가들과의 차이,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저서들의 특징과 출간 배경 등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옮긴이가 보기에 버거의 모든 책에 등장하는 근본적인 주제는 ´보는 것´이다. 그래서 버거를 저 랭보를 일컫는 견자로 칭하기도 한다. 옮긴이는 르네상스 시기의 ‘르네상스인’ 알베르티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색해나가는 버거를 한 권의 독립적인 책으로 다룰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해설은 그 예비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보여준다. 피카소의 예는 예술가가 자신의 개인적인 천재성 안으로 도피했을 때 직면하는 무기력과 정체를 가슴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결코 작업을 멈추지도, 거짓말을 하지도 않고, 정치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냉소적이지 않고 핵의 위협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북돋우기 위해 자신의 명성을 빌려준 피카소. 이 책은 심리적, 문화적, 역사적 맥락에서 피카소의 진면목을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