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큼 풍성한 지식의 보고는 없다!
「지식의 미술관」은 서른 개의 키워드를 크게 다섯 개의 지식 카테고리로 나누어 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지식을 전달한다.
제1관, ‘그림, 눈으로 읽을까, 마음으로 읽을까’는 독특한 창작의 양식이나 기법을 소개하는 장이다. 현실을 파괴함으로써 놀라운 창의의 세계를 보여준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기법 ‘데페이즈망’, 세밀한 묘사를 통한 눈속임의 미술 ‘트롱프뢰유’, 시각에 따라 같은 이미지가 전혀 다르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이용한 ‘게슈탈트 전환’ 등이 생생한 화보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다가온다.
제2관, ‘창조의 기원, 감동의 기원’은 하나의 미술 장르가 시작된 배경과 의의, 그리고 변천과정을 담았다. 작게는 하나의 미술 키워드가 만들어지는 배경과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누드의 시작이 여성이 아니고 남성이었던 이유를 고대 그리스의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찾아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그림 속 여성의 모습이 수동적인 포즈에서 도발적인 포즈로 변화해온 과정을 이야기한 ‘남성 누드’ ‘여성 누드’, 기독교적인 신앙에서 발원해 구원에 대한 민중의 믿음이 만들어낸 ‘이콘’, 그림을 보고 강한 황홀경을 경험하는 ‘스탕달 신드롬’, ‘스탕달 신드롬’에서는 그 대상 작품이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라고 알려진 바와 달리 조토의 「성 프란체스코의 장례」라는 사실을 바로잡아주기도 한다.
제3관, ‘감각의 미로에서 숨바꼭질을 하다’는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그려지지 않는 미술의 트렌드를 이야기한다.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모르기 쉬운 미술사의 한 장면을 그림을 통해 그 시대의 풍습과 생활상을 다시 살려내 지면에 담았다.
17세기 네덜란드와 플랑드르 지역에서 많이 그려진 짙은 허무주의의 미술 ‘바니타스’는 그 우울증적인 표현이 오늘날까지 중요한 정신적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으며 귀족만이 누릴 수 있는 취미활동이었기에 하나의 과시적인 산물로 이해되었던 17세기부터 시작된 ‘사냥감 그림’과 18, 19세기 유럽의 귀족 중심으로 대유행한 여행문화 그랑투르를 인해 비롯된 이국의 풍경을 담은 풍경화 ‘베두타’ 등이 문화와 풍습에 따라 변화하는 미술 장르의 다양함을 보여준다.
제4관, ‘그림이 시대를 그리는가, 시대가 그림을 그리는가’는 미술의 사조와 시대 의식간의 연관성을 통찰력 있게 표현된 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무법천지의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잔인한 통치자와 에로티시즘이 강하게 느껴지는 어린 소녀의 그림을 통해 그래내는,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반영된 ‘오리엔탈리즘’, 사소한 발명품 튜브 물감이 만들어낸 위대한 탄생, 빛의 화가 ‘인상파’, 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의 주인공 잭슨 폴록이 냉전 시대 문화적 우위를 점하고자 했던 미국의 전략적 스타임을 밝혀내는 ‘CIA와 추상표현주의’ 등 우리가 알았던 표면 뒤에 숨어 있었던 놀랍고 흥미로운 진실을 대면하게 된다.
제5관, ‘그림 바깥의 욕망을 읽어라’는 작품 너머의 작가와 시장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제 심장을 쏘았던 고흐처럼 정신적 이상을 보인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창조성과 정신질환에 대한 상관관계로 설명한 ‘기인 화가’, 14건의 친자 확인 소송을 낳은 클림트의 아틀리에처럼 작가의 사적인 삶과 예술가적 정신이 공존한 공간 ‘화가의 아틀리에’, 정복전쟁이 시작되면서 불같이 일어난 예술품 약탈 전쟁을 현 시각에서 재조명한 ‘엘긴 마블스와 미술품 약탈’, 제프 쿠스, 데이미언 허스트, 앤디워홀…… 작품의 놀라운 창조성만큼이나 독창적인 마케팅의 귀재를 다룬 ‘아티스트 마케터’ 등 그림보다 더 재미있는 그림 바깥의 자본과 시장, 화가의 욕망을 보여준다.
「지식의 미술관」의 미술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지식은 그 지식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워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찾는 독자에게 의미있고 유익한 시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