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로 코엘료, 르 클레지오, 막스 갈로 등 17인의 세계 유명작가가 말하는 어린 시절
이 책은 에이즈로 고통받는 어린이와 그 가족들을 돕기 위해, 프랑스의 어린이 에이즈 보호 연대(Sol En Si, Solidarit Enfants Sida)에서 기획한 책이다.
현재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 가운데 평단이나 독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열 일곱 명의 작가가 엄선되었다. 파울로 코엘료, 르 클레지오, 크리스티앙 자크, 막스 갈로 등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작가들과 알렉상드르 자르댕, 파스칼 브뤼크네르, 단 프랑크, 장 도르메송, 얀 케펠렉 등 프랑스에서 많은 독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들이 이 기획에 초대되었다. 그 초대작가들에게 주어진 주제는 ‘어린 시절’.
그들이 각기 어린 시절을 주제로 쓴 열일곱 편의 작품을 모두 모아놓고 보니, 결 고운 한 장의 조각보 같은 작품집이 탄생했다. 귀여운 우화가 있는가 하면 아름답고 비통한 이야기가 있고, 짤막하지만 시간을 두고 곱씹어보게 하는 심오한 이야기도 있다.
어린아이의 심리상태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 작가가 보낸 어린 시절의 시대상에 대한 사실적이고도 유쾌한 보고서, 위대한 예술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 서구 지성사의 ‘유년 시절’이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사에 대한 진지한 글까지,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 있는 문체가 돋보인다.
작가들이 이 초대에 얼마나 진실한 마음으로 응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작품들이다.
하나같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빼어난 문학적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다. 이 소설집 속에서 지나간 유년 시절을 다시 만나는 독자도 있을 것이고, 아직 어린 독자들은 앞으로 살아갈 삶의 예지와 미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유년의 기억 속으로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
유년 시절, 어떤 이에게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기도 하고 어떤 이에게는 생생한 상처투성이의 시절이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유년 시절들도 그렇다.
신 같은 존재인 줄만 알았던 선생님이 알고 보니 육욕을 가진 평범한 여자라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는 천진난만한 소년(「선생님은 여자」), 어른들의 부조리한 세상이 싫어 삶을 등지는 소년의 비통한 마음(「아르멜과 스틱스」), 자신을 천재로 만들려는 아빠 앞에서 하늘을 날아 보이는 아기(「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견뎌내기 위해 일기장 속으로 숨어버리는 조숙한 소녀(「작은 낙원」),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에 들기 위해 우주선을 발명해내는 귀엽고 재치 있는 소년(「내 사랑 라이카」) 등 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성장하기 위해 좌충우돌하고, 무언가를 깨닫고, 때로는 상처받는다.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재기발랄하면서도 신선함과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유년 시절 이야기들이 독자 앞에 펼쳐진다.
세계적인 작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최고의 재능을 발휘한 소설집.
- Aujourd’hui Parisien
기발하고 참신해서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짧고도 아름다운 열일곱 개의 이야기.
―Impact Medicin
이 소설들은 용기, 경탄, 혹은 끈기와 같은 미덕의 가치를 담고 있다.
―Les Cles de l´Actulaite
유년이라는 이 영원한 기억의 웅덩이. 이 속에서 만난 유년은 사랑을 주는 대로 빨아들이는 성능 좋은 스펀지, 몰랑한 새싹, 미지를 더듬는 작은 손, 천진한 개구쟁이 천사다. 혹은 성년의 오만한 손때가 탄 흰 반죽, 차가운 폭력에 움츠린 새끼여우이거나…… 그래서 이 책 속의 유년은 따뜻하게, 안타깝게, 푸른 숲과 창공의 색채로, 거추장스런 무게를 덜어낸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대와 설렘으로 생생하다가, 가슴 아프게, 씁쓸하게, 회한에 짓눌려…… 또다시 생생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뽀뽀 상자」(파스칼 브뤼크네르) : 갓난 딸 줄리엣이 못마땅한 아빠 필립. 그에게 딸은 귀찮고 못생긴 ‘자그마한 살덩이’일 뿐이다. 아빠의 사랑에 굶주린 줄리엣은 병에 걸리고, 아빠는 그런 줄리엣을 위해 ‘뽀뽀 상자’를 사주는데…… 진실한 사랑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귀여운 우화.
「선생님은 여자」(알렉상드르 자르댕) :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선생님이 흘린 편지를 줍는다. 고결하기만 한 줄 알았던 선생님이 편지 속에서는 육욕을 가진 한 사람의 여자로 묘사되어 있다. 깜짝 놀라고 배신감을 느낀 나는 선생님에게 복수할 마음을 품게 된다. 어린아이의 순진한 마음을 담은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이야기.
「작은 낙원」(낸시 휴스턴) : 엄마는 수년 전 집을 나간 딸 루시가 혹독한 사춘기를 겪으며 써내려간 일기장을 발견한다. 루시의 일기를 읽으며, 엄마는 가족들에게서 멀어지는 것 같아 보였던 딸이 일기장 안에 자신만의 ‘작은 낙원’을 세웠음을 알게 된다.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사춘기 소녀의 내밀하고도 아픈 성장 이야기.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막스 갈로) : 어린 시절부터 천재 소리를 들어온 ‘나’는 아이의 더딘 성장 때문에 초조하다. 아직 걷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걸음마와 글자를 가르치던 나는 급기야 정신과 상담을 받으라는 충고까지 듣게 된다. 시간은 흐르고, 아이는 점점 자라 뛰어다니고 말도 하게 되었지만, 나는 갑자기 언어장애가 생겨 말을 못 하게 된다. 아이와 단둘이 있게 된 어느 날, 아이는 내 눈앞에서 공중으로 날아오르는데……
「아르멜과 스틱스」(미셸 델 카스티요) : 아르멜은 스페인 내전 때문에 엄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온 소년. 하지만 엄마는 체류 허가증을 받기 전에는 아르멜을 돌봐줄 수 없다. 아르멜의 소원은 엄마와 함께 라일락이 가득한 정원이 딸린 집에서 사는 것. 드디어 엄마가 체류 허가증을 받고, 아르멜은 엄마와 함께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르멜 앞에 개 한 마리가 나타난다. 아르멜은 개에게 ‘스틱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둘은 같이 살게 되는데……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소년이 부조리한 세상 때문에 상처받는 아름답고도 비통한 이야기.
「내 사랑 라이카」(다니엘 피쿨리) : ‘나’는 여자친구를 찾고 있다. 친구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도망친 강아지를 찾고 있는 앞집 소녀를 보게 된 나는 그애를 여자친구로 정한다. 소녀의 강아지의 이름은 ‘라이카’. 나는 그 강아지가 우주선을 타고 날아간 우주견 라이카인 줄 알고 소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우주선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좌충우돌 개구쟁이 소년의 여자친구 만들기 대작전.
「벽의 저편」(파스칼 로즈) : 단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소년은 밤마다 엄마가 있는 벽 반대편에 누워 잠을 청한다. 심약하고 선병질적인 아이의 어둡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하느님이 어머니를 창조하시다」(파울로 코엘료) : 어머니는 어떻게 창조되었을까? 하느님이 어머니를 만드셨을 때, 그는 세 쌍의 눈과 손, 그리고 자가 치유 장치를 장착했다. 그러나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 하느님은 그냥 보통의 여인의 모습에 강한 의지를 불어넣은 어머니로 바꾸었다. 그렇게 어머니가 창조되자, 어머니에게는 저절로 눈물이 생겼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 알아야 할 가장 값진 지혜를 담은 열다섯 편의 짧은 이야기 모음.
「기차를 기다리던 아이」(장 도르메송) : 산골 마을에 사는 주인공 소년의 유일한 낙은 지나가는 기차를 구경하는 일. 그러나 소년은 점점 병약해져만 가고,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게 되자 마지막으로 기차를 한번 타보고 싶다는 소원을 품게 된다. 엄마 아빠는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지만 시골에 사는 가난한 그들로서는 버거운 일이다. 과연 아이는 소원을 이루게 될까?
「그날 밤 조에는 숨을 쉬지 않고……」(얀 케펠렉) : 조에는 먼지 알레르기로 천식 증세가 있는 소녀.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려고 하자 조에는 침대 밑에 몰래 먼지를 모아놓는다. 신경쇠약증에 걸린 아빠는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을 떠나 홀로 자연에서 살려고 한다. 아빠가 집을 나가자, 조에는 발작을 일으켜 쓰러지고 마는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따뜻한 이야기.
「나무 속의 여신」(크리스티앙 자크) : 파디는 고대 이집트에 사는 염소치기 소년. 어느 날 모래폭풍이 불어와 파디는 나무 속의 여신을 발견한다. 여신을 사랑하게 된 파디는 밤마다 그녀를 보기 위해 사막을 가로질러 가고, 이런 그를 의심한 친구는 그의 뒤를 밟는다.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에게만 보이는 여신과 소년이 엮어내는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야기.
「파루슈」(클로드 미슐레) : 새를 좋아하는 한 소년이 폭풍으로 둥지와 엄마를 잃은 어린 말똥가리(맹금류)를 발견한다. 소년은 말똥가리에게 파루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먹이도 주면서 돌본다. 시간이 흘러 파루슈는 혼자서 잘 날게 되고 소년이 부는 휘파람 소리에도 화답하게 되지만, 소년은 파루슈에게 자유를 되찾아주기 위해 숲으로 날려보낸다. 동물을 사랑하는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다.
「어느 이방인의 일생」(단 프랑크) : 러시아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작가의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와 작가에게 한없는 사랑을 준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푸가 혹은 예술가의 어린 시절」(장 루오) : 모차르트와 바흐의 유년 시절 이야기. 천부적 재능을 타고난 신동 모차르트와 끊임없이 노력하여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확립한 바흐의 유년 시절을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체로 그렸다.
「새로운 세계에서 태어난 어떤 젊은 생각」(J.M.G. 르 클레지오) : 서구 지성사의 ‘유년 시절’이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관한 에세이. 작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지금까지도 계속 솟아오르는 인류의 의문과 사유, 그리고 작가 자신의 회의를 발견하며, 그들이야말로 ‘젊은 세계’에서 살았음을 깨닫는다.
「엘리아나의 노래」(장 피에르 밀로바노프) : 엘리아나 대고모와 함께 보낸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의 노래. 따가운 여름햇살과 차가운 레모네이드, 포도밭, 마을 광장의 플라타너스 그늘, 언덕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 등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가 한여름날의 정경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60년대의 대지」(마르크 랑브롱) : 월트 디즈니, 비틀스, 다니 요구르트, 미항공우주국(NASA) 등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1960년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단어들에 대한 단상으로 풀어간 짧고도 유쾌한 보고서. 위트와 유머, 그리고 지난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로 가득하다.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외 16인(작가들의 약력은 각 작품 말미에 상세히 실었습니다.)
옮긴이
임미경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에 출강하고 있다. 『여성과 성스러움』을 우리말로 옮겼다.
* 2003년 8월 11일 발행
* 사륙판 양장/400쪽/9,800원
* ISBN 89-8281-658-5 03860
* 책임편집: 김지연 (927-6790 내선 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