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원서명
- Nocturnes
- 저자
- 세실 바즈브로
- 역자
- 홍은주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6-03-14
- 사양
- 112쪽 | 128*188
- ISBN
- 89-546-0117-0 03860
- 분야
- 장편소설
- 도서상태
-
품절
- 정가
- 7,500원
-
도서소개
밤바다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 사람들,
홀로 살아남아 기적 같은 생을 받아든 사람들…
먼 바다에서 어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톡톡, 가슴을 치고 지나간 것 같다
-
저자
세실 바즈브로Cecile Wajsbrot
1954년에 태어났다. 존경하는 작가는 프루스트, 발자크, 뒤라스, 버지니아 울프. 문학을 전공한 뒤 교직에 몸담았다가, 8년 후 저널리즘과 출판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1년간 『리브르』와 『누벨 리테레르』의 기자로 일하며 글쓰기가 자신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란 걸 깨달은 후 집필에만 전념하게 된다. 세실 바즈브로의 소설은 역사와 정치, 개인과 사회, 인물들이 뒤섞인 질문들을 던지며 인간의 기억과 감정 너머를 탐사한다. 상징이 넘치는 미묘하고도 달콤한 문체, 강렬함과 단호함을 종횡으로 넘나드는 무한한 감정의 묘사로 그녀는 현재 프랑스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 외의 작품으로 소설 『마리안 클링거』 『바르베에 의한 국가』 『카스파르 프레데리크 스트라스』 등이 있다.
옮긴이 홍은주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학과와 동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태양의 여왕』『현자 프타호텝의 교훈』『디오게네스의 햇빛』『자신있게 살아라』『80일간의 세계일주』『쇼비타』『코르토 말테제』『지구를 걷는 아이』『장 지오노, 나의 아빠』『사랑의 목소리』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
목차
-
편집자 리뷰
기억 저편에 감추어진 상흔을 가만히 불러내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언어
짧지만 강렬한 소설 『녹턴』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랑스의 여성작가 세실 바즈브로의 언어는 특별하다. 상징과 은유가 넘실대는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문장과 인간의 내적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로 이미 프랑스의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그녀는 인간의 내면에 깊숙이 감추어진 기억과 감정의 너머를 탐사한다는 점에서 버지니아 울프를 닮았다. 고통이나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는 은밀한 기억 속에 숨겨진 한 줌의 진실, 보여지는 것과 말하여지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될 수 없는 그것에 다가가고자 미세한 감정의 흐름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녀의 욕망은 몽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녀만의 강렬한 언어를 빚어내고 있다.
언제일지 모르는 한순간의 경험, 그것이 온 생을 위협할 수도 있다!
네 편의 짧은 소설로 이루어진 『녹턴』은 밤바다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 사람들과 홀로 살아남아 자기 앞의 생을 아프게 받아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난파된 페리호에서 살아남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침몰해가는 배를 지켜보기만 했던 등대지기, 조난당한 아들을 그리며 해마다 바다로 병을 띄워보내는 노부부, 파도에 휩쓸려간 동생을 증언하는 형.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온 생이 휘청거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소설은 그들의 몸짓과 눈빛, 바다의 색깔과 움직임 등을 세세하게 따라가며 고통스러웠던 현장의 기억과 전혀 새로운 현실 앞에 선 복잡한 내면의 풍경을 밀도 있고 절제된 언어로 묘사하고 있다. 암초에 부딪쳐버린 자신들의 삶을 복원해내기 위해 기억의 맨 아래쪽에서부터 천천히 다시 조율해가는 그들의 안타까운 노력과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한 편의 기이한 꿈이라도 꾸고 난 듯 가만히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그 후에는 계속해서 전처럼 살아보려고 애써야 했다. 하지만 삶에는 후편(後篇)이 없었다.
있다가 사라진 것을 다시 만든다는 건 생각도 못 할 일이었다.”
「페리의 밤」「등댓불」「바다로 보낸 병」「혼자라면」의 ‘나’들은 모두 그동안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릴 ‘무언가’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페리의 밤」에서 긴 떠돌이 생활 끝에 음악 안에 정착을 하고, 동료들을 만나 음악대를 꾸리고, 기쁨에 겨워 페리에서 연주를 하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지옥과도 같은 난파의 현장에서 동료들과 악기를 모두 잃은 채 홀로 살아남는다. 도시는 여전하고 아무것도 겪지 않은 사람들은 그에게 무수한 질문들을 쏟아붓지만 그는 이미 예전처럼 살아갈 수가 없다. “그것은 너무 늦었거나 너무 일렀다.”
외딴 섬 같은 등대를 지키며 살아가는 「등댓불」의 주인공 ‘나’는 등대에서의 생활이 몹시 만족스럽다. 정적과 바다와 하늘만이 있는 곳에서 마침내 등댓불이 켜지는 순간의 희열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전부와도 같다. 하지만 어느 밤, 침몰해가는 배 위의 사내와 눈빛을 교환한 후로 그는 더이상 등대 불빛에서 위안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바로 눈앞에서 가라앉고 있는 배를 보면서도 등댓불을 쏘아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에게 이제 바다는 ‘완전한 상실’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바다로 보낸 병」은 노부부가 조난당한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폭풍우 치는 밤이면 그날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이들 부부는 함께 있을 때조차 아들의 속내와 욕망을 알 수 없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부재하는 아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해마다 아들의 생일이 되면 편지를 써서 병에 넣어 바다에 띄워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10년…… 노부부는 마침내 기적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혼자라면」은 평범하지만은 않은 가족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형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동생과 함께 요트를 타고 나갔다가 혼자만 살아 돌아온 형은 경찰의 긴 취조 과정을 겪는다. 그는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지만 그것으로 밝힐 수 있는 진실은 아무것도 없다. 바다가 생활인 동시에 구속이기도 했던 형제의 내면, 그 질긴 고리를 끊어버려야 했던 그들의 절박함, 바닷물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동생을 바라보기만 한 형의 속내…… 질문자에게 되돌아오는 것들은 단지 질문에 대한 답변일 뿐, “사람들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 말이다.
밤바다를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소설
작가는 바다에서의 죽음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해 우리 누구나 조만간 맞닥뜨릴 수 있는, 아니면 이미 지나왔을지도 모르는 인생의 비극적인 순간을 보여주고 있다. 딱히 부족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것 하나씩을 품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그 가장 소중한 것을 갑작스레 잃게 되는 순간, 그 후의 삶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삶의 공백기에 빠지거나, 후회스러운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 바로잡아보려는 헛된 꿈을 꿀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삶의 깊은 곳으로 다시 내려가 하나하나 기억의 실마리들을 더듬어보다가 그간의 삶이 결코 평범하지만은 않았음을, 이미 도사리고 있던 비극의 실마리들을 눈치채지 못했을 뿐임을 자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삶을 위협하는 고통과 상실의 기억을 그저 덮어두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잊혀질 거라고 믿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또다시 날카로운 암초가 되어 물밑에서 도사리고 있을 것이므로.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이 송두리째 뽑혀나간 자리에 새살을 채우기 위해선 오히려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이미 또다른 고통으로 다가오겠지만 이후의 삶은 ‘무언가를 겪고 살아남은’ 자들의 몫일 테니. 바다로 사라진 아들을 그리워하며 10년의 시간을 보낸 노부부가 아들의 부재 안에서 오히려 진정한 아들의 욕망과 삶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로 인해 비극적인 사건은 더이상 고통이 아닌 “마치 네 영혼, 아니면 우리의 영혼이 안식을 찾은 것과 같”은 또다른 삶의 의미로 자리하게 된 것처럼, 삶은 위험과 동시에 기적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소설은 아주 비밀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그것을 찾아내는 것 역시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라는 듯이……
이 짧은 소설은 안개가 가득한 밤바다를 부유하는 듯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동반하며 순식간에 읽힌다. 하지만 다 읽은 후에는 던져진 질문의 무게에 가슴 한구석이 시큰거리는 경험을 하게 되는 매우 특별한 소설이다.
먼바다에서 어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톡톡, 가슴을 치고 지나간 것 같다
바다로부터 멀어져 좀더 안전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망망한 바다 한가운데, 그 고독 속에서만 비로소 자기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녹턴』은 ‘바다’에 사로잡힌 사람들, 바다로 사라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뭔가를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문체가 이럴까? ‘있다가 사라진 것을 다시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세실 바즈브로의 눈물처럼 반짝이는 아름답고 절제된 문장이라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다. 희미하지만 강렬한 노랑과 파랑으로 타오르던 촛불을 훅 불어 끄듯, 『녹턴』 마지막 페이지를 고요히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살아남은 자들, 기적적인 생을 받아든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멋진 보트를 타고 바다 끝까지 누비는, 어딘가에 고스란히 도사리고 있던 그런 간절한 꿈을 꾸게 될지도 모른다.
먼바다에서 어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톡톡, 가슴을 치고 지나간 것 같다.
_조경란(소설가)
세실 바즈브로의 작품은 무한한 감정 폭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놀랄 만한 강렬함, 가차 없는 단호함이 드러나는 그녀의 언어는 우리 안의 침묵과 고통을 일깨운다. _레포름
오늘날 문학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세실 바즈브로의 책을 읽어라. 미묘하고도 은밀하게, 독자를 사로잡는다. _르 푸앵
밀도 있는 스토리들은 어두움과 반짝이는 빛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바다와 밤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지닌다. 기립박수를 보낼 만한 근사한 소설. _라비
밤바다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 사람들,
홀로 살아남아 기적 같은 생을 받아든 사람들…
먼 바다에서 어떤 새 한 마리가 날아와 톡톡, 가슴을 치고 지나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