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목소리
- 원서명
- Conversation Amoureuse
- 저자
- 알리스 페르네
- 역자
- 홍은주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5-12-10
- 사양
- 480쪽 | 128*188
- ISBN
- 89-8281-998-3 03860
- 분야
- 장편소설
- 정가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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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시곗바늘은 같은 속도로 돌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된 연애 앞의 떨림과 미혹,
엇갈린 열정과 침묵의 한숨,
연인들의 가면 뒤에 감춰진 뜻밖의 진실…
관능적이며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 욕망의 생과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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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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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녁의 시작 11
만남 135
식사를 하다 175
파티가 한창일 때 273
거짓말의 한복판에서 321
전화 355
침대에서 389
몇 년 후 435
에필로그-만일 끝이 없다면 463
옮긴이의 말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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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욕망과 생과 소멸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세밀화 같은 소설
사랑의 욕망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욕망에 어떻게 이끌리고 행동하는가? 『사랑의 목소리』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라는 현기증 나는 열정에 사로잡히고, 그 사랑에서 빠져나오기까지, 욕망의 탄생과 소멸을 섬세하고 분석적인 필치로 그려낸 한 폭의 세밀화이다. 이제 막 시작된 사랑에 대한 설렘, 관능이 일깨우는 감각, 팽팽하게 긴장된 채 벌어지는 연인간의 심리전, 함께 사랑하지만 제각기 다르게 그려지는 감정의 무늬들…… 그리고 각각 배우자가 있는 이 두 남녀가 비밀스러운 사랑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동안, 그들을 둘러싼 여덟 커플의 이야기가 ‘사랑과 생의 욕망’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펼쳐진다. 누구나 그렇듯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짊어지고 사는 이들의 내면과 외면의 풍경을 ‘사랑’이라는 하나의 축에 꿰어 진행되는 이 소설은 그래서 한 편의 돌림노래이자 ‘사랑와 욕망에 관한 사회학’이기도 하다.
이 특별한 소설을 완성한 작가 알리스 페르네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 가운데 하나로, 문학이 아닌 경제학을 공부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그녀는 현재 오를레앙 대학교 경제학 교수이다). 『사랑의 목소리』는 “신비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으며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각종 문학상 최종 후보까지 오름으로써 평단과 대중에게 공히 인정받았다. 이미 열정의 시간을 살아본 두 남녀가 만나 새로이 사랑에 빠져들며 겪는 감정의 편린과 욕망을 그려낸 이 소설은, 그 어떤 비속함이나 통속성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가장 적확하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형상화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시곗바늘은 같은 속도로 돌지 않는다
“장차 연인이 될 남녀 한 쌍이 이른 저녁 보행자 전용 도로 한가운데를 걷고 있었다.” 이야기는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설렘과 초저녁 거리의 들뜬 분위기를 머금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장차 연인이 될 남녀 한 쌍”은 질 앙드레(49세)와 폴린 아르누(25세)로, 이 둘은 각자의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다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한번 마주친 누구라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다움을 소유한 폴린에게 반한 질은 즉시 그녀에게 끈질긴 구애의 시선을 보내고, 사랑받는 기쁨을 잘 아는 여자는 능수능란한 남자의 유혹에 넘어가버린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며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는 여자와 아내와 별거중인 남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 ‘새로운’ 사랑 앞에서 망설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느낀다.
이들이 이렇게 첫 데이트를 하는 동안, 이 둘이 멤버로 있는 부부동반 모임의 파티에 가기 위해 여덟 쌍의 커플이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여자들은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남자들은 어느 한 집에 모여 권투중계를 함께 관전하기로 되어 있다. 폴린과 질은 각자 저녁약속이 있다는 핑계를 대고 파티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이 둘이 만나 식당으로 향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그 시시콜콜하고 대수롭지 않은(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대화에서 파생되는 팽팽한 심리전에 할애된다. 둘은 식사 후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따로따로 파티가 열리는 장소로 향하고, 다음 약속을 기약한다.
그러나 같은 시각, 파티에 모인 사람들 간에 오가는 이야기가 이들의 사랑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질의 아내인 블랑슈가 친구들과 대화하던 중 남편이 사랑하게 된 여자가 같은 모임의 멤버인 폴린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그녀 안의 남편에 대한 사랑의 불꽃이 되살아난 것이다. 먼저 이혼을 요구하던 블랑슈는 파티 장소에 나타난 남편에게 재결합을 제안하고, 이혼이라는 상처를 피하고 싶었던 질은 아내의 제안에 흔쾌히(!) 따른다.
그렇게 하여 질의 유혹에 넘어가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된 폴린은 다음 약속을 끊임없이 기다리지만, 질은 전화만 해올 뿐 그녀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 폴린은 생각한다. 내가 사랑한 것은 목소리일까? 그렇게 속절없이 시간은 지나가고, 그녀의 산달이 다가온다. 그녀가 남자의 달콤한 꼬드김에 속았음을 깨닫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있을 때, 질은 그녀에게 연락을 해 만날 것을 제의한다. 둘은 질의 아파트에서 잠자리를 함께 한다. 엇갈린 열정의 결과는 참혹하다. 이미 죽어버린 질의 사랑에 숨결을 불어넣지 못하는 폴린은 남자와의 이별이 마냥 아쉽고 비통하기만 하다. 그러나 질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를 괴롭혔던 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그녀 안의 잠자고 있는 관능을 일깨우고, 그 관능의 기쁨을 그녀에게 가르쳐주었다고 자위하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얼마 후 그들은 폴린의 집에서 다시 한번 잠자리를 가진다. 폴린이 아기를 낳기 직전으로, 그녀는 질과 또다시 잠자리를 가짐으로써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었음을 느끼고 기뻐한다. 폴린은 아들을 낳는다. 남편은 크게 기뻐하고, 이제 그녀의 가정은 완벽해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이 불륜의 환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끊임없이 질의 연락만을 기다린다.
몇 년 후, 그들은 중년의 여인과 초로의 남자가 되어 다시 만난다. 남자는 여자의 변치 않는 아름다움 앞에서 감탄하고, 여자는 자신이 사랑했던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는 남자를 보며 설렘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은 십수년 전 초여름 저녁, 옛 대학거리에서 첫 데이트를 하던 그들이 아니다. 세월은 흘렀고, 그들의 욕망도 변했다.
식사 후 그들이 헤어질 무렵, 질은 폴린에게 자신의 사무실로 가지 않겠느냐고 넌지시 제안하지만, 폴린은 일어지하에 거절한다. 남자는 자신의 무람없는 요구가 헛되었음을 곧바로 깨닫지만, 여자는 “진심으로 그 요구를 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 제안을 거절한 자신이 옳았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추억과의 재회는 엇갈린 열정을 확인하는 절차로 끝을 맺는다.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시곗바늘은 같은 속도로 돌지 않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에게 품고, 꿈꾸고, 욕망하는 사랑
“당신은 뭘 알아? /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품을 수 있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아주 잘 알지.” 셰익스피어의 희곡 「왕들의 저녁」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이 소설은 여자가 남자에게 품는, 꿈꾸는, 욕망하는 사랑(연애)을 탁월하게 분석하고 형상화한다. 그런 점에서 『사랑의 목소리』는 스탕달의 『연애론』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스탕달이 사랑을 지성적으로 해부하고 기술했다면, 페르네는 사랑이라는 묘약 안으로 스스로 스며들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이라는 감정에 지배된 의식의 미묘한 움직임들을 포착하고, 그 의식의 그늘에 묻혀버린 미세한 반응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그녀가 그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말[言]’이다. 실제로 『사랑의 목소리』는 ‘목소리’로 직조된 소설이다. 입 밖으로 나온 말, 차마 뱉지 못하고 삼킨 말, 거짓말과 참말, 심지어 침묵이 빚어내는 한숨까지, 페르네는 연인들 간에 오가는 작은 숨결 하나 놓치지 않는다. 작가 자신은 “이 책은 소설이기 때문에 그 어떤 해답도 제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랑에 관한 또 연애에 관한 경구가 될 만한, 그래서 자꾸 밑줄 치게 되는 문장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닐 그 구절들을 찾아내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욕망에 관한 책 한 권을 쓰고 싶었습니다. 욕망의 기원을 분석해보고 싶었지요. 욕망이 어떻게 한 남자와 여자에게 찾아오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미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는데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사랑이 과연 재생산될 수 있는 걸까? 『사랑의 목소리』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들은 그 문제에 관하여 논쟁을 벌이고 답을 구하여 하지만 어떤 결론에 이르지는 못합니다. 이 책은 소설입니다. 그렇기에 해답을 제시할 수가 없지요. 이 소설은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겪게 되는 놀라움과 망설임, 이별과 회한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_ 알리스 페르네
사랑과 욕망의 신비 속을 여행하는 소설. 섬세함과 지성과 독특한 통찰력으로 빛난다.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는 거울 같다. _ 리르
우아한 문체, 지적인 이야기 전개, 섬세한 감정 묘사… 사랑 앞에서 주저하고 경계하면서도 기쁨을 느끼는 여자와 밀실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로 유혹하는 남자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_엘르
현기증 나는 열정과 사랑이라는 행복의 만찬을 정확히 포착해 형상화한 작품.
_누벨 옵세르바퇴르
알리스 페르네 Alice Ferney
1961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ESSEC(고등 경제무역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후 EHESS(사회과학 고등연구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요정의 배』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에 발표한 소설 『은총과 빈곤』으로 ‘모두를 위한 문화 도서관 상’을 수상했다. 오를레앙 대학 경제학 교수이기도 한 페르네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여성성과 모성, 서로 다른 남녀의
사랑하는 여자와 남자의 시곗바늘은 같은 속도로 돌지 않는다
이제 막 시작된 연애 앞의 떨림과 미혹,
엇갈린 열정과 침묵의 한숨,
연인들의 가면 뒤에 감춰진 뜻밖의 진실…
관능적이며 섬세한 언어로 그려낸 욕망의 생과 소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