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역사 속 장애인 이야기
- 저자
- 정창권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5-04-11
- 사양
- 216쪽 | 신국판
- ISBN
- 89-8281-974-6 03910
- 분야
- 산문집/비소설, 문학동네 교양선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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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1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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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옛날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사로 보는 전통시대 장애인들의 생활,
옛사람들에게 배우는 더불어 살기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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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정창권
고려대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 초빙교수로 재직중이다. 역사 속의 여성, 장애인, 어린이, 노인, 하층민 등 주변인들의 삶과 문화를 연구하는 한편, 그것을 현대적으로 변용하는 문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 논문으로 「조선조 시각장애인의 삶과 사회적 인식」 「조선에서의 장애인 인식」 등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 『한국 고전여성소설의 재발견』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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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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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등 조선시대 생활사와 여성 문제에 대한 연구 성과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으로 잘 알려진 저자가 이번에는 전통시대 장애인이라는 주변부 계층의 생활사를 다룬 책을 펴냈다. 그 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옛날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생활상과 더불어 현재 우리 사회의 장애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배울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인간적이었던, 옛 장애인들의 생활
저자는 『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정사(正史)뿐 아니라 야사류, 판소리, 가면극, 개인 일기와 시조, 가사 등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통시대 장애인의 생활과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당시의 국가 정책 등을 눈에 보이듯 생생하게 복원해내고, 이를 친근한 이야기체로 재구성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옛날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면, 과거에는 장애인이 오늘날에 비해 훨씬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쉽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장애에 대한 현대적인 편견에 불과하다. 책에 따르면, 전통시대 장애인은 사회에서 일반인과 어울려 생활하며 능력에 따라 직업을 갖고 자립적인 삶을 살아갔다. 양반인 경우는 과거를 보아 관직에 나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며, 탁월한 예술적 업적을 남긴 장애인 예술가도 여럿 있었다. 더불어 국가에서도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유도하며 조세와 부역을 면제하고 지속적인 구휼활동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전통시대 장애인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인간적이고 활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
역사 속 뛰어난 장애인들
특히 조선시대 시각장애인은 점복가, 독경사, 관현악 연주자로 활약하며 국가로부터 벼슬과 녹봉을 받는 등 지금보다 높은 사회적 지위를 누렸다. 또한 국가에서는 명통시(明通寺)라는 일종의 장애인 단체를 설립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에 이미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놀랍기까지 하다. 또 조선조 지화(池和)라는 맹인 점복가는 태종, 세종, 단종 3대에 걸쳐 왕실의 혼인 문제에까지 관여할 만큼 명성이 높았으며, 조선 성리학의 6대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노사 기정진이나 조선 후기 뛰어난 화가였던 최북 역시 한쪽 눈을 실명한 사람이었다. 그 외 조선 후기 좌참찬과 우의정을 지낸 윤지완과 위항시인의 대가로 평가받는 장혼은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며, 17세기의 대학자인 조성기는 척추장애를, 중종대 우의정을 지낸 권균은 간질을 앓은 사람이었다. 이처럼 우리 역사에는 장애와 관계없이 뛰어난 업적으로 이름을 남긴 장애인이 많이 있었다. 또한 이 책은 그 외에도 이름 없는 많은 장애인들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종종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는 경우조차, 그들은 공동체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의 일원이었고, 사회도 그들을 같은 구성원으로 포용하는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편견과 차별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러나 조선 중기 이후 완고한 주자학 일변도의 사회가 되면서부터 장애인은 체제 바깥으로 배척되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의 주된 역할이었던 점복과 독경이 유학자들의 비판을 받으면서 그들의 사회적 역할이 축소되었고, 이는 다른 장애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도 장애인을 비하하고 멸시하는 태도가 팽배해져갔다. 조선 후기 판소리와 민속극에서 볼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묘사 역시 그런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대표적인 고전으로 생각하는 <심청가> 역시 장애인사의 관점에서 다르게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스로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조선 전기의 장애인들과 달리, 심청의 아버지 심학구는 전적으로 아내와 딸의 도움에 의존해 살아간다. 아버지를 극진히 공양하고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꼬임(?)에 빠지기도 하는 심청은 어떻게 보면 맹목적인 효성으로 오히려 장애인을 경제적, 사회적으로 고립시킴으로써 무능력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근대 이후 장애인은 경쟁력 없는 인간으로 치부되어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인 천대를 겪으며 수용시설에 격리되고 사회로부터 배척당하게 되었다. 저자의 지적처럼, 이 시점에서 전통시대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국가 정책은 지금의 장애인 문제에 많은 시사를 준다. 가족과 마을 공동체, 그리고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반인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보호와 복지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사회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전통시대 장애인 정책은 오늘날에 비해 훨씬 ‘선진적’인 점이 있다. 책에 소개된 전통시대 장애인 생활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장애는 신체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다. 장애인을 일반인과 ‘다른’ 사람으로 차별하지 않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지혜를 옛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이다. 난계 박연(朴堧, 1378~1458)이 세종에게 장애인의 처우 개선을 주장하면서 힘주어 말했던 것처럼,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 2005년 4월 11일 발행
* 신국판 | 216쪽 | 10,500원
* ISBN 89-8281-974-6 03910
* 담당편집 : 이상술(031-955-8864, lssul@munhak.com)
옛날 장애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사로 보는 전통시대 장애인들의 생활,
옛사람들에게 배우는 더불어 살기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