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신념
- 저자
- 정철훈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일
- 2004-11-10
- 사양
- 160쪽 | 121*186
- ISBN
- 89-8281-897-9
- 분야
- 시
- 도서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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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정가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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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나는 어느 날 너무 멀리 당신을 떠나왔지
왜냐고 묻지는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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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철훈
195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국민대 및 러시아 외무성 외교과학원을 졸업하고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백야」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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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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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리뷰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두 권의 시집을 발표하며 개성적인 목소리를 시단에 던져온 정철훈이 세번째 시집 『개 같은 신념』을 펴냈다. 그 동안 남다른 가족사와 개인적 체험을 매개로 ‘북방’에 얽힌 민족사를 시 안에 적극 끌어들이는 한편 ‘광주(光州)’로 상징되는 한국 근대성의 파산 과정을 비판적으로 사유하며 역사와 현실을 노래했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여전히 현실 문제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자신의 실존적 고민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생활인으로서의 시인’의 고뇌와 그 ‘견딜 수 없는 나날들’에 대한 실존적 성찰
총 3부로 이루어진 이 시집의 1부는 실존적 서사를 가득 담은 비애의 표정을 띠고 있다. 아내와 애인 사이에서 방황하듯 생활과 꿈 사이의 괴리에서 어쩌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서성거리는 ‘생활인으로서의 시인’의 고뇌와 ‘견딜 수 없는 나날들’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상실감이 때로는 위악으로 때로는 탄식으로 때로는 성찰로 드러난다.
한 사내가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몽유병자의 걸음”을 걷는. 그의 영혼은 잃어버린 자신의 행방을 묻느라 “날도 저물었는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소멸의 사랑」) 길바닥을 헤매는 중이다. 늦은 밤 길가 포장마차의 포장을 들치고 들어오는 취한 발걸음이 있다면 틀림없이 그다. 혹은 먼동이 터오는 인사동 어느 골목쯤에서 소주병이 든 검정 비닐봉지를 들고 허름한 여인숙으로 스며드는 그를 마주칠지도 모른다. 오늘 밤도 세상 어느 언저리에서 그는 “홀로 술 따르는 사내”다. 그러나 “왜냐고 묻지는 말아”야 한다. 날이 밝으면, 그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말끔한 얼굴로 위장하고 일터로 다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라도 팔아야겠다며 생존을 절망하는 아내(「생활의 배반」) 앞에서, “애인 따위는” 없다는 듯 詩의 체취를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시인 죽이기」). 하여 그는 신음하듯 묻는다. “여보, 우리가 살고는 있는 거요”(「아내의 잠」).
2부와 3부는 타자에 대한 ‘사랑(연민)’에 바탕을 둔 시들을 모았다. “해 지는 서쪽도 해 뜨는 동쪽도 궁금하지 않”은 시점(「야근」), 이제 그는 지금, 여기 “냉온이 반복되는 삶의 순간들”에서 “참 아름다운 창문 하나” “세상과 나 사이에” 열어두고(「차창」)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 “두 겹의 자화상”(유성호)을 직조해내고 있다. 자신의 삶과 타자의 삶을 유추하고 등가화하는 시인의 사랑은 그의 시의 중요한 속성이다. TV에서 보는 난민촌의 실상을 보다 슬쩍 밥상을 밀어내고(「밥상을 밀다」), 술 취해 드러누운 아버지의 서러운 등을 추억하고(「아버지의 등」), 산골 민박집의 백구 한 마리에 대해 연민한다든가(「백구」), “이제 갓 피어난 작은 꽃망울들에게/사람의 말로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화답(和答)」)한다든가, 노동판의 목수들의 생리를 엿본다든가(「목수를 엿듣다」) 함으로써 타자에 대한 관심의 확산을 끊임없이 기도하고 실현하고 있다.
1부에서 보여주는 자기 삶에 대한 환멸과 비애는 타자에 대한 연민으로 확장되고, 이는 다시 삶에 대한 애정으로 변모한다. “시궁창 같은 도시 위장 속으로/불끈 해가 솟”을 때, “살고 싶다 살고 싶다 살고 싶다”(「지하의 아침」)는 소리를 듣는 시인의 궁극적 긍정이 ‘개 같은 신념’의 위악을 넘어 아스라하게 공존하고 있는 이 시집은 근대성의 파산이 가져온 결여 형식을 비판하면서 그 비판의 칼날을 자신의 내면을 향해 겨누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 있다. 그것은 해설을 쓴 평론가 유성호의 말대로 자학이나 엄살이라기보다는, 우리 안의 헛된 관념의 표지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꿈의 형식을 구축하려는 암중모색의 과정이라 보인다.
정철훈의 시를 읽으면 시베리아 대륙을 혼자 떠돌던 늑대의 눈빛이 느껴진다. 그 늑대를 포획해다가 출근시키고, 귀가시키는 보이지 않는 채찍과 그 상처도 떠오른다. 그 늑대가 지금 집을 코앞에 두고도 며칠째 음주중이며 노숙중이다. 그의 시에서는 자신을 지워 자신에게서 마저 잊혀지고 싶은, 소멸에 진저리치느라 소멸보다 오히려 먼저 가버리는 시인의 신음이 들려온다. 그 신음 소리가 집에서부터, 삶에서부터, 사랑에서부터 끝없이 도망중인 시인을 끌고 간다. 그의 시는 도주의 욕망으로 누추하고 검푸르지만, 그 속에서 “은화처럼 짤랑거리”는 정신이 발광한다. 김혜순(시인)
첫 시집 『살고 싶은 아침』으로 ‘눈에 보이는’ 역사의 배반 앞에서 더욱 찬란하게 명멸하는 희망의 육(肉)을 보여주었고, 두번째 시집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에서 그 희망을 ‘북방적 그리움’으로 고즈넉이 물들였던 정철훈은 이번 시집 『개 같은 신념』에서, 눈에 보이는 생활의 비참을 오히려 희망이 탄탄히 뿌리내리는 터전으로 전화한다. 놀라운 생활과 의식의, 그리고 감수성의 변증법이다. 김정환(시인)
정철훈
195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국민대 및 러시아 외무성 외교과학원을 졸업하고 역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백야」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살고 싶은 아침』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등이 있다.
*2004년 11월 10일 발행
*ISBN 89-8281-897-9 02810
*121*186|160쪽|값 7000원
*담당편집| 김송은(031-955-8862)
나는 어느 날 너무 멀리 당신을 떠나왔지
왜냐고 묻지는 말아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