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
지난 2007년 6월부터 8월까지 세계 금융시장은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이 기간 세계 주식시장은 고점 대비 10 이상의 대폭락을 경험했다. 환율시장에서 달러 가치도 계속 떨어졌다. 특히 한국은 8월 16일이 기억에 남을 하루였다. 이날 KOSPI지수는 6.93(125.91포인트) 급락했고, KOSDAQ지수 또한 무려 10.15(77.85포인트) 폭락했다. 이날 KOSPI지수 하락폭 125,91포인트는 역대 최대 수준이었으며, 하락률은 역대 네 번째였다.
2000년대 초반 미국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함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이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은 버블 단계에 들어섰다. 부동산시장이 정점을 지난 2005년 이후 위기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2007년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가 휘청거리면서 위기는 본격화되었다.
2007년 4월, 미국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 뉴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을 신청했다. 7월, 대형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산하 헤지펀드 2곳을 파산 처리했다. 8월 들어서는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은행이 자사의 3개 자산유동화증권(ABS)펀드에 대한 자산가치 산정 및 환매를 일시 중단했다. 8월 16일, 미국 최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은행권의 긴급 자금 지원으로 간신히 파산을 모면했다.
이후에도 영국 노던록 은행이 서브프라임 사태로 파산 위기에 처했다가 2008년 2월 국유화 결정이 내려졌으며, 골드만삭스, USB, 시티그룹,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유수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파생된 금융상품에 투자해서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지난 3월에는 세계 금융 위기의 도화선 역할을 했던 미국 5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결국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되었다.
탐욕을 지렛대 삼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서브프라임』은 지난 6년간 심상치 않은 미국 부동산시장을 주시하고, 최근 2년 동안 부동산시장의 과열과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문제점을 연구 분석했던 저자가 위기의 본질을 파헤친 책이다. 저자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 내의 위기로 끝날 수 있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 금융 위기로 번져나가게 된 원인은발달한 금융기술이 인간의 탐욕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한마디로 말하면 저소득자 대상의 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소득 수준이 낮고 대출 연체 이력이 있는 등 우량 고객(프라임) 대상이 아닌 신용 하위층(서브프라임)에 대한 주택 대출을 의미한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이전까지는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던 신용 하위층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저금리로 인한 금융기관의 대출 경쟁과, 집값 상승으로 인한 담보가치의 증가로 인하여 서브프라임 계층에게도 무분별하게 대출이 이루어졌다. 집값의 상승은 서브프라임 계층의 상환 불능의 위험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초기 2~3년간 저리의 우대기간이 끝난 이후 과다한 고금리로 전환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약탈적 대부행위도 성행했다.
이 지점에서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수익성을 제고하는, 발달된 금융기술이 개입한다. 돈을 빌려주기에 급급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회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을 투자은행에 판매한다. 지급불능의 가능성이 큰 채권이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쳐준다. 투자은행들은 이를 기초로 주택담보부증권,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발행한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이 증권의 신용등급을 턱없이 높게 평가해준다. 수익성과 함께 안정성까지 획득하는 순간이다. 헤지펀드를 비롯하여 전 세계의 수많은 투자자들이 앞 다퉈 이 증권에 투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한 금융상품으로 인하여 세계 경제가 하나로 묶인 셈이다.
버블의 붕괴, 달러의 몰락 - 누가 미국을 대신할 것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의 배경과 전말을 살펴본 저자는 마지막으로 파급 효과와 전망을 제시한다. 저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미국이라는 일국 중심의 패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호경기는 대부분 미국의 무역적자 덕택이었다. 패권 유지를 위해 미국은 국내 소비자와 기업 들이 원하는 물품을 유럽과 아시아의 아우들에게 만들게 하고, 그것을 샀다. 한편으로 방위와 금융 시스템을 수출하여 형님으로 행세하는 관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미국의 이러한 구매력의 원천은 부채다.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하여, 즉 종이를 인쇄하여 해외에서 돈을 빌린다. 돈을 융통하여 구매력을 유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