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숙기의 작품들을 통해 다시 만나는 J. D. 샐린저의 문학세계
J. D. 샐린저와 그의 대표작 『호밀밭의 파수꾼』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남긴 문화적, 심리적 파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국내에서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제외한 그의 나머지 대표작들에 대한 조명이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는 샐린저의 문학적 깊이와 두터움을 확인할 수 있는 원숙기의 대표작으로, 현재까지 출간된 그의 모든 작품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되었다.
1963년 미국 리틀 브라운 북스에서 출간된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는 두 편의 중편소설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와 「시모어 : 서문(序文)」을 묶은 소설집으로, 각각 1955년과 1959년에 『뉴요커』 지에 실렸다. 국내에는 1968년 문상득 씨의 번역으로 신구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가 절판되었으며, 정영목 씨의 번역으로 36년 만에 다시 한국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미국 현대문학의 살아 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샐린저는 현재 85세로, 미국 뉴햄프셔 코니시의 자택에 살고 있다.
웃음과 눈물, 죽음과 삶을 오가는 감동적인 글래스 가족사(史)와 그들의 사랑
때는 1942년 6월, 표제작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의 주인공인 버디 글래스는 형인 시모어 글래스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군복무중 휴가를 받아 뉴욕으로 온다. 그러나 예기치 않았던 일이 터진다. 형인 시모어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버디는 얼떨결에 신부측 하객들과 함께 차에 올랐다가 자신이 괘씸한 신랑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만다. 초여름의 무더위 속에서 교통체증이 시작되자 버디는 분노한 신부측 하객들을 형과 자신이 예전에 쓰던 아파트로 잠시 데려온다. 더위를 식히는 동안 하객들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은 신랑 시모어가 신부를 데리고 단둘이 밀월여행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고, 버디는 시모어의 심경이 담긴 일기장을 발견한다. 고결하고 순수한 심성과 뒤틀린 유머감각의 소유자인 시모어는 지극히 속물적인 장모와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신부에 대한 절망을 반은 애정을 담아 반은 씁쓸한 심정으로 털어놓고 있다.
두번째 작품인 「시모어 : 서문」은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는 배 나온 중년의 교수가 된 버디 글래스의 1인칭 회상으로 서술된다. 그 사이, 글래스 가족은 시모어의 자살이라는 비극을 경험했다. 버디는 형 시모어가 어떤 사람이었고, 자신들에게 어떤 존재였으며, 왜 그를 잊지 못하는지 독백한다. 형을 죽음으로 몰아간 세상에 대한 버디의 절망은 시모어에 대한 회상을 통해 다시 치유되고, 그는 다시 세상으로 나갈 희망을 얻는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샐린저와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의 작가 샐린저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앞의 작품이 1950년대 미국을 살아가는 청소년의 통과제의를 그렸다면, 『목수들아…』는 집필 당시 샐린저의 실제 연령에 근접한 중년의 등장인물이 화자로 등장하여 1인칭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진중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빛을 발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 유머와 풍자는 『목수들아…』의 행간에도 여전히 살아 있다.
샐린저 평생의 프로젝트, 글래스 가족사
샐린저가 평생 동안 펴낸 총 네 권의 작품(『호밀밭의 파수꾼』『아홉 가지 이야기』『프래니와 주이』『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중 홀든 콜필드가 등장하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제외한 나머지 세 권은 글래스라는 성(姓)을 지닌 뉴욕의 한 가족을 주인공들로 하고 있다. 샐린저는 글래스 가족사(史)에 일어난 사건과 그들의 심리를 그린 글래스 가족 이야기를 평생의 프로젝트로 삼았다.
이 글래스 집안을 살펴보면 특이하지 않은 인물이 없는데, 주인공인 버디 글래스 및 그의 일곱 형제자매는 보드빌 배우인 레스 글래스와 베스 글래스의 자식들로, 모두 영민하며 다재다능하다. 맏형인 시모어 글래스는 천재 시인으로, 1948년 아내와 함께 플로리다에 휴가를 보내러 갔다가 자살한다(그의 자살에 관한 에피소드는 『아홉 개의 이야기』에 수록된 단편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 등장한다). 둘째이자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의 화자인 버디 글래스는 9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영문과 교수이다(샐린저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가 아니라 버디 글래스를 꼽은 바 있다). 셋째인 부 부 글래스는 해군에 입대한 씩씩한 여성으로, 훗날 세 자녀의 어머니가 된다. 넷째와 다섯째는 쌍둥이 월트와 웨이커로, 월트는 2차 대전 참전중 일본에서 사망하고, 웨이커는 종교에 귀의하여 수도사가 된다. 여섯째인 남동생 주이 글래스와 막내 여동생 프래니 글래스는 배우로, 이들의 이야기 역시 중편소설집인 『프래니와 주이』에 등장한다.
수많은 바나나피시 중독자를 만든 또 한 편의 걸작 『아홉 개의 이야기』
미국의 비평가와 독자들에게 샐린저의 대표작을 꼽으라고 할 때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자웅을 겨루는 작품이 있다. 바로 단편소설집인 『아홉 개의 이야기』이다. 시모어의 자살 에피소드를 그린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을 포함한 아홉 편의 보석 같은 작품들은 열혈 샐린저 팬 집단인 바나나피시 중독자들을 양산해내기에 이르렀다. 이 소설집 역시 2004년 하반기에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는 아찔하고 눈부시기까지 한 기법으로 씌어진 작품이다. 인물 간의 대화는 전문가답고, 풍자는 즐거우며, 스타일은 유려하고 우아하다. J.D. 샐린저가 완성된 거장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뉴욕 타임스
익살맞고 흥미진진하며 동시에 슬픈 작품. J. D. 샐린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싫어할 수 없는 작품.
이 두 중편소설은 너무나 아름답다……개인적으로 꼽는 샐린저의 최고작.
책을 읽고 난 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책이 실망스러웠기 때문이 아니라, 더이상 책을 통해 글래스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가족이 진짜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일을 이뤄내게 될지 궁금해진다.
샐린저의 모든 소설이 놀랍지만 이 책에는 그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작품
―이상 아마존 독자 서평
"샐린저는 이 책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가 찾으려 애쓰던 그 모든 정직함과 여린 마음과 순수하게 진짜인 것을 선보인다."
―아마존 독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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